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요즘처럼 나라가 혼란스러운 시기가 없는 것 같다. "이게 나라냐!"가 구호가 되어버린 지금, 국가란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썰전에서 맹활약 중인 유 판서의 대표작 <국가란 무엇인가>에서는 국민참여당의 대표였던 정치인이었던 유시민의 국가와 진보정치에 대한 관점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하는 국가란 무엇일지 계속 고민해보았다. 어쩌면 유시민의 생각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한 국가의 역할은 끊임없이 귀찮고 번거로움을 수행해야하는 것이다.
여기서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은 여러 집단으로 나누어져 있는 국민들의 의견을 들어주는 걸 의미한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그 의사를 정치인을 통해서-정확히 이야기하자면투표를 통해서- 전달한다. 유시민이 말했듯이 정치는 국가를 운영하거나 국가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이기 때문 이다. 이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내가 기대하는 일들을 정치에서 기대하고 있는지 말이다. 나의 고민이 주류의 논의 사항이 아닐 경우 정치에서, 국가에서 나의 의사를 반영 해줄 것이라는 기대치는 낮아진다.
왜냐면 정치인에게 ‘표를 받아서 내가 당선되냐 안 되냐’는 생존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사상과 공략 역시 더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는 논리로 짜여 있다. 얼마 전 표창원 의원은 한 시민에게 동성애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선거철에 철회했는데 의견을 번복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선거를 의식해 기독교 단체와의 타협을 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표창원 의원이나 동성애에 대한 의견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은 결국 자신이 정권을 잡도록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예를 제시한 것이다. 진보나 보수와 같은 정치성향과는 상관이 모든 정치인이 해당된다.
몇몇 진보 정치인 중에서는 표를 의식하지 않고 실현하고자 하는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지지자의 폭이 좁아 확보한 의석이나 득표율을 확보하기 어렵다. 당선이 되어야 공략을 실현시킬 수 있지만 선거에서 당선 탈락과 의석확보 실패한 정치인은 논외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익 실현을 위한 대다수의 정치인들로 구성된 국가에 사는 개인은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실현시키기 위해서 결사체를 조직하고, 집단은 자신의 의견을 실현시켜줄 정치인이나 정당을 찾는다. 저자는 책에서 집단이 가지는 폭력에는 한계가 없다고 하지만 개인이 기대할 만한 곳은 집단이 될 확률이 높다. 이것이 나쁘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현상인데 내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사회적으로 소외되어 집단으로도 내는 영향력이 적을 경우이다. 정치에서 이들은 국가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추상적인 해결이나 국회에서 몇 번 언급되는 선에서 끝난다. 앞서 말한 옥시 피해자들도 국민들의 관심이 사라지면 위와 같은 선에서 해결될 확률이 높다. 해결해야하는 번거롭고 귀찮은 일들은 목소리가 작으면 무시하는게 훨씬 편리하다.
하지만 국가가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안보다 더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을 해결해야 한다. 권력을 잡은 정치인들은 귀찮고 번거롭게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수고로움을 수행하고 문제에 대한 논의는 확장되어야 한다. 가습기 피해자들은 가습기를 사용하는 모든 국민들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어야 한다. 물론 정치인들의 도덕성에 이 모든 걸 기대하기 어렵다. 개인도 사안이 터졌을 때 번거롭게 굳이 찾고 문제가 해결되고는있는지 확인하며 정치인들을 귀찮게 만들어야 한다. 이 모든 건 관심이라는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이제는 정계를 은퇴한 저자를 생각하며 그가 생각했던 진보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알게 되었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 하기도 하였다. 책에서 아쉬운 건 저자의 정치적 성향으로 인해 정치에 대한 논의가 진보정당을 짚고 넘어가는 선에서 끝났다는 점이다. 그가 말한 대로 사상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없듯이, 직접적인 보수정치에 대한 언급은 논란만 가져올 것이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정치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결국 국가도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로 가득한 곳이고 정치도 여러 사람들의 의사를 모으는 과정이니 말이다. 단지 그들이 모든 사안을 빨갱이, 종북이라는 프레임이 강한 단어들로만해결하려 한다면…그땐 나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