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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쓰롱썸 Aug 29. 2016

가죽공예 도전

머릿속에 그린 가방을 눈 앞으로

하노이에서의 주말. 아직까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매우 막막하다.


서울이라면 무엇을 했을까? 생각해보니 딱히 서울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한껏 여유를 부리다가, 집에 있는 것이 지겨워질 때쯤 나와 친구를 만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일이 보통의 주말 일과였다.


운동을 할까 고민했다. 그러나 아직 오랜만에 의욕껏 한 스쿼트 때문에 다리가 뻐근했다. 운동으로 알게 모르게 받은 스트레스를 떨치고 싶었던 걸까, 단순히 헬스장 시설이 너무 좋아서 흥분했던 걸까. 몹시 열심히 한 탓에 며칠이 지난 오늘까지도 다리 근육은 편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발견하게 된 것이 하노이 가죽 공예였다. 하노이에 가죽 공예가 유명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가죽 공방이 몇 군데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렴.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이틀이나 되는 주말 중 하루의 반나절 정도를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반가웠다. 


그렇게 찾아간 공방은 2층에 위치한 DIY BOX라는 곳이었다.

주소 :  Số 33, 135 Ngõ, Đội Cấn, Cầu Giấy, Hanoi, 베트남


내가 준비해야 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만들고자 하는 것을 생각해가는 것. 그리고 구체화해 가는 것 정도였다. 나는 막연히 둘둘 감아서 쓸 수 있는 조그마한 지갑 같은 것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였고, 마침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 매우 유사한 것들의 이미지를 pinterest에서 찾을 수 있었다. pinterest에 있던 것들은 ipad용 케이스와 같이 꽤 큰 것들이었고, 나는 그것보다 작은 아이폰만 한 정도의 사이즈를 원하였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직원에게 설명하고, 준비한 사진을 보여줬더니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당연히 베트남어를 하나도 할 줄 모르는 나는 영어로 나의 생각을 전달하였고, 이들도 영어로 이것저것을 설명해주었다. 공방 내에 있는 아이폰 사이즈만 한 완제품을 골라 이 정도 크기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니, 직원은 그 자리에서 도안을 대강 그리더니 위의 사진처럼 가죽을 잘라주었다.


거침없이 가죽을 제단 하는 그녀를 살짝 염려스럽게 쳐다보긴 했으나 그리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녀가 건네준 가죽은 나의 아이폰이 들어가기에는 딱 1~2cm 정도 부족한 크기였고, 나는 이것을 핸드폰에 이리저리 대보며 10여분은 족히 흘려보낸 것 같다.


고민 끝에 나는 말하였다.


이 가죽으로는 내 핸드폰이 들어가는 가방을 만들 수 없겠는데?


흘깃 보더니,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그럼 입체로 만들어, 저것처럼" 하며 옆이 다른 가죽으로 연결된 디자인의 가방을 가리켰다. 


'내가 원한 것은 아주 반듯반듯하게 각이 잡힌 디자인이었는데......!' 속상함과 스트레스가 울컥하고 올라오려던 차에, 내가 완벽한 작품을 만들러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했다. 그리고는 "그래 그럼 조금만 더 생각해볼게 기다려봐" 하고 1분 정도 더 고민하다가, 디자인을 수정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의외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오히려 처음 계획한 것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가방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가방이라고 부르기에는 매우 조악하긴 하다. 그러나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딱 내가 원하는 수준의 엉성함과 투박함이었다. 


얼마 안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만들고 나니 세 시간은 훌쩍 지나있었다. 이만하면 '주말 시간 알차게 보내기'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샘이었다. 그리고 이후 매우 만족스럽게 들고 다니고 있다. 속에 이니셜을 딱 한 글자 새겨 넣었는데, 이니셜 새기는 데에 드는 비용이 꽤나 사치스러웠다. 가죽에, 도구 사용 비용에, 약간의 지도를 받는 모든 비용이 130,000동(6500원) 정도였는데, 이니셜을 새기는 데에 50,000동(2500원)이 들었으니까. 


말도 안 되게 저렴한 가격으로 재밌는 경험을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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