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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힘 Jun 18. 2023

바람이 났다니요?

"네 엄마 바람났대"

이혼을 하자고 말했다.

내가 바람이 났단다.


하루이틀 아니지만 네 입을 틀어막든 내 귀를 막아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또 듣고 있다.

한 귀로 흘려버리면 그만인 말들이 언제나처럼 귀에 박혀 흘려지지가 않는다.


어른의 탈을 쓴, 아니 인간의 탈을 쓴 남편은 화가 날 때면 큰 아이를 붙들고 못된소리를 해댄다. 혹여나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삐뚤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날 더 자극하려고.


 "아이들은 무슨 죄니!!"


역시나 나는 자극받았고, 가치도 없는 말들에 열을 올렸다.  남편에게 목표 달성을 시켜주는 꼴이 고 만다.


큰 아이가 네 살 때였다. 싸움 중에 나를 괴롭히고 싶었던 건지, 정말로 그렇게 믿었던 건지, 느닷없이 아이한테 

‘네 엄마 바람났대! 너 싫대! 너 버리고 나간대! 너 안 키운대!’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말을 뱉었었다. 너무 밑도 끝도 없어서 속으로 '멀쩡한 남자꼴이나 한번 보고 그런 말을 들었으면.' 했다. 참나.


그때 받은 충격에도 나버텼다. 자랑이 아니다. 비겁했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직은 돈을 벌 수 없으니 버텨보자는 합리화를 하면 안 됐었다.


그 후로 6년이 흘렀다.


한동안 왜 안 하나 했던 그 말이 그 머릿속에는 여전히 맴돌고 있었구나. 갈수록 당신 머릿속이 궁금하다.


나를 닮은 큰딸이 어떤 새끼 자식이냐는 말을 밥먹듯이 했던 너를 용서하지 않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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