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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민 Jan 17. 2019

골목식당에서 비즈니스의 기본을 다시 배우다

<골목식당> 속 한 마디가 따끔한 충고로 다가오다 

사실 뻔한 스토리다. 장사가 잘 안되는 가게에 백종원씨가 들러 솔루션을 주고 다시 '대박집'으로 거듭난다는 신데렐라식 소상공인 성공 스토리. 매주 방영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각 지역별 골목을 돌며 골목 상권에 위치한 식당들을 만나 상담하고 컨설팅해 새로운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주 그들의 스토리에 열광한다. 방식은 비슷할지언정 각 상인들의 삶 속에 숨겨진 애환과 비하인드 스토리는 고유한 것이기에 함께 울고 웃고 그들의 성공을 한 마음으로 빌어준다. 

 

 즐겨보는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봤다. 최근 마무리 된 청파동 냉면집 마지막 솔루션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백종원씨가 냉면집 사장님 부부 내외와 나눈 이야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직후부터 이 집 회냉면은 큰 유명세를 얻으면서 하루 1~10그릇 정도를 팔던 수준에서 하루 300 그릇 수준까지 판매량이 치솟았다. 가게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왔고, 줄을 서고 번호표를 받아 회냉면을 먹었다. 힘들었지만 사장님 내외는 행복했을 것이고, 이제 성공이 눈 앞에 왔다고 생각하고 있을 터였다. 


눈 앞의 성공에 취하면 맛도 손님도 다 잃습니다 


 백종원씨는 말했다. "판매량이 갑자기 치솟아서 맛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맛을 지키지 못하면 잠깐 인기는 금새 사그라드러 장사는 안되고 비난은 커질거라고". "장사의 기본인 맛을 지키려면 하루에 얼만큼 판매할 것인지 정해놓고 그에 맞춰서 팔아야 하고, 제대로 된 맛을 유지하면서 사람들이 조금 기다려주길 기대해주는 것이 낫지, 많이 팔고 회전율 높이려고 무리하다가 맛과 손님 모두를 잃을 수 있다고".


 이것 또한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그러나 눈 앞의 성공과 성장이 보이는 사람들에겐 잘 와닿지 않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냉면집 부부 내외는 종원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43년을 기다린 기회를 눈 앞에 앞 둔 사장님은 "하루 100그릇만 팔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아차' 싶었다. 우리 역시 눈 앞의 성장과 성공의 향기에 취해 본연의 '맛'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즈니스를 해 나감에 있어 반드시 가져야 할 본연의 '맛'이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지난 몇 년간 비즈니스가 빠르게 성장했다. 대여섯명 내외의 동료가 서른명이 넘었고, 수천만원 수준의 매출이 수십억까지 올랐다. 뭔가 대단한 성공을 이룬 것 같았고, 뿌듯한 결과를 낸 것 같은 착각도 들었다. 직원이 늘어날 때마다, 매출의 앞자리가 바뀔 때 마다 알 수 없는 만족감과 보람이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았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바로 지난 해 연말까지, 이 성장의 속도는 더뎠지만 이어지는 듯 했고, 무언가 답답하고 불안했지만 "그래도 괜찮겠지"하며 안도하려 애썼다. 조금만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가진 본연의 '맛'은 잃어가는 듯한 시그널들이 보였다. 조금씩 커지는 숫자에 취해 이런 신호들을 방치하다간 '맛도 잃고 손님도 잃을 수 있다는' 백종원씨의 충고가 우리에게 현실이 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면, 지난 수 년의 세월간 우리의 성장을 이끌어 준 것은 모두 고객의 신뢰에서 비롯됐다. 항상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했고, 현실적인 여건을 탓하며 타협하지 않으려 했고, 이런 노력이 결과로 이어져 고객에게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또다른 추천과 업무 요청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매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눈 앞의 성공이 기본조차 못보게 시야를 가릴 때...


 '고객과 함께 성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절대 잃어서는 안되는, 필요하다면 비즈니스 규모를 일부러 줄이거나 제한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할 우리만의 '맛'. 회사가 커지고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일궈온 이 '맛'을 어느 한 쪽에서 조금씩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지금 내게 찾아온 불안감의 원인 중 하나였다. 


 사람들은 <골목식당>을 보면서 "저런걸 왜 모르지? 너무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말한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러나 눈 앞의 성공이 시야를 가릴 때에는 이런 당연한 일조차 보이지 않는 법이다. 냉면집을 향한 백종원씨의 한 마디에서 배웠다. 식당이건 컨설팅이건 어떤 비즈니스를 할 지라도 절대 잃어서는 안될 분명한 '맛'이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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