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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소 Mar 25. 2024

아빠 참여 수업

어린이집 입학. 그 후 1년

어린이집에 입학한 지 1년이 다 되어갈 때였다. 다음 반으로 올라가기 직전, 1년의 마지막 즈음 '아빠' 참여 수업이 진행다 하였다. 어린이집 참여 수업이야 괜찮지만(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부담스럽겠지만) 혹시나 아빠가 없는 아기들은 어찌하나. 첫째와 둘째가 모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빠는 어찌하나. 아기와 함께 직접 어린이집 수업을 참여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었지만 문득 아빠를 강조하는 표현이 어떤 가정에게는 속상함이 될 수 있겠다는 오지랖적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거나 반차를 사용하고 방문한 어린이집. 행사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어린이집에는 생각보다 많은 아빠들이 있었다. 2조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내 이름. 정확히는 나의 실명 대신 OOO 아빠로 등록되어 있는 나의 존재. 그렇다. 나는 아빠다. 갓 태어났을 때 어색했던 아빠라는 름이 이상하지 않은 걸 보면 아빠라는 옷도 이제 제법 잘 입고 다니는 가도 싶다. 무뚝뚝한 아빠도 다정한 아빠도 모두 모여 있는 어린이집. 평일 오전의 어느 한 어린이집에는 아기와 함께 수업을 즐기려는 위대한 아빠들이 모여있었다.


아빠 참여 수업은 크게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었다. 복주머니를 만들고, 세배를 하고, 떡방아를 찧고, 조랑말을 타고. 끝으로는 드론쇼까지. 여러 연령대의 아기들과 함께 하는 수업이라, 이제 만 2세 되는 아기 신분으로는 수업 참여가 다소 소극적일 수 있는 구성이었지만, 형, 누나들의 틈에서 열심히 참여를 하려는 아기가 대견하기만 했다. 특히나 설날을 맞이하여 조그만 몸뚱어리로 세배를 할 때, 그리고 이 조그만 해맑음에게 덕담을 해줄 때 왠지 모를 울컥함이 피어올랐다.(먼 훗날 아기가 결혼을 한다 하면 아마도 눈물을 흘릴 것 같다 흑흑)

어쩌다 보니 훌쩍 지난 1년. 1년 동안 별 탈 없이 성장을 한 아기에게 참으로 감사했다. 어린이집 다니는 자체가 걱정됐던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아주 큰 발전을 하고 있는 아기. 덕분에 1년 동안 또 다른 행복의 맛을 알게 되었다. 참여 수업을 모두 마친 뒤 한 손에 떡국 선물 세트를 들고 돌아오면서 하늘을 바라았다. 참 화창했다. 창함이 금방 사라질까 봐 하늘에 대고 지금까지의 아기, 지금의 아기, 앞으로의 아기 모두에게 감사하다 말했다.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워."


친구들을 찾기 전까지 아낌 없이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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