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지치고 힘들었다.
길을 가다가 잠깐 멈춰서 맑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집에 들어가기 전 캄캄한 어둠이 덮인 놀이터 벤치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궈냈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한참을 달리던 기찻길 철로가 갑자기 끊겨서, 기차가 철로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잠시, 아주 잠시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침에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라고 늘 태워다 주는 아빠가 계셨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는 엄마가 계셨다.
좋은 곳을 알아냈다며 다음에 같이 가자는 언니가 있었다.
배고프지 않냐며, 고생했다며, 스팸 마요 덮밥을 만들었다며, 맛있다고 먹어보라는 동생이 있었다.
회사에서 점심값이 많이 든다며 알뜰하게 계산하면서도 나에겐 늘 아낌없이 비싼 밥과 커피를 사주는 8년 지기 친구가 있었다.
늘 높은 텐션으로 재밌게 살며 나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동네 친구가 있었다.
별 특별한 얘기가 아닌데도 늘 웃음이 끊기지 않는 동료들이 있다.
눈 뜰 때부터 눈 감기 전까지 항상 나를 생각해주고 우선순위로 두어 주는 특별한 네가 있다.
지칠 때 마음을 추슬러줄 수 있는 책들이 놓여있다.
감정이 요동칠 때 잔잔하게 잡아줄 수 있는 음악과 스피커가 놓여있다.
힘들다고 잡생각 들지 않게 시간 때우기 좋은 통기타가 세워져 있다.
땀에 흠뻑 젖어 정신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라켓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기댈 곳이 없어 정말로 지쳐 쓰러질 것 같을 땐 굳이 기댈 것을 찾지 않아도 좋다.
기대려고 해도 내 마음만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아주 잠시 주위를 한번 둘러보면 된다.
나는 절대 혼자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다.
남몰래 눈물을 훔칠 일이 어느새 서서히 줄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