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이렇게 굳어있었나...
겨울이 되니 주종목(?)인 러닝을 자주 하질 못한다. 춥다는 핑계로 자꾸 방 안에서 뒹굴게 되고, 밖으로 나가기 보단 안에서 움츠리게 된다. 5km쯤 달리고 나면 기분부터 상쾌해지기에 꾸준히 스트레스 관리에 효율적이었는데... 방 안에서 계속 스트레스를 쌓기만 하니 몸도 마음도 조금씩 힘들어졌다. 대안이 필요했다.
요가를 해보기로 했다. 집 안에서 할 수 있고, 유튜브로도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아내가 이미 동네 문화센터 요가클래스를 듣고 있던 터라 조금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추운 날씨에 대한 가장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대안이었다.
밤 11시. 거실에 나와 드라마를 보는 아내 옆에서 아내의 요가 매트를 깔고 앉았다. 유튜브를 검색했다. 마침 어떤 남성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이 보였다. 채널 이름은 '요가소년'. 소년은 아닌 것 같지만(?) 목소리가 부드럽고 천천히 설명해주니 제법 따라해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30분 기초 과정부터 플레이. 조심스레 움직여 본다.
"여보, 허리가 굽어서 그렇게 하면 전혀 효과가 없어"
옆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아내가 이야기한다. 천천히 동작을 잘 따라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보기엔 잘못된 자세라서 전혀 효과가 없단다. 특히 중요한 것이 허리인데, 많은 초보자들이 대부분 겪는 일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허리를 곧게 세운 뒤 모든 자세를 따라해야 운동효과나 수련 자체가 제대로 되는 것이란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허리를 세워본다. 허리를 앞으로 밀어주면서 자세를 잡아보는데... 악!!!!!
바르게 앉는 것부터 불편하다. 허리를 세우고 앉아서 두 다리를 곧게 펴서 앉는데... 무릎 뒤 햄스트링쪽이 엄청나게 당긴다. 아프다...
결국, 며칠간의 요가 수련은 수련이라기 보다는 몸펴기(?)에 가까운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이 짧은 시간동안 몇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1. 내 몸은 생각보다 많이 굳어있다.
처음 요가 기본자세도 따라하지 못하면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적(!)으로 느끼게 된 사실이다. 내 몸은 생각보다 많이 굳어있고, 그것을 펴는 일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한다는 것. 지금은 며칠째 이 고통을 감수하면서 조금씩 펴는 연습을 하다보니 처음보단 조금 나아졌다. 유연한 편은 아니더라도 많이 굳진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요가를 시작하면서 많이 놀란 부분이다.
2. 처음에는 자세를 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다행히도 아내가 요가를 배우고 있었기에 자세를 잡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허리가 곧게 펴져야 제대로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아내피셜), 그 자세를 혼자서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자세를 봐주고 이를 교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무척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3. 유튜브에는 생각보다 좋은 강좌가 많이 있다.
나의 경우는 검색으로 '요가소년' 채널을 찾았다. 같은 남성이기도 하고, 목소리 톤이나 영상이 모두 초보자가 따라하기에 좋게 되어있어서 선택했다. 유튜브가 교육 시장을 집어 삼키는 부분이 크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4. 매일 해야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나는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몸 자체가 제대로 펴지질 않았으니 본격적으로(?)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나마 매일 30분 - 1시간씩 몸 펴는 연습(?)을 하고 있다보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낀다. 매일 땀을 흘릴 정도로 꾸준히 수련할 수 있다면 더욱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5. 요가 매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건 몰라도 요가 매트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세를 취하거나 할 때 어느 정도 바닥에 쿠션이 있어야 하므로 요가매트는 브랜드나 가격을 떠나서 꼭 챙기는 것이 좋다.
이제 막 시작했다. 내 몸이 얼마나 굳어있는지, 매일 조금씩 자세를 고쳐 나가며 몸을 펴 나가고 요가를 제대로 배울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아직 제대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그래도 요즘 요가를 하는 시간이 무척 즐겁다.
무엇인가에 집중한다는 것.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 나처럼 추워서라도, 이 겨울에 가장 시작하기 좋은 운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