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원을 하는 내내 아기는 품에 안겨 엄마를 찾았다. 좋아하는 동물 이야기를 해도 하원 때 엄마가 까까를 사서 데리러 온다고 달래보아도 아기는 어린이집 도착 때까지 엄마를 반복했다.
회사에 있는 엄마를 소환할 수도 없는데눈물까지 보이는 아기의 애처로움에 결국업무 준비 중일 와이프에게 통화 요청을 했다. 곧 연결된 영상 통화.
"엄마가 회사 끝나고 맛있는 거 사서 갈게.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재밌게 놀고 있어"
"웅."
눈물 맺힌 아기가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짧은 답과 함께 짧은 통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곧 다시 시작된
"엄마랑 같이 갈 거야! 엄마랑 같이 갈 거야!"
더불어 추가된
"아빠는 회사 가! 엄마랑 같이 갈 거야! 아빠는 회사 가! 엄마랑 같이! 엄마랑! 엄마랑!"
목도 안 아픈지 터진 입으로 엄마를 무한 반복 복창하는 두 돌 아기. 외로운 아빠는 귀를 닫고 묵묵히 어린이집을 향했다. 품에 안긴 아기를 내려놓고 등원 완료 체크를 하고선생님을 찾았다. 밝은 목소리로 아기를 반기는 선생님. 신발 정리를 한다고 아빠와 잠깐 떨어진 아기.선생님을 보자마자 더 큰 울음을 보이고는짧은 발로 총총거리며 다시 내 품을 향했다. 꼬옥- 하고 안기는 아기. 떼어내려 하면 할수록 아기는 더 깊숙이 품을 파고들었다.
"아빠, 아빠, 아빠."
줄곧 찾던 엄마는 사라지고 이제는 아빠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회사를 가야 한다. (MBTI에서 난 T를 맡고 있다) 결정적으로 아빠가 계속 아기를 붙들고 있으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더 힘이 들 것이다. 과감히 사라져 주는 것이 아기와 아빠, 선생님 모두에게 이득인 상황. 일타삼피. 그렇다. 등원 거부를 해결하는 핵심은 일차적으로 매몰참이다.
물론사전에 아기에게 어린이집의 장점에 대해서도 알려줘야 한다. 선생님이 사랑해 준다는 등, 친구들이랑 더 재밌게 놀 수 있다는 등. 하지만 어린이집 얘기를 꺼내면 엄마랑 가겠다고 자기주장만 펼치니 감언이설은 큰 효과가 없다. 이럴 때는 뭐? 눈앞에서 과감하게 사라지기.더불어
"엄마 아빠는 회사를 가야 하니 그동안 아기는 어린이집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 놀고 있으세요."라고매몰참의 뒷배경이 있음도 함께 알려줘야 한다. 아기의 불안감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앞으로의 룰이라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설명은 필요하다.
아기의 울음에 약해지지 말자. 아주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다. 일 년 내내 울겠는가.(그러면 문제겠지만) 곧 안정을 찾을 것이다. 우리의 학창 시절 때도 그러지 않았는가. 신학기에는 선생님이며 친구들이며 모두가 낯설었음을. 아직 사회생활이 폭넓지 않은 두 돌 아기가 겪기에는 아주 큰 변화이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괜찮아지리라 본다.단언컨대 한 달 내 적응기를 마칠 것이다. MBTI에서 I를 맡고 있는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피를 물려받은 내 아들도 그럴 것이다.아들을 믿는다. 새로운 어린이집 생활도 응원한다. 아들아 힘내라!! 파이팅!!빠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