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의 힘

2020.09.24

by 박윤희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나의 마음 깊은 속 고민은 사람이 해결해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해결해주거나 혹은 스스로 해결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는 나는, 가끔 술의 힘을 빌려 힘든 일들을 떨쳐버리려는 사람들은 어떤 느낌일까 상상해본다.


요 근래 복합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쌓이다 보니 나도 모르는 답답한 응어리가 내 안에 박힌 기분이었다. 무얼 해야 될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어서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그저 답답하다는 말만 혼자 읊조렸다. 이 마음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도, 그렇다고 내 상황을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었다. 마음이 너무 답답한데 해결책도 없다고 생각이 드니 누군가와 신나게 치맥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맥주 한 모금 조차 마시지 않는 나지만, 치맥을 하는 사람들의 즐거운 분위기에 휩쓸려 음료가 담긴 유리잔을 부딪히며 잠시나마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은 죄다 선약이 있거나 다른 일로 바빠서 나를 신경 써주지 못한 상황이었다. 뭐 내가 나 힘들다고 말한 적도 없으니, 오늘 아니고 나중에 만나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 상태로 집에 들어가면 하루 종일 또 무기력한 상태로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어서 우울해하다가 결국 잠이 들겠다는 생각에 또 한 번 우울해졌다. 그러던 와중에 정말 사막의 오아시사 같이, 팀 언니가 치킨 얘기를 먼저 했다. 평소에도 대화가 잘 통하여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데 퇴근 후 단둘이 사석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뭔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어 그저 기뻤다.


회사 근처 깔끔한 치킨집에 가서 맛있는 치킨과 사이드 메뉴로 치즈볼까지 시키고, 맥주잔과 콜라 잔을 짠 하고 부딪히며 3시간가량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언니의 학창 시절 얘기도 듣고, 연애 이야기도 듣고, 빠질 수 없는 회사 욕도 하며 정말 오랜만에 입술이 마를 정도로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이 치맥 자리에서 내 깊은 고민을 털어놓은 것도, 이 자리가 내 고민과 상황을 해결해준 것도 아니지만, 정말 그날 하루는 모든 고민을 내려놓고 즐겁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치맥의 힘이란 이런 것일까?

무언가 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내게 작은 에너지를 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