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 원더윅스

이너피스가 필요합니다

by 이보소

아기가 태어나니 알게 된 용어들이 꽤나 많다.

용쓰기, 주먹고기, 터미타임 등등. 이들은 보통 신생아에서 영아 시기에 거치는 일시적인 현상들인데 최장 기간 이어지는, 그것도 통제가 되지 않는 현상이 하나 있다. 바로 원더윅스(wonder weeks).


원더윅스란 생후 20개월 동안 총 10번에 거치는 정신적, 신체적 급성장기를 말한다.

생후 20개월이라니. 1년 하고도 8개월이다. 참 길지 않은가. 쉽게 잠들지 못하거나 깨어 있는 동안 칭얼칭얼함이 강하거나 먹는 양이 줄어들거나 하는 등등. 잘 지내다가 갑자기 변화가 생긴다면 원더윅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짧게는 2주 길게는 2달 정도의 간격으로 찾아오는, 잊을만하면 발현되는 무서운 이야기.


원더윅스는 아이가 세상을 향한 일종의 적응기라 할 수 있다. 태아 때와는 다른 낯선 환경과 빠른 성장 과정 때문에 아이가 두려움을 느끼거나 혼란을 느끼고 이를 밖으로 표출하게 된다. 이 때는 아이가 정신, 신체적으로 급성장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아 울고 보채면서 부모를 힘들게 한다. 부모만 힘들면 다행이지만 아이 역시 힘에 부쳐하니 이를 보고 있노라면 곤혹이다.


원더윅스의 주기 및 아이의 행동은 아래와 같다.

1번째(4주~5주) : 감각 기관의 성장

아기들의 감각기관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감각기관이 아기의 뇌로 전달해주는 인상 처리는 아직 미숙하므로 혼란을 겪게 된다.


2번째(7주~9주) : 패턴의 지각, 밤낮 구분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패턴을 지각할 수 있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자동 반응에서 의식적인 움직임들이 나타나는 시기로 호기심이 많아진다.


3번째(11주~13주) : 다양한 변화의 지각과 습득, 고개를 가누고 손을 흔드는 시기

어설프던 움직임이 정교화되어, 고개를 제대로 가누고 음식을 의식적으로 삼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시력도 훨씬 더 발달하게 된다.


4번째(15주~19주) :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 함양. 새로운 행동 터득

여러 가지 경험을 실험하기 시작하면서 이전에 관심이 없었던 것에 관심을 갖고 새로운 행동을 배우기도 하며 변화를 알아차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원더윅스 기간이 이전보다 더 오래 지속된다.


5번째(23주~26주) : 연관성에 대한 이해, 양육자 관계 형성

주변의 관계를 이해하고 파악을 할 수 있다. 두 물체 사이의 거리를 알아차리고 감각기관과 관련된 인과관계에 대한 이해가 늘어난다.


6번째(34주~37주) : 공통성의 인식과 처리 능력 습득. 분리불안

세계의 존재하는 것들을 ‘카테고리’를 만들고 인식할 수 있다. 많은 사물에 공통점을 인식하긴 하지만 아직 미숙하기에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실험하는 시기를 갖는다.


7번째(42주~46주) : 순서에 인지하고 다루는 능력 습득

순서에 대한 이해가 늘어남으로써 숟가락으로 음식을 뜬 다음 입속으로 넣을 수도 있고, 부모의 도움 없이 공을 쫓아가서 차기도 하는 등 특정한 사건들은 차례대로 발생한다는 것을 의식하게 된다.


8번째(51주~54주) : 다양한 방식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능력 습득. 유아기 시작

문제 해결 과정에서 융통성이 생기게 되어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고 선택 가능성을 가지고 계획을 할 수 있다. 빗자루를 꺼내어 쓸기를 하거나 밖에 나가기 위해 겉옷을 가지고 올 수 있다.


9번째(60주~64주) : 원칙과 규칙의 습득. 부모 행동 배우기

자신의 행동과 의중에 대해 더 빨리 파악하게 된다. 부모처럼 자신도 주도권을 행사하기도 하고 특히 이 때는 모방이 늘어나는 시기이다.


10번째(71주~75주) : 시스템의 파악과 도약. 떼쓰기 행동 시작

도덕 원칙을 토대로 행동하는 동시에 양심이 형성되며, 가치와 규범을 체계적이고 의식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된다.


신생아 때는 잘 몰랐다.

하지만 신생아 시절을 지나고 생후 2개월부터 좋고 싫음이 생기더니 새벽 잠투정이 점점 심해졌다. 아직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녀석이 칭얼 칭얼대기 시작하면 조심스레 달래주기를 여러 번. 스리슬쩍 눈이 감겨 침대에 눕히면 곧 등 센서가 작동하여 이내 울음을 빽-. 혹여 잠이 드는가 싶어 옆에 누울라치면 갑자기 일어나 울부짖고 새벽이 되면 말똥말똥해지는 아이. 원더윅스 기간이었다.


오전 오후 내내 아기를 본다고 피곤했을 와이프에게 새벽에는 눈 좀 붙여- 내가 조금 보면 되지-라고 호기롭게 얘기는 했지만. 이는 오만방자함이었다.


피곤한 와이프에게 조금의 휴식을 주려는 선의의 결과는 예상외였다. 새벽 케어를 자처한 순진남은 생각보다 강한 원더윅스의 덫에 한동안 허덕였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새벽의 아이는 말똥 말똥 한 눈을 일주일 가까이 유지했다. 왜 하필 새벽에만 말똥 해지는지.


낮에는 순한 맛, 밤에는 매운맛으로 돌변하는 녀석 때문에 뜬 눈으로 새벽을 지새우는 날을 연일 갱신했다. 덕분에 아침해를 보고 들어갔던 대학 시절 이후, 오랜만에 아침해를 보게 되는 영광(?)도 누리게 되었다.


희한한 건 출근을 하면 정신이 괜찮아져서 일을 하게 된다는 것. 10년을 넘게 업무를 했던 루틴을 몸은 기억하나 보다. 이 시간에는 일을 해야 하는 몸인 것임을.


결국은 사랑이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은 예민의 수치를 극도로 올려주는 기능적 측면이 있다. 하루 이틀버틸만했지만 반복되는 패턴은 조그마한 아이에게 감히 짜증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아이가 뭘 안다고. 렇게 출근하는 길 지하철 속에서 항상 후회를 한다. 아직도 숙성이 필요한 미성숙한 어른.


결국은 사랑이다. 따뜻한 사랑과 돌봄, 위로를 통해 아기의 긴장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어르고 달래주며. 급성장해서 힘들겠다- 도와줄게- 원더윅스 극복할 수 있어- 자신감을 가져- 같은 사랑을 담은 찐한 스킨십이 필요하다.


원더윅스. 당장에는 짧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앞으로의 아이의 인생 전체를 생각하면 극도로 짧은 기간이다. 먼저 더 살아본 어른으로서 사랑을 주자. 침에 젖은 기의 턱받이보다 더 흠뻑 젖도록 마구 사랑을 주자. 아끼면 똥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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