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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Oct 03. 2016

나는 오늘 오버워치를 지웠다

흠뻑 빠져지낸 3개월,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이 바꾼 변화 

발매 당일부터 신나게 즐겼다. 본래 FPS는 잘 못하는 성격이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스킬 덕분에 오버워치 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경쟁전 점수를 올리려 앉은 자리에서 몇 시간씩 하기도 했고, 생각보다 낮은 등급에 실망(?)하기도 했다. 그런 오버워치를 나는 오늘 PC에서 지웠다. PC방은 애초에 가질 않으니 앞으로 이 게임을 즐길 일이 없어졌다.


오버워치가 가르쳐 준 나의 부족함 


게임을 지운 이유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게임의 부작용이나 폭력성 때문이 아니다. 나 스스로가 게임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게임으로 인해 삶의 중요한 것들을 놓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을 너무나 신나게 즐긴 나머지 가족들에게 헌신하지 못했고, 나 스스로의 스케쥴에 영향을 끼쳤으며, 나를 나답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타이밍을 탄력적으로 조정하지도 못했다. 무언가에 빠져들었을 때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는 것을 이 게임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나의 문제점에 대해 자각하게 된 이후, 오히려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내가 제어할 수 없을만큼 무언가에 빠져드는 상황을 앞으로도 꾸준히 흔들림없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몇 번을 망설였고 지웠다가 금새 다시 설치해서 즐기기를 반복했다. 한 세,네번쯤은 실패했다. 이번엔 정말 큰 각오로 다시 게임을 지웠다. 그리고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계속 스스로를 관리할 생각이다.


한 가지 질문이 준 생각의 변화 


적당히 즐기는 수준이었다면 굳이 이런 방법까지 택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스스로 통제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이 들자 게임을 지워야만 했다. 사실 게임하는 수준을 ‘조정’하기보다 ‘완전 삭제’로 가닥을 잡은 데에는 한가지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10년 뒤에도 이 게임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


존경하는 나의 정신적 스승이자 멘토께 내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자 그가 내게 준 질문이다. 이 질문을 듣고난 뒤,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과연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내 모습에 지금처럼 게임에 빠져든 내 모습이 포함되어 있을까? 결단코 아니다. 내가 꿈꾸는 내 미래에는 결코 그런 모습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결국 나는 게임을 삭제 하기로 했다.


내가 꿈꾸는 모습에서 현재로 돌아온다면…


나를 바꾸는 좋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미래의 바람직한 내 모습에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질문이 게임에 빠져있던 내 모습을 바꿔놓았다. 이번엔 다른 때와 달리 게임을 지우는 일에 대해 미련이 남지 않는다. 다행스런 일이다.


오버워치를 지우면서 느꼈던 경험을 무언가를 절제하고 조절하지 못해 고민하는 모든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 더 나은 자신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이 지금 하려는 일이 미래의 당신이 꿈꾸는 모습과 같습니까?” 혹은 “10년 뒤에도 당신이 00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까?(or 하고 싶습니까?)”와 같은 질문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내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참고로 오버워치는 정말 재미있고 멋진 게임이다. 이 글은 스스로의 통제력과 질문에 관한 글이지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디스하거나 비난하는 글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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