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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간서치 Dec 14. 2021

정중동(靜中動)

#감정에 대한 사유


마음 주인이 마음을 모를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안갯속에 있는 듯 불명확하고 모호할 때, 옆에 있는 사람의 말을 통해 그 마음의 형태가 명백해지는 순간이 있다.  마음이 언어를 통해, 목소리를 통해 전달될 때 그 파급 효과는 상당하다. 뭔가에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날 때가 있다.  무엇이  마음을 소란스럽게 하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 또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에 대해 명료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생각이 많을수록  빠지게 되는 생각의 함정이 있다.  외려 입을 통해 발산될 때 한없이 가벼워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생각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 혼자 지고 있던 생각의 무게도 덜어지고,  말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소통을 통해 마음의 교통정리가 되기도 한다.


나의 문제점들이 또다시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순간. 이제 그만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더 움켜쥐던지 내려놓던지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이미 손가락 사이로 조금씩 빠져나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이란 바람 같은 것. 바람이 부는 방향을 조용히 응시하자.



#엇박자


뭔가를 기다리는 중이냐는 너의 질문

그러게 나는 뭘 기다리고 있는 걸까?

누군가의 말처럼

손에 쥔 것을 다 내려놓는 순간을 기다리는 걸까?

인생의 반전을 기다리는 것일까?

정작 기다리는 것은 세월이다.


가만가만 생각해봤더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것뿐.

조용조용 세월이 흘러 가버리길

소란스럽지 않게

기다리는 게 내 평생의 일이었으니

누군가의 말처럼

끊어지는, 내려놓는 순간이 내게도 오리라 믿으면서.  


뭔가에 익숙해진다는 것

그 자체가 지금은 두렵다.

익숙한 뭔가가 사라진다는 것은

전혀 익숙하지 않으니

상처 주는 일에 익숙해질까 봐 두렵다.




#마음 밭


책을 읽다가 눈물이 떼구르 흘러내린다.  

아, 무념무상으로  걷고 싶다.  이제야 진정으로 사람들이 걷는 행위를 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걷다 보면 내게도 '강  같은 평화'가 찾아들 수 있을까.


 걷기는 마음의 상처를 싸매는 붕대, 가슴에 흐르는 피를 멈추는 지혈대 노릇을 해줬다는 글.


비 오는 오후 쿵 내려앉았던 마음자리가 아려온다.  내 마음과 똑같은 마음 찾는 과정.  동감의 절절한 표현인 밑줄 긋기.  사는  동안 터득한  마음 다독이는 방법이자 나 자신의 심리상태를 객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커서가 제자리에서 점멸하듯 나는 같은 자리다. 살기 위해 걷고 싶다는 마음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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