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니가 나기 시작하면

프롤로그

by 이보소

첫눈은 설렌다. 펑펑 내리는 눈을 보고 있노라면 잠시의 낭만에 빠진다. 다만 아쉽게도. 낭만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옷을 뚫고 오는 추위가 전해지면 낭만은 이내 자취를 감춘다. 첫니도 그렇다. 잇몸으로 연명하던 조그마한 입에서 무언가가 솟아났을 때. "이 났다!"라는 신기한 설렘은 잠시. 곧이어 발현되는 아기의 다양한 역동성에 설렘은 순간의 기록으로 전락해버린다.


희멀건한 무엇. 생후 육 개월. 이백 일이 조금 지나서였다. 아침 여섯 시부터 일어나 어설픈 작은 몸으로 이리 기고 저리 기고. 소파에서 분유를 먹는 작은 이. 분유를 쉼 없이 먹은 이는 입이 심심한지 분유를 준 이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8kg 남짓한 작은 이의 잇몸이지만 무는 힘만은 8톤 같은. 작지 않은 압력이 손가락에 가해진다. 또다시 깨물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깨물림이 전과는 다르다. 잇몸이 아닌 무언가 걸쳐서 무는 느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아픔이 느껴진다.


앗!!

순간적인 욱함이 뛰어올랐다. 오늘따라 왜 이리 아픈지.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눈망울의 작은 이의 오늘은 이제 막 이백 일이 지난날이다. 순수한 눈망울은 분유를 준 이의 놀람이 어떠한 감정인지 탐색을 한다. 이런 감정 저런 감정을 하나하나, 그리고 하루하루 알아가는 아기. 욱함의 감정은 참으로 부끄러워진다.


누워있기만 하던 아기가. 눈만 끔뻑끔뻑하던 아기가. 기기 시작했다. 생후 육 개월. 뒤집기를 못한다고 걱정했던 기간이 한 달 남짓이었는데 할머니 댁을 방문하고 오더니 뒤집기를 완료했다. 뒤집기뿐만이랴. 집에서는 수면 교육과 함께 뒈집기까지 곧 터득했다. 뒤집기와 뒈집기 뿐이더냐. 이내 일어서는 신공까지 보이는 아기. 폭풍 성장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벌어졌다. 한 계단을 넘고 두 계단, 아니 세 계단까지 단숨에 넘어버리는 아기. 짧은 다리로 몇 계단을 훌쩍 뛰어넘는 아기. 엄마 아빠들이 자기 자식만은 천재로 보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계단을 훌쩍 오른 아기에게 첫니가 났다.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이렇게 점점 사람의 형상이 되어가나 보다. 첫니가 나기 시작하면 햇병아리 육아와는 또 다른 차원의 육아 세계가 펼쳐진다. 체력이 소진될 때도 있지만 행복함은 한도 초과인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치지만 아기의 얼굴을 보면 다시 힘이 샘솟는 일들. 첫니가 나기 시작하면 벌어지는 일들. 오늘도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하는 존경하는 당신에게 이야기를 건네 본다.


아들의 첫니. 신기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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