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라는 습성
2026년 누구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길 바란 이가 있었다.
"10번만 더 자면 다섯 살 돼." 란 말 한마디에 한동안 자고 일어나서 "몇 번 남았어?"를 외쳤고,
산타할아버지 선물을 받으려 두 눈을 질끈 감고 억지 잠을 청하고,
AI의 현혹인지도 모른 채 할아버지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선물을 놓고 갔다며 흥분으로 영상 속 동선을 따라 하는 이.
2025년 여름 이사를 하고 2026년 봄 새로운 지역에서 유치원 입학을 하게 된 그의 나이는 올해로 다섯 살(만 4세)이 되었다.
"이제 다섯 살 맞아? 키 더 컸지?"
침대에서 일어서자마자 2006년 새해 첫 대사를 쳤던 그가 드디어 유치원에 입학을 했다. 등원 첫날 타보지도 않은 셔틀버스를 잘 탈까 싶어 오전 반차를 내고 유치원으로 가는 길, 카시트에 잘 앉아 있는 다섯 살에게 과잉보호 아빠가 소감을 물었다. (알고 보니 다들 셔틀버스를 태워 등원을 했다는 후문)
"새로운 유치원 가는데 기분이 어때?"
떨려 혹은 걱정돼, 무서워 같은 긴장의 소감을 예상했던 건 여전히 아기라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기대된다는 희망찬 답변에 과잉보호 아빠는 또 한 수를 배운다. 이제는 아기보다는 아이라고 인정해 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한 출근길. 공휴일의 여파로 바쁜 하루였지만 아이의 첫 유치원 생활이 궁금해 잔업은 내일로 미루고 부리나케 퇴근을 했다.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철부지 아빠는 아이에게 향해 질문을 또 던졌다.
"새로운 유치원 어땠어?"
식탁에서 한참 종이 접기에 빠져 있는 아이는 눈은 종이에 둔 채 집중을 하여 튀어나온 입으로 짤막하게 대답했다. 구체적인 상황이 궁금한 아빠는 다른 질문을 연거푸 한다. 어떤 게 좋았는데? 선생님의 괜찮았어? 밥은 잘 먹었어? 힘든 건 없었어?등등 질문이 잘못되었는지 종이접기를 다 했는지, 아이는 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고 스르륵 식탁에서 내려와 유치원에서 받아온 긴 풍선을 집어 들었다.
그래 마! 이게 사나이다! 어떻게 지냈는지가 뭔 대수냐. 잘 다녀왔으면 됐지. 최근 위인전에 빠져 있는, 세 글자로만 답을 하는 아이는 누구 역할을 할지 먼저 선택권을 준다.
"아빤 광개토대왕. 넌?
퇴근을 한 광개토대왕과 온종일 긴장했을 이순신은 한참이나 대결을 했다. 자는 시간이 가까워졌는데도 계속 대결을 하자는 걸 보니 오늘 하루 적잖이 유치원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있지 않았나 싶다. 집에서라도 긴장을 풀 수 있다면야 맘껏 상대해 주지. 그렇게 광개토대왕과 이순신은 기나긴 싸움을 했다. 대결의 끝은 사랑하는 이순신의 승리. 아들의 첫 유치원 생활. 아침의 씩씩한 기대처럼 기대 이상의 유치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