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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Jun 03. 2017

유기농 시장에 다녀오다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에 열린다는 브라이언스톤 유기농 시장에 다녀왔다. 학교 옆에 열린 부지에 유기농, 신선 식품과 더불어 수공예품, 유기농 화장품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유기농 제품 시장을 생각하면 그리 비싼 것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남아공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은 전반적으로 꽤 비쌌다. 남아공 상류층들이 주로 가는 대형 마트인 woolworths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가격이었다.  

시장 입구
글루텐과 밀가루, 설탕을 쓰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빵은 맛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쌀이 잘 맞지 않아서'라고 하는 사람은 못 보았지만, 서양에서 온 사람들 중에서 '나는 밀가루가 잘 맞지 않아서'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자주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글루텐이 없는 빵은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빵이 맞지 않으면 밥을 먹으면 되니 글루텐 프리 베이커리 시장이 생겨나지 않았지만, 빵을 주식으로 하는 문화권에서는 글루텐이 없는 빵에 대한 수요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요하네스버그도 마찬가지로 글루텐프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꽤 있어 유기농 시장이 아니더라도 마트나 베이커리에 가서도 쉽게 글루텐프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마당 있는 집이 많아서 일까? 화분을 파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하노이와는 다르게, 요하네스버그에서는 그냥 일반 마트에 가도 쉽게 로즈마리, 민트, 고수 등 허브 화분을 찾을 수 있다. 햇빛이 강렬해서 식물도 잘 자라는 것 같다.



평일 낮 시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나와 장을 보고 있었다. 고구마, 감자 순무, 양배추, 상추부터 해서 퀴노아와 같은 곡물류, 각종 허브류까지 다양한 유기농 상품들을 팔고 있어 다양한 신선한 야채를 살 수 있다. 주로 소규모 농장에서 생산되는 물건들이었다. 그러나 마트에서도 워낙 신선하고 좋은 야채를 살 수 있어서 딱히 상품이 더 좋아 보이는지는 잘 모르겠었다. 




유기농 화장품 아주머니는 내가 시장 입구를 통과하자마자 정겹게 인사하며 어느 나라에서 왔냐, 너희 나라에서 인사는 어떻게 하냐, 이리 오라는 말은 어떻게 하냐 등등 물어보시며 반겨주셨다. 아주머니는 오일을 손등에 조금 덜어주시며 '여름이면 여름, 겨울이면 겨울 어느 계절에나 유용하게 쓸 수 있다'고 하셨다. 작년 여행 박람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한국 여행은 어느 계절이 좋냐'는 물음에 '여름은 여름대로, 겨울을 겨울대로 좋다'던 영업왕 싱가포르 룸메 조*양을 생각났다.


사진을 찍으니 잘 나왔냐고 확인하시던 영업왕 아주머니


돈을 더 가지고 갔어야 했다. 아니면 그 자리에서 주머니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버릴 수 있는 대담함이라도 가지고 있어야 했나 보다. 원석 귀걸이부터, 나무를 직접 깎아 만든 펜, 베트남에서 내가 만들었던 가죽 다이어리를 쏙 닮은 가죽 커버 등 예쁜 공예품이 너무 많았다. 

 

원석 귀걸이는 3-4만 원 정도 했고, 수중에 5만 원 정도 가지고 있던 나는 "너무 예뻐서 당장 사고 싶은데, 우버 타고 갈 돈은 남겨두어야 해요." 하며 침만 꼴깍 삼켜야 했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현금을 좀 챙겨가서 아저씨가 손수 만든 원석 귀걸이를 하나 데려와야겠다. 







말린 오렌지를 사 왔다. 주인아주머니께 말린 오렌지를 어떻게 먹는 거냐고 물으니 그냥 스낵처럼 아작아작 씹어먹으라고 하셨다. 그러나 그냥 씹어먹으니 오렌지의 겉껍질이 너무 쌉싸름하고 과육은 시큼했다. 전에 프릳츠커피컴퍼니에서 시킨 메뉴에 말린 오렌지가 들어갔었는데, 그때 음료에 들어간 오렌지가 달콤했던 기억이 있어 샀으나 그 맛이 아니라 후회했다. 


남아공 오렌지는 우리나라에서 사는 오렌지(캘리포니아산 오렌지이려나?) 보다 당도가 낮다. 그래서인지 말려도 단 맛보다는 신 맛이 강조되었다. 다음에는 스파클링 워터나 달콤한 탄산음료를 사서 그 안에 넣어먹어야겠다. 



수제 땅콩버터를 파는 곳도 있었다. 그냥 땅콩버터에서부터 초콜릿 트러플 피넛버터, 마카다미아 버터, 아몬드 코코넛 버터 등 종류가 꽤 다양했다. 그냥 땅콩버터를 샀는데, 거의 전혀 안 달아서 잼이랑 같이 먹으면 맛있을 것 같다. 


피클, 잼을 팔던 곳


야채, 과일 가게에서 철이 지났다는 망고를 만났다. 망고 구경도 못하고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보게 될 줄이야. 망고의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지만, 3개에 44 란드 정도였으니 하나에 아주 대략 천 원 정도 하는 꼴이었다. 

생전 이렇게 작은 석류는 처음보았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가게는 히말라야 소금을 파는 가게였다. 처음엔 큼직큼직한 덩어리들이 비누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알고 보니 소금이었다. 소금은 당연히 식용 소금만 있는 줄 알았는데, bath salt라고 해서 입욕제 용도로 쓰이는 소금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시장이라 먹을 것이 다양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식사 메뉴를 팔고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로티'라는 단어에 반응하여 바로 인도 음식을 주문했다. 거의 8천 원 정도 되는 식사였는데, 양은 정말 적었다. 막상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얼마나 귀여운 사이즈였는지 잘 보이지가 않는데, 다 먹고나서도 출출한 양이었다.


카페라기보다는 커피가게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노릇. 커피를 파는 곳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발길이 멈추었다. 탄자니아, 짐바브웨, 케냐 등에서 온 커피를 아래처럼 생긴 보온병에서 따라주는데, 맛은 별다른 특징 없이 밍밍했다. 아프리카에서 마시는 커피에 감동이 없다니!


남아공은 커피를 주문하면 항상 우유가 따라 나오거나, 최소한 '우유를 넣어줄까?'라고 물어본다고 한다. 심지어는 사무실에서도 커피나 티를 준비할 때 함께 우유를 준비해주는 정도니, 이 나라의 유제품에 대한 사랑을 짐작해볼 수 있다.  


다진 닭을 파는 것은 처음 본다


각종 육류, 육가공품을 파는 곳도 있었다. 남아공 소시지는 종류도 다양하고 품질도 좋아서 실망하는 법이 없다. 양고기, 소고기, 소고기+양고기, 소고기+돼지고기 등 여러 가지 조합이 있어서 다양하게 시도해보고 있다. 


장터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좀 실망스러웠지만 꽤 알찬 소규모 시장이었다. 다음에 또 오게 된다면 그 때는 돈을 좀 챙겨와서 기념품을 사가야겠다. 나무로 만든 수제 펜이 눈에서 아른거린다.






Bryanston Organic & Natural Market

40 Culross Rd. Bryanston, Johannesburg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까지, 매주 목요일, 토요일과 공휴일에 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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