숨만 쉬어도 이쁘다는 둘째, 하지만 부모님 도움이 없다면 쉽지 않아
요즘 내가 둘째의 매력에 푹 빠져 있지. 커피 한잔 하면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너는 둘째를 낳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어. 내가 너무 배부른 소리를 했구나 싶어서 순간 미안하더라고.
너는 이어서 말했지. 지금도 아이 어린이집 맡기고 출근하고, 6시면 PM눈치 보이면서도 칼 같이 사라져야 하는 것이 늘 불편하다고... 그래서 늘 시간만 되면 사라져버려 신데렐라라는 별명이 붙어버렸다고... 동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겠지만, 워킹맘인 우리 당사자들한테는 우스갯소리보다는 가슴 아픈 별명으로 들리곤 하지.
하지만, 아이가 커 갈수록, 아이가 너무 이쁠수록... 혼자 커가는 아이보다 오랫동안 같이 가는 같은 편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둘째를 생각하게 되지. 그래서 전혀 엄두가 나지 않는다던 네가 다시 둘째를 심각히 고민하게 되는 이유일 거야.
그렇게 고민하는 너에게 나는 오늘 좀 현실적인 조언을 하려고 해. 양가 부모님 중 한쪽의 도움 없다면 둘째는 비추라고 말이야. 너무 냉정한가? 물론 양가 도움 없이도 아이들 둘, 셋씩 키우면서 잘 헤쳐나가는 워킹맘들도 많지만, 그건 워킹맘들이 일보다는 아이에 더 많이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고, 현실적으로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야.
특히, 우리처럼 야근이 많고, 때론 주말근무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정말 어렵거든.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인데, 우리 사회가 아직은 아이 엄마라고 해서 봐주는 사회가 아니니까.
나는 준비 없이 둘째를 가지게 되었어. 누군가 나에게 연년생으로 아이를 가지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혹은 워킹맘이 아이 둘을 기르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나는 둘째를 낳지 않았을지도 몰라. 지금이야 미치도록 이쁘고, 숨만 쉬어도 그냥 귀여워 죽겠는 그런 둘째이지만, 시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나는 아마도 지금 이 자리에 없을지도 몰라. 나의 경력은 사회생활 10여 년으로 그냥 끝을 냈을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시부모님이 어떻든 간에 내 직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신 점에서 무조건 감사해. 서운한 감정이 있어도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건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환경이니까.
누군가는 말하지. 어린이집도 있고, 베이비시터도 구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육아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거나 혹은 육아에 있어서 정 책임자가 아닌 부책임자일 경우가 많아. 시부모님께 맡겨도 아이가 아프거나 혹은 어린이집에서 늦게까지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루에도 열 번씩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엄마인데, 남에게 맡기는 엄마들 마음은 열 번이 아니라 그 이상 흔들리지 않겠어?
아이가 열이 펄펄 끓는데, 일이 바빠서 휴가는 낼 수 없고, 해열제 싸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엄마 심정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몰라. 특히 아이들은 아플 때 엄마한테 심하게 매달리잖아. 열이 펄펄 끓는데, 아이가 매달리는데, 그냥 떼어놓아야 하는 모진 경험들을 어찌 말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데 아이가 둘이 되면 정말 답이 없더라. 한 아이가 아프고 나면 병이라는 것이 잘 옮아. 두 명도 아프면, 어디 부탁하거나 맡길 데도 없어. 내가 아는 동료는 아이 출근하면서 아이 둘을 등원시켜야 하는데, 한 명은 아프고, 한 명은 시간 없는데 현관 앞에서 똥을 싸고... 결국 그날 출근 포기하고 현관 앞에서, 아이들 붙들고 펑펑 울었다고 하더라고.
나중에 그 동료는 시가와 살림을 합쳤어. 생활 스타일이 다른 시부모님과 때론 티격태격하고, 주말에는 가사도우미처럼 주방에서 살지만, 평일에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기고 출퇴근을 하는 지금이 훨씬 낫다고 하더라고.
남편은 뭐하냐고? 요즘 남편들 참 잘 도.와.줘. 그 말은 정말 도와주는 거야. 회사 일에서도 주책없ㅁ, 부 책임제도가 있잖아. 어떤 일에 있어서 누군가가 1차 책임자고, 보조자가 있듯이 육아에 있어서도 주책임자는 엄마인 거지. 남편도 힘들지만, 엄마들 힘든 거에 비하면 덜하다고 생각해. 엄마들이 부탁하거나 닦달해야 도.와.주.니까...그나마도 잘 협조해주면 정말 착한 남편인 거지.
남편이 먼저 아이들 등 하원 스케줄 짜고, 하원한 후에 아이가 혼자 남지 않게 어디 어디 학원 알아보고, 스스로 돌보미 신청하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주로 엄마들이 남편에게 부탁하거나 시키는 거지. 회사생활해봐서 알잖아? 남이 부탁하거나 시키는 일만 하는 거... 스스로 계획 세우고 성과 내는 것보다 쉬운 일이라는 거...
이런, 너에게 조언을 해준다는 것이 워킹맘의 푸념으로 되어버렸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에 양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양가 부모님 혹은 친인척이라도 비빌 언덕이 있다면, 둘째는 강추야. 키워보면 알아. 첫째도 이뻤고, 지금도 이쁘지만, 둘째는 또 둘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말로 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말하는데, 왜 숨만 쉬어도 이쁘다고 하는지 그 말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절절히 느껴지니까.
이렇게 이쁜 둘째를 일과 병행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낳지 않는 것은 정말 안타까워. 양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란, 사는 위치도 중요하지만, 양가 부모님의 의지가 더욱 중요해. 봐주겠다고 흔쾌히 동의하셔야 한다는 것이지. 나이가 있으셔서 병치레를 하는 것도 다반사니까 건강도 고려해야 하고. 혹시 근처에 양가 부모님 이외에 친인척이라도 있어서 두 번, 세 번의 백업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이렇게 까지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엄두가 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또 항상 그렇게 힘들지만은 않아. 세월은 가고, 더불어 시간도 가고, 아이들은 성장하더라고. 그러면서 아이를 돌봐주는 시부모님도 수월해지고, 육아하면서 서로 부딪쳤던 많은 시간들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시간으로 변하더라고. 아이도, 나도, 시부모님도...
엄마 가지 말라며 울며 매달리던 아이들이 이제는 경쟁하듯이 출근하는 엄마에게 잘 다녀오라며, 왼쪽, 오른쪽 뺨에 뽀뽀세례를 하니까. 그 순간만큼은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워킹맘들이 건너기 힘든 또 하나의 산이 있다는데, 사실, 또 어찌 헤쳐나갈지 약간 겁나는 것도 사실이야. 그때 경험한 것들을 또 정리해서 이야기해줄게. 여하튼, 그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낳던 낳지 않든 간에 그 결정은 무조건 옳아. 그대의 선택에 미리 응원 보탤게.
파이팅~!!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의 원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