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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Feb 25. 2018

중쇄를 찍자, 마음을 다해

일드 <중쇄를 찍자>를 보다가 씀

 살아가면서 고려해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그것이 일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돈도 벌어야 하고 일의 난이도도 적절해야 하며,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의 관계 또한 중요하다. 신경써야 할 것은 많지만 어느 한 쪽에 치우치게 되는 순간, 중심을 잃고 삶의 방향이 어느 한 쪽으로 쏠려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살아가는데 있어, 일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일본 드라마 <중쇄를 찍자>는 '온 마음을 다한다'는 것, 이를테면 '진심(이라는 말로는 다 형언할 수 없지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한다. 동명의 인기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는 지난 2016년 일본에서 방영되어 최근 국내에서 '왓챠플레이'를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SNS를 비롯하여 여기저기서 반응이 좋아, 특히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의 뒤를 잇는 즐겁고 유쾌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많아 기대를 갖고 시청하게 되었다. 총 10화 중 8화까지 본 소감은 '혹시가 역시'다. 재밌다는 이야기다. 

 

 만화와 출판 강국인 일본답게 주간 만화잡지 편집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드라마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매 회 그들의 진심을 찾아가는 에피소드를 그려낸다. 구체적인 내용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훨씬 재밌을테니 넘어가기로 하고, 이 드라마를 보며 가벼운 유쾌함을 넘어 마음 한 쪽에서 찡-한 무언가를 느꼈다. 바로 주인공 쿠로사와 코코로(쿠로키 하루 분)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그가 말하는 '정력선용 자타공영'이 그것이다. 


 

 유도선수였다가 부상으로 인해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하고 출판사 편집부에 입사한 주인공 코코로는 면접에서부터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는 가치를 '정력선용(精力善用) 자타공영(自他共榮)'이라고 이야기한다. 유도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정신적 가치인 이 말은 '자신의 힘을 올바른 곳에 사용하고(정력선용)  자신과 타인 모두 함께 공동의 번영을 누리도록 노력한다(자타공영)'라는 뜻이다.  

즉, 유도를 통해 자신을 단련하고 단련된 자신을 통해 타인과 더불어 잘 살아갈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이 말에 강한 울림을 느꼈다.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게, 그러면서도 자신의 뜻을 향해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단련한 자신의 능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곳에 써야한다는 것. 자신을, 또 타인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큰 공감을 느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노래 '말하는 대로' 가사 한 구절이 떠올랐다. 


 "사실은 한 번도 미친듯 그렇게 달려든 적이 없었다는 것을"


 내가 원하는 일에 대해, 하고자 하는 무언가에 대해 나는 진심으로 전력을 쏟고 있었는지, 단지 맡은 '일'을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내가 쏟을 수 있는 모든 마음과 힘을 쏟아 부어낸 것이 맞는지 자꾸 생각하게 됐다. 자주 혼란스러워하는 내 삶의 방향이 어려운 조건 하에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은 제대로 온 마음을 다해 쏟아붓지 않아서인 것은 아닌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그렇다. 우리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야한다. 뜻을 모으고 '함께' 나아갈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으니 그들도 내게 무엇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마음으로 온전히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바라면서 내어주는 것은 무언의 폭력이기에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대하느냐하는 점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너무 사랑스러운 쿠로사와 코코로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중쇄를 찍자>는 유쾌함 속 숨겨진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매력적이다. 드라마 속에서 말하는 '중판출래(중쇄 발행)'의 비결 역시 '온 마음을 다해 만화가와 편집자, 그리고 영업자가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다. 


중쇄를 찍자, 온 마음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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