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혁신> 피터 드러커
혁신이란 무엇인가?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혁신은 어떻게 이루는 것인가?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혁신 연구 보고서이다. 이 책에서 혁신의 많은 부분을 정형화, 이론화하는데 그 중심에는 역사 속 기업들의 혁신 사례들이 존재한다. 결론은 이런 사례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혁신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근데 이 방법이라는 것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대표 임원, 팀장급에서 해봄직한 것들이라 나 같은 프롤레타리아 계급에게는 괴리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피터 드러커의 깊은 통찰력과 불가능할 것만 같은 것을 연구하는 대학자의 탐구 정신을 옅볼 수 있는 책이며 몇몇 구절은 나에게 지난 프로젝트의 실수를 회고하게 할 만큼 현실의 문제를 잘 기술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의미로 혁신에 대한 정의가 등장하는데(종류도 다양함 - 사회적, 경제적 혁신, 기술혁신, 공공혁신 등) 책의 마지막 장에 기술된 다음 문장이 피터 드러커가 생각하는 혁신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혁신이란 시장 또는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은 고객에게 좀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는 것이고, 사회가 좀 더 큰 부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준다. 혁신은 좀 더 큰 가치, 좀 더 큰 만족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혁신이 핵심 활동인 기업가정신을 고양하려면 항상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시장지향적이어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성공 또는 실패, 현실에 대하 인식과 실제 현실 사이의 불일치, 프로세스 상의 필요성, 인구구조의 변화, 인식의 변화, 새로운 지식의 등장은 성공 확률이 높은 혁신의 기회가 왔음을 알리는 징후로 설명된다. 예를 들면 인식의 변화로 인한 새로운 시장의 등장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1950년경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자신을 중산층로 생각한다. 이 사람들은 중산층을 자기 자식들이 공부를 잘해서 출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계층이라고 믿었다. 윌리엄 벤튼은 이를 바탕으로 "만약 중산층이 되고 싶다면 자녀들이 공부를 잘해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마다 백과사전 하나쯤은 필요하다."라는 전략의 방문판매로 큰 성공을 한다. 이 회사가 바로 엔사이클로피디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회사이다. 10년 후 똑같은 전략으로 일본에서도 성공을 거둔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때 가가호호 어린이들을 위한 과학전집, 세계문학전집 같은 것들이 있었다. 이런 것이 인식의 변화로 새로운 시장이 발견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혁신이라는 것이 정교한 일련의 과정들이 필요하며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존 시장을 분석하고, 그 안에서 혁신의 기회를 포착해야 하고, 새로운 시장을 어떻게 개척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과 전략 그리고 노력이 필요하다.
혁신은 창의적인 행위라기보다는 노력의 범주에 속한다고 설명한다.
혁신은 노력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혁신을 하는 데에는 자질이 있어야 하고, 천재성도 있어야 하며, 지식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혁신이란 엄청난 근면성, 참을성 그리고 책임감을 요구하는 힘든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노력도 목적성이 분명해야 하고 초점도 놓치면 안 된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천재성도 지식도 아무 소용이 없다.
처음 이 책을 펼칠 때만 해도 자기계발 서적이라고 생각했다. 혁신 불구자인 내가 2016년에는 좀 달라져봐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완전한 착각이었고, 경영서적에 가깝다. 덕분에 읽는 내내 지루함과 재미없는 교과서를 읽는 기분에 시달렸다. 나의 무지함이 빚은 참극이었지만 덕분에 다른 책을 보면서 잠깐의 외도를 했는데 바로 사피엔스라는 책이다. 그래서 다음 독서는 사피엔스로 정했다.
여담으로 피터 드러커의 증언에 의하면 (내 첫 번째 독후감의 저자였던) 프란츠 카프카가 안전모를 발명한 사람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