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쓰롱썸 Aug 30. 2016

처음 베트남 음식점에 가다

꽌안응온(Quan An Ngon)에서 분짜에서 모닝글로리까지

글이 날아가다니... 다시 쓴다.


로컬 음식이 먹고 싶었다.

하노이에 도착해서 세끼 연속으로 한식 일식을 번갈아가며 먹으니 현지 음식이 간절해졌다. 왜 이 곳에서 나는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먹고 있는가. 하며 쌀국수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내가 알고 있는 베트남 음식이라고는 쌀국수가 전부였다. 그리고 쌀국수가 닭고기 쌀국수, 소고기 쌀국수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 정도. 서울에서는 보통 베트남 음식점에는 가지 않아서 베트남 음식이 어떤 것이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동남아 음식이 너무 비싸게 팔린다. 방콕에서는 여기서 일 년쯤 살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태국 음식을 좋아했지만, 비슷한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았다. 동남아 음식점들이 많이 생겨서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으로 떨어지면 좋겠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동남아 음식은 가격에 거품이 많이 끼어있는 것 같다.


베트남에 오기 전에 베트남 음식에 대한 공부를 아주 조금 하긴 했다. 어딜 가나 현지인들이 먹는 현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웬만하면 한식을 찾지 않으려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말도 안 되는 음식들이 생각나곤 했다. 짬뽕이라던가 감자탕 같은 것들이. 차라리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것들이 생각나면 쉽게 해먹을 수 있는데, 짬뽕은 몰라도 감자탕은 내가 떠올리고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번엔 또 어떤 허를 찌르는 음식이 먹고 싶어 질까 궁금하기도 하다. 


아무튼. 현재까지 베트남 음식은 입에 매우 잘 맞는다. 문제라면 음식 양이 항상 많다는 것. 양이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라 남기는 것이 너무 미안하다. 첫 입은 매우 맛있어서 신나게 먹다가도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달큰하고 느끼한 탄수화물을 목으로 넘기는 것을 생각이 거부하기 전에 몸이 거부해버린다.


현재까지 베트남 음식에 대한 인상은 달다는 것이다. 베트남 음식은 달콤한 소스 혹은 국물과 곁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이곳의 소스는 우리가 생각하는 '탕수육 소스'처럼 묵직하지 않다. 국물에 훨씬 가깝다. 굳이 따지자면 냉메밀 간장 국물이라던가 동치미가 생각나는 맛이랄까. 


'국물' 하면 흔히 따끈한 어묵 국물, 칼칼한 김치찌개, 몸을 노곤하게 녹여버리는 사골국물 같은 것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조금 따뜻하다 싶은 정도의 달짝지근한 국물인 경우가 많다. 보통 얇게 저민 무가 몇 조각 올라가 있는데, 무김치만큼 익었을 것이라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아린 맛이 채 가시지 않을 만큼 날 것이 올라가 있기도 하다. 



꽌안응온은 첫 베트남 음식을 시작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다. 깔끔하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위치도 좋다. 길거리에서 파는 현지 음식을 시도해 보고 싶기는 하지만, 어쩐지 위생이 좀 걱정되거나 길거리에서 매연냄새를 맡으며 식사하는 것이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음식 맛도 상당히 훌륭해서 어지간하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진 돼지고기를 라이스페이퍼에 넣고 튀긴 것. 특별히 맛있는 맛은 아니었던 것 같지만 무난하다. 이름은 기억이.... 


반쎄오(bahn xeo)

반쎄오(bahn xeo)라는 음식으로,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베트남식 크레페라고 한다. 생긴 건 계란 지단같이 생겼는데, 계란은 안 들어갔다고 한다. 바삭한 식감이고, 안에는 숙주 같은 야채들이 들어있다. 라이스페이퍼 위에 계란 지단 같이 생긴 것을 넣고, 취향에 맞는 허브를 얹어서 말아 달짝한 소스에 찍어먹으면 별미다. 


라이스페이퍼에 새우랑 야채가 들어있다. 단순하지만 맛있다. 


바나나 껍질 위에 감자떡같이 쫄깃한 것이 올라가져 있다. 껍질은 먹는 것이 아니고...! 위에 있는 반투명한 젤리 같은 것만 먹는 건데.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맛있다. 떡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쫄깃한 식감이다.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서 또 먹어야지.


상당히 아름답고 고상하게 나온 분짜. 가격은 삼천 원 정도였던 것 같다. 한 명이 다 먹으면 꽤 배부를 것이다. 길거리에서 먹는 분짜는 이것보다 훨씬 싸고, 훨씬 투박하게 생겼다. 단순히 비주얼만 깔끔한 게 아니라 맛도 이곳 분짜가 더 깔끔하다. 


하노이에서 길을 다니다 보면, '저 뿌연 연기가 뭐지?' '여기는 뭔데 이렇게 연기가 자욱하지?' 싶을 때가 종종 있는데, 고기를 굽는 연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생각보다 꽤 심각하게 길이 뿌옇게 되는데, 가게 언니 아주머니들이 층층이 쌓인 석쇠의 고기를 몇십 분이고 몇 시간이고 굽고 있어서 그렇다. 그렇게 구워진 고기는 불맛 가득한 돼지갈비 맛인데, 이런 걸 국수랑 곁들이면 맛이 없을 수가 없잖아?


볶음밥은 비추천. 매우 평범한 맛이다. 내가 한 볶음밥이 먹고 싶어 졌다.


예상치 못하게 너무 맛있게 먹은 것이 바로 이 야채다. 모닝글로리. 비주얼은 시금치와 흡사한데, 맛은 훨씬 곱다. 시금치가 야생의 거친 느낌이라면, 모닝글로리는 그에 비하면 온실 속 화초처럼 키워진 느낌이랄까. 야채라고 무시했는데, 야채에서 고기의 감칠맛이 난다.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자주 먹는 음식이라더라. 남들이 시키는 것은 자주 봤는데 내가 먹는 건 처음이었다. 


2주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갔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죽공예 도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