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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세상 (2)

by 주둥이긴개

그렇게 생각한 찰나, 이슈 때문에 늦어졌던 공지가 드디어 올라왔다. 죽기 일보 직전이었던 불꽃은 그렇게 어디선가 떨어진 낙옆을 잡고 다시 타올랐다. 이번에는 포트폴리오 디자인마저 지원하는 회사의 컬러에 맞게 수정까지 해버렸다.

끝이 없어 보여도 끝없이 전진한다


이 한마디가 내 상황을 설명하는 가장 간결한 문장일 것이다. 앞서 신청한 회사들과 면접까지 기다림 끝에 나는 정신적으로 매우 지쳐있었지만 그들이 알아줄 사정은 아니다. 지치면 기어서라도 전진할 수 밖에 없다. 지쳐있는건 내 사정이다.


그렇게 기다렸던 공지에 서류까지 접수한 후, 나는 편하게 마음을 두기로 했다. 떨어질 때 너무 실망하지 않도록. 그리고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만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되뇌이며, 하루를 시작하는데 이메일 한통이 날라왔다.

면접 합격입니다


3주가 지나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회사였다. 뭔가 비현실적이고 믿기지가 않아서 몇번이고 이메일을 열었다 닫았다했다. 꿈은 아니었다. 그러면 앞서 서류를 접수한 회사는 어떻게 해야 하려나? 물론 이제 막 접수했는데 고민하는게 김칫국을 한사발 들이키는 꼴이긴 하다만. 면접에 합격한 회사에는 아직 경력 인증 절차가 남아있으니 시간은 있었다. 여유롭게 인증 관련 서류를 준비하자고 다짐하며, 나는 그 날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터벅터벅


꿈 속에서 나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호텔 로비에서 나오고 있었다. 예약한 버스표를 휴대폰으로 확인하면서 어느 위치에서 타는지 찾고 있었다. 이윽고 버스가 오는 위치에 도착한 찰나, 나는 맨발로 아스팔트 위에 서있었다. 당황한 나는 슬리퍼를 찾으러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가 갑자기 드는 생각은 슬리퍼 때문에 버스를 놓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맨발로 버스를 향해 뛰다가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나는 꿈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버스는 이직 자체를 의미한다. 슬리퍼를 잃어버린 것은 아쉬운 부분을 말하는 것 같다. 원래 가려는 회사가 있고, 지금 갈 수 있는 회사가 있다. 둘다 좋은 선택지이고 중요한 점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고 싶다는 내 마음 자체이지, 어디로 가는지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나라도 확실히 잡아놓자는 마음에서 경력 증빙 절차를 빠르게 진행했다. 도장 찍기 전까지 어디서 일이 터질지 모르는 일이니까.


그렇게 경력인증이 끝나고 처우협의가 마무리된 날, 앞서 서류를 접수했던 회사와 면접까지 보고 이메일로 통지가 왔다.

더 좋은 인연으로 함께 하기를...


좋은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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