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쩌다 회사를 나오게 되었나

출근없는 삶을 꿈꾸며

by 루힌

# 떠올려보면 경력에 비해 회사를 좀 많이 옮겨다녔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일방적으로 해고통보를 받은 적도 있고

조인트를 까여서 (?) 나온 적도 있고

업무성향이 맞지 않아 나온 적도 있고

윗사람들 정치싸움에 휘말려 나온 적도 있고

감정적인 윗사람이 힘들어 나온 적도 있다.


#기술직인 아버지는 내가 하는 일부터 자주 옮겨다니는 성향까지 모두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도 그럴 게, 평사원부터 30년 넘게 재직하며 부사장까지 올라가신 분이라

6개월, 1년 이런 식으로 회사를 옮기는 게 내 문제라 생각하셨다.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만 면접을 보러 다닐 때에도 대기업은 안 가는거냐며

여쭤보신 적도 있다. 아버지는 대기업 출신이다.


#경력이 없던 나는 세상이 바뀌었다, 또는 세대가 바뀌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나도 내 문제가 어느 정도는 있다고 생각했거든.

중,고등학교 때 전교 10등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는 내가 왜 회사엔 적응을 못 할까.

여전히 과거의 영광만을 좇아서 그런걸까.


#나도 처음엔 대기업에 지원했다. 알바 경험도 없는 내가 자소서 6,000자 채운다고 생각보다 굴곡없는 인생을 엄청난 역경을 넘어온 것처럼 포장해서 지원해보기도 하고, 관심도 없는 기업관을 달달 외워보기도 했다.

대기업 서류는 경력직으로 한 번 통과해봤다. 그것도 인적성검사에서 막혀서 면접은 보지도 못 했다.

내가 신입을 지원할 2015-2016년도에는 몇 년을 더 공부해서라도 대기업에 가는 게 유행(?)이었다.

은행으로 삼성으로 CJ로 가기위해 다들 몇 년을 알바하며 자소서르 고치고 월급도 안 주는 인턴을 했다.


#군대를 다녀온 후론 내 주제를 생각보다 잘 파악하게 되서 난 빠르게 노선을 바꿨다.

대기업은 못 갈 거 같으니 스타트업에서 일단 좀 굴러보자.

그렇게 내 첫 회사는 5인 미만 기업이 되었다. 지금은 꽤 유명한 정육각 옆 사무실이었고 창업지원을 받는 초기스타트업이었다. 거기서 쭉 버텼으면 또 내 인생이 바뀌었겠지만, 인턴까지만 하고 나왔다.

거기서 마케터를 하기엔 경험도 역량도 너무 부족했다는 게 이유였지만, 뭐 어린 마음에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이런저런 회사를 거쳤지만, 대부분 대표님과 직접 일하거나 소규모라 팀장이 없는 팀에서 일하다보니

연차에 비해 할 줄 아는 게 많아졌다.

처음 병원마케팅을 하러 들어간 회사에선 왜 이런 것도 안하지? 하며 제안했던 게 팀장급의 제안이었고 (생각해보면 간단한 트래킹툴 설치 건이었다.) 나름대로 인정을 받았다.

3-4년 차가 됐을 무렵, 당시 여자친구 (현 아내)와 심도깊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린 언제까지 회사를 다녀야 할까. (우린 언제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결론은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면 우리 껄 하자는 거였는데, 그 '쌓이는 게' 어느 정도인 지 정하는 게 어려웠다.


#7년 차가 된 지금, 난 프리랜서르 일하기 위해 회사를 나왔고 아내도 나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쓰다보니 되게 인스타에서 람보르기니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야 될 거 같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고 돈도 많이 못 벌어서 차가 없다.


난 그냥 회사를 나온다는 행동을 실행했을 뿐이다.

1-2개월 생활할 자금을 모으고 퇴사하고, 프리랜서 준비를 하고 안되면 다시 회사에 들어가는 생활을 2년 정도 하고 있다. 처음에 1년 넘게 걸렸던 첫 수주를 지금은 2주 만에 해냈다.

부딪히며 발전해나간다는 방식을 모토로 열심히 살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퇴사 2주차, 프리랜서 1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