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씨앗을 심었다.
먹음직스럽고 튼실한 열매가 나올 줄 알았는데, 결국 속이 썩어있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해서 다른 것들을 키워야 된다는 마음이 자꾸만 급하게 들어, 여러 개의 씨앗을 무작위로 뿌렸다.
처음 심었던 것을 그냥 두어버린 탓일까?
다른 것들이 자라날 여유가 없다.
하지만 이 마저도 내 탓인걸.
새싹이 난 듯하여 조금 자라나나 싶으면, 햇빛과 물을 적절하게 주지 못한 것. 씨앗을 심어놓고도 심어둔 사실을 잊어버려 아예 새싹조차 보지 못한 것. 심지어 잘 자라나는 듯하다가도 이상한 해충들이 꼬여버리면 그냥 내버려 둔 것.
원래 자라던 것을 탓할 수도, 물과 햇빛, 해충을 탓할 수도 없다.
텃밭을 가꾸는 것은 어렵다.
맛있는 열매를 맺도록 하는 것도 어렵고 새싹이 돋을 때까지 인내하는 것도 어렵다.
다른 사람들의 텃밭만 하염없이 구경하고 어떻게 열매를 맺었는지도 알면서
정작 내 텃밭은 손 놓고 있다.
나는 새로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원하는 열매는 무엇일까?
이제는 어떤 씨앗을 심어야 될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의 텃밭만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