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놀자

핸드폰 같은 체력

by 이보소

"같이 놀자"

주말에 눈을 뜨면 아이가 하는 말이다. (내 눈에는 여전히 아기이지만 유치원에 들어왔으니 아이라 숭배의 호칭을 하기로 했다) 아이와 같이 하는 놀이는 종류가 꽤 많다. 위인전 놀이, 길 가다가 인사하기 놀이, 유치원 놀이, 나이 맞추기 놀이, 대결 놀이, 동물원 놀이 등등. 놀이의 포인트는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물질적인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대만 잘해준다면 무한정으로 놀 수 있다. 아이와 놀 때에 꼭 돈이 쓰일 필요는 없다. 단 하나의 문제라면 체력. 아침부터 비몽사몽 한 눈으로 놀았는데도 시계를 보면 30분이 채 안되어 있다. 반복되는 놀이에 하품을 하다 잠깐 눈이라도 감으면 조그만 손가락으로 감긴 두 눈을 억지로 벌린다. 가끔 손가락에 눈을 찔리기도 하는데 아프지만 참고 정신을 차린 후 다시 아이의 놀이에 동참을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며 노(大怒)를 한다.


아이들의 체력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분명 졸려하는데도 절대로 잠을 자지 않는다. 심지어 눈을 비비면서까지 땀을 흘리며 에너지를 분출한다. 어렸을 적 아이들의 무한 체력에 어른들이 혀를 내두르는 모습을 봤던 것 같은데 그게 오늘의 나일 줄은. 가만 보면 세대 간의 모습들 중에는 시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공통됨도 있는 것 같다.


아이와 나의 체력 차이는 흡사 핸드폰의 배터리와도 같다. 고객을 우롱하는 사이트에서 최근 신규 핸드폰을 구매했는데 기존에 쓰던 폰과 스피드 차이가 확실함을 느낀다. 이것저것들의 기능들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차이이겠지만 특히나 배터리의 유지 속도가 확연히 다르다. 한참을 사용하였는데도 떨어지지 않는 배터리의 총량. 세상에 눈을 뜨고 있는 아이와 세상에 많이 치인 나와의 차이인 것만 같다.


"아빠 같이 놀자."

이사하고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주방후드를 청소하고 고급 섬유라 손세탁만을 해야 하는 유치원 원복을 빨고 있을 때였다. 한참을 색종이를 접던 아이가 심심함을 못 이기고 화장실 앞으로 와서 같이 놀자고 조른다.

"응 얼른 할게."

집안일도 여유 있게 못하는 육아의 삶. 체력적으로 힘이 부친다지만 가능한 아이와이 시간은 피하지 않으려 한다. 같이 놀자~라는 귀여운 목소리를 들을 날이 그리 길지 않을 것이기에, 애정 있게 아빠를 찾는 날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에 지금의 이 시간을 최대한 함께 하려 한다.

"빨리빨리."

재촉하는 아이의 목소리에 헹굼이 덜 된 듯한 원복을 널어놓고 을지문덕과 광개토대왕이 되어 아이와 몸싸움을 한다.

우와앗-

아이의 펀치에 데구루루 구른 을지문덕은 깨꼬닥을 외치며 눈을 감는다. 이대로 계속 눈을 감고 있고 싶지만 아이는 다시 배 위에 올라타며 다른 위인을 호출한다.

"난 강감찬. 아빤 뭐 할래?"

을지문덕에서 금방 장보고가 된 이는 힘든 몸뚱이를 일으키고 또 한 번 결투를 한다. 결투 한 번 당 체력 10%씩 방전. 오래된 핸드폰은 7번의 결투를 하고 잠시 휴전을 청한다.

"안 돼!! 계속 대결해!! 그럼 다른 놀이!!"

오래된 핸드폰은 잠깐의 충전을 거치며 다른 놀이를 하고 또 다른 놀이를 하고 또또 다른 놀이를 하다가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같이 자알 놀았다. 완충을 위해 잠을 청한다. 행복의 시간이다.

색종이접기도 그리울 때가 있겠지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