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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Dec 14. 2021

지금은 글이 차오르는 시간이다.


나는  음치, 길치, 몸치를 모두 갖춘 일명 삼치다. 



 스스로 음치라는 것을 자각한 것이 초등학교 5학년 음악 시험 때라고 기억된다. 생각과 다른 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이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만 내 DNA에는 없는 재능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음악의 전령사 '역할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나의 음악적 기호로 나를 증명하기로 했다. 나만의 추천 리스트를 작성한 후 단골 레코드 가게에 가서 tape녹음을 의뢰했다. 



어디서 읽었는데 한 사람이 먼저 보고 느낀 아름다움을 또 다른 사람과 나누어 가질 때 그것은 선물이 된다고 하더라. 내가 먼저 느낀 아름다운 음악을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시작한 120분의 공테이프 이야기 속에 공통분모가 있기를 바라며-     


   -지인에게 보낸 글 중에서-
                   


길치가 된 배경에는 시력의 영향이 있을 것 같다는 추론을 해본다. 근시가 있는데도 안경에 대한 불편으로 흐릿한 일상을 유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생활에 익숙해지다 보니 주위 지형지물을 잘 기억하지 못하고 다녔다. 물론 관심 밖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길 헤매기를 무수히 반복하다 보니 나름의 내공이 생기게 되었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지형지물을 기억하려 애쓰다 보니 길치에서는 조금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몸치다. 음치면 박치일 확률이 높고 자연스레 몸치로 이어지는 게 정설이다.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요즘 시대에는 감점 요소이다. 순간의 감정을 노래로, 몸짓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실이 통탄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글이 차오르면 기록하는 것이다. 


 '반사적 광영 '이라도 누리고 싶어서일까. 내게 없는 재능을 가진 사람을 욕심냈었다. 노래의 힘을 탐한 대가로 청춘의 신열을 앓다가 이연(異緣)이 되었다. 속절없이 추억을 소환하는 노래를 듣고 난 후, 늦은 밤 음치라는 사실도 잊은 채  노래를 흥얼거려본다. 내 인생의 화양연화를 관통하며 통찰을 안겨준 기억과 내일을 위한 수면을 맞바꾼 채. 나는 어떤 노래로 기억될까. 어떤 노래를 듣다가 나를 떠올릴까. 문득 궁금해지는 밤이다.





알고 있죠 이것이 끝이라는 걸

두 번 다시 볼 순 없겠죠

이젠 나 아닌 다른 사람과 또 다른 추억들을

만들어 가겠죠

괜찮아요 그대 떠나신대도

추억들은 내 맘에 있으니

그저 사랑했었던 기억은 그냥 두고 떠나가세요

언제부턴가 그대 없는 날 보죠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자꾸 눈물이 나요

내가 왜 싫어졌는지 가르쳐 줄 순 없나요

아직도 그대 사진은 날 보며 웃고 있는데

우린 여기까진가요 죽어도 난 아닌가요

이해해보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나 봐요

이제는 끝인걸 알지만 생각에 마지막엔

이러지 말았으면 해요


김현성-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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