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진미, 육퇴의 맛

디저트로는 부모님의 맛

by 이보소

흔히들 백일의 기적이라 말한다. 생후 삼 개월 정도가 되면 아기가 기적을 일으킨다는 육아 선배들의 구전과 같은 이야기. 실제로는 기적보다는 변화에 가운 다소 서운한 이야기였지만, 어쨌거나 생후 삼 개월이 되면 변화가 온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잠'.


군시절 불침번은 두 시간만 깨어 있으면 됐다. 허나 육아 불침번은 두 시간마다 자다 깨다 해야 한다. 거기에 분유를 주고 트림을 시키는 시간까지 더해지니 어쩌면 군시절 불침번 보다 더한 나날일지도. 쌩쌩했던 군시절보다 연식도 오래됐으니 극단적으로는 극한 훈련이라 일컬어도 되겠습니다나까.


어쨌거나.

그로부터 삼 개월 후, 생후 육 개월 정도가 되면 첫니가 나기 시작한다. 제일 처음으로 나는 이는 아랫니. 그 이후 몇 개월에 걸쳐 윗니 송곳니 어금니가 나면서 유치가 완성된다. 걷기 위해서 뒤집기와 기기 걸음마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처럼 아기의 이도 순차적 발전을 거쳐야 비로소 완전한 이가 된다. 기하지 않은가. 씹고 뜯으며 맛을 즐길 때 필요한 이가 천천히 단계를 거치며 완성된다는 것이.


혹여 육 개월보다 늦어진다고 걱정하진 마시길. 아기마다 발달 시기는 다르깐. 아기마다 육아 방법이 다르듯이 아기의 발달도 천차만별이다. 육 개월이란 시간은 통상 그렇다고 하는 평균론적인 이야기일 뿐다. 러니 첫니가 늦게 난다고 절대 조급해하지 말 것. 육아와 조급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첫 니가 나기 시작한 이후로는 또 하나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것은 바로 '잠'의 업그레이드.

이때쯤 시도한 수면교육 영향인지는 몰라도 밤 11시나 12시까지 열을 올리며 놀던 아기의 취침 시간이 점진적으로 단축되었다. 밤 9시나 10시가 되면 졸려하였고 결국은 저녁 7~8시가 되면 잠을 청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취침 시간이 빨라진 만큼 아기 기상시간이 새벽 5~6시로 당겨지기도 했으나 우리에게 긴 잠이란 건 말해 뭐해- 이니 빠른 취침 시간은 감사 그 자체다.

밤잠뿐만이겠는가. 낮잠 시간 또한 늘어나주니 이것은 바로 가히 효자의 탄생이라 명명할 수 있다. 고작 10분, 길면 20분 깔짝 청했던 낮잠 시간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적게는 30분, 길면 1시간 정도의 긴 잠을 자게 되었다.


물론 이 또한 상대적인 것이 절대적인 이야기는 아니. 혹여 이 글을 읽으며 상황 부정을 하는 위대한 육아러분들은 참고만 하시길. 육아에서 부모의 역할란 아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핵심이니. 내 아기가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아기에게 집중을 하면 된다. 각설하고 이제야 이 글의 본론을 이야기하고자 하니. 집중의 박수를. 짝!짝!짝!


잠의 업그레이드와 함께 덤으로 얻게 되는 발견이 있는데 바로 육퇴의 맛을 알게 다는 것다. 하루 종일 쉼 없이 육아를 하고 아기가 잠이 들고 나면 주어지는 약 2~4시간의 소중한 간. 율 시간에도 쉼 없이 어지렆혀진 물건을 정리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지만 그래도 육아 퇴근을 했으니 몸은 한결 편하다. 더하여 온전하게 저녁을 맞이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바야흐로 육퇴의 맛 시간이다. 퇴의 맛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특정인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의 맛이라는 건데 세상의 다양한 음식에 육퇴의 맛란 감칠맛이 더해지면 가히 세계 진미가 는 마법이 펼쳐진다.


아시는가.

육퇴 후 치킨 배달을 기다리는 설렘을. 기다리는 동안 혹여 아기가 깰까 봐 tv 볼륨을 낮어 보지만 그마저도 잘 들리지 않아 되감기를 하며 기도 하지만 전혀 번거롭지 않은 일임을. 초인종을 누른 배달원 분에게 잠시 실망을 하지만 아기가 깨지 않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며 바로 베시시해짐을.

아시는지.

따뜻한 치킨 박스를 식탁에 올려놓기만 했는데도 침샘이 고임을. 닭다리 한 입을 뜯을 때의 바삭과 바삭함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름물이 온 혀를 감동시킴을. 더하여 미리 냉장 보관한 맥주 한 캔의 시원함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의 그 희열을.

아시려나.

혹여 아기가 어 먹다 말고 침대로 후다닥 어가 호흡이 가질지라도 입안에 맴돌고 있는 치킨이 곧 마음을 안정시켜 줌을. 겨우 재우고 다시 돌아면 어느새 치킨은 식어렸지만 온기 없는 치킨도 꽤 매력 있음을 깨우침을.


설명하기에도 참으로 복잡한 맛. 바로 육퇴의 맛이다. 참고로 다 먹고 난 후 뒷정리를 할 때면 문득문득 디저트를 먹을 수도 있다.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겠다는 디저트. 꽤 달콤 감사한 맛이다.


어떠한가. 육퇴의 맛을 알고 싶지 않은가.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1. 사랑하는 이와 함께 내 아기를 축복한다.

2. 세상의 빛 같은 아기를 사랑으로 돌본다.

3. 고개도 못 가누던 아기게 갑자기 첫 니가 난다.

4. 즐긴다. 육퇴의 맛.

5. 갑작스러운 출산 장려 정책을 펼치며 이 글을 마무리한다.

처갓집양념칩긴 슈프림은 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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