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하려 했던 회사는 이슈 때문에 공지가 늦어지고, 궁여지책으로 지원할만한 회사들에 이력서를 넣어봤다. 두 군데에서는 이력서부터 탈락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또 다른 데는 직무가 꽤나 흥미로웠지만 내가 과연 될까 싶어서 고민하다가, 손해 볼 것도 없는데 주말을 곁들여 일단 지원해 봤다.
왜 이렇게 빨리 연락이 오나요
다른 데에서는 이력서를 내도 2, 3주 있다가 결과가 나왔는데, 이곳은 하루 만에 면접 통보가 왔다. 심지어 앞서 떨어진 곳보다 더 좋은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빠른 면접 일정에, 긴장감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주에 나는 작은 몸살에 걸렸다. 여름 감기라 잠자리도 뒤숭숭해 면접 당일날까지 4일째 불면증에 시달리며 터벅터벅 그 회사로 향했다.
대기실에 홀로 앉아있는데, 정신이 몽롱했다. 하루에 2, 3시간씩 잤으니, 내가 있는 곳이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선에 구분이 없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랄까. 곧 내 이름이 호명되며, 나는 휘청거리며 면접실로 향했다. 복도 양쪽으로 막혀있는 콘크리트 벽 너머 끝없는 바다가 펼쳐졌다. 이 순간 나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또한 부족한 수면으로 정신줄을 까닥하고 놓치면 저 바다에 휩쓸릴 거 같은 기시감을 느꼈다.
오로지 정신과의 술래잡기 싸움이다
면접실에는 면접관 세 분이 앉아계셨다. 한 분의 나이는 40대로 보이고, 나머지 두 분은 추정컨대 30대. 작은 테이블 하나를 놓고 그분들과의 거리는 불과 팔 한쪽 정도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감정의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윽고 자기소개부터 직무 관련 질문까지 1시간 내내 이어졌다. 딱히 버벅거린 기억은 없다. 답변을 잘하려고 노력했다기보다는, 정신줄을 붙잡고 정상적으로 대답하려고 노력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그러니 딱히 잘 봤다는 느낌도 없었다. 하지만 내 컨디션을 고려하면, 이 상태에서 더 잘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나는 최선을 다했지만, 운 나쁘게도 당일의 나는 최악이었을 뿐이다.
이비인후과에 들러 약을 다시 처방받으면서 수면제도 넣어달라고 했다. 감기가 나으려면 잘 자야 하는데, 계속 불면 증상이 이어지니,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면접 결과도 오래 앓는 감기처럼 한주씩 지나가면서 어느새 3주가 지나버렸다. 역시나 떨어진 모양이다. 인사과에 전화라도 넣어볼까 했지만, 왠지 전화하고 싶지 않았다. 내 귀로 내가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싶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