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에 둔감해지세요
익숙해지면 사랑스럽기도 혹은 중독될지도
첫니가 나기 시작하면 격해지는 것이 있다. 그중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건 바로 '냄새'. 아기 입장에서는 꼬질꼬질해진 옷과 떡진 머리, 그리고 맨 얼굴을 노출하는 엄마 아빠가 가관이겠지만 엄마 아빠 역시 아기의 냄새에 무방비로 노출되니 서로 용호상박의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그렇게 서로의 냄새를 공유하고 교감하며 세월을 숙성시켜 세상 하나뿐인 가족의 향을 만들어내는 거일지도-라고 향수 공방 소개글 같은 이야기를 해 보며 첫 니가 나기 시작하면 발동되는 아기 냄새를 이야기해 본다.
1. 침냄새
아기 침은 태어날 때부터 함께 한다. 신체 및 감각에 대해 전무한 신생아 시기. 이 때는 침을 질질질 흘린다. 먹는 것이라고는 엄마의 모유와 분유뿐이니 소량의 맑은 침이 흐른다. 신생아 시기가 지나면 잠시 침 흐르는 빈도가 조금 줄어들기도 한다.
다만, 첫 니가 나려는 시기. 즉, 잇몸이 가려워 깨물기 능력이 생기는 순간부터는 자기 손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것들을 깨물어 보려 하는데 이때 샘솟는 침샘은 막기가 힘들다. 고로 아기 침은 첫 니가 나더라도 계속 달고 산다는 점.
이때 유용한 아이템은 턱받이다. 한참 놀다 보면 침이 흥건하여 턱받이를 갈아줘야 하니 세탁 및 교체하며 사용할 정도로 최소 7장 이상(하루에 한 장)은 준비함을 권장한다. 매번 손수건을 들고 다니며 침을 닦아주는 것보다는 훨씬 효율적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냄새에 대해 얘기하자면 조그맣고 통통한 아기 손에서 아주 꼬롱한 냄새가 나는데 이것이 바로 아기 침냄새다. 특히 자기 손을 격하게 빠는 첫 니가 막 나려는 시기에는 꼬롱함이 극에 달한다.(첫 니가 나고 나면 자기 손 빠는 횟수가 덜해지면서 꼬롱함도 상대적으로 덜해진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이 꼬롱함이 엄빠에게는 거부감이 없다는 사실. 엄빠에게는 세상 고소한 냄새다. 참기름이 뭐가 필요한가. 작고 소중한 사랑스러운 이에게 고소함이 한 움큼 있는 것을. 색다른 해석을 가진 자, 부모란 자들의 특성일지도 모른다.
2. 땀냄새
우리 아기는 겨울생이다. 첫 니가 나기 시작한 6개월부터는 시기상으로 여름에 접어들었는데 더운 날씨에 세상 첫 뒤집기 시도를 시작하기도 했다. 아직 몸에 힘주는 법을 모를 때라 뒤집기를 할 때나 모유를 먹을 때나 매번 안간힘이란 걸 썼고 그러다 보니 쉽게 땀이 났다. 적당한 땀이 아니라 옷이 흠뻑 적실 정도의 흥건한 땀. 나시티를 입혔음에도 은은한 땀이 콸콸콸이니 하루에 옷을 교체함도 여러 번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뽀송뽀송한 냄새가 아기 냄새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땀 냄새가 아기 냄새를 뜻할 줄은.
아기 땀 중 가장 애처로운 건 모유를 먹을 때 송골송골 맺히는 땀이다. 앙증맞은 입으로 양껏 빨고 나면 조그만 이마 위에 작은 땀들이 묻어있다. 배를 채우겠다고 애쓰는 아기의 땀을 닦아줄 때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앞으로의 수많은 세상의 계단 중 하나인 것을. 아기땀이란 건 세상을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아기의 징표와도 같다. 그 징표를 대견해하고 응원하고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일지도 모른다. 아기가 스스로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부모의 역할에 대해 감히 논해보는 초보 아빠의 생각이다. 마치 필요할 때 등장하는 피노키오의 지미니처럼 말이다.
3. 똥냄새
아기 냄새의 최고봉. 마지막 냄새는 똥이다. 이게 뭐 똥 같은 마무리인가 싶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설명하자면 아기 똥냄새의 시작은 이유식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신생아 때는 먹은 것이 모유나 분유뿐이니 묽은 똥이 나오고 그 양은 상당히 작고 냄새 또한 덜하다. 하지만 음식의 재료가 들어가는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 묽은 똥은 점차 된 똥이 되어가고 먹는 양만큼 똥의 양도 조금씩 증가한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냄새가 시작되는데 꽤나 고약하다. 내 아기라 똥 냄새마저 향기로울 것이란 낭만은 금물. 팩트는 똥은 똥이라는 것. 간혹 똥기저귀를 갈아준다고 한 손으로 아기를 들고 한 손으로 기저귀를 뜯는 경우도 있는데 꽉 찬 기저귀에 손이 닿아 아가의 똥이 묻기도 한다. 아무리 아가라지만 이럴 때는 응가가 아닌, 확실히 똥이다.
으으윽- 이란 나지막한 울부짖음이 아기에게 닿을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질색팔색까지 아닌 건 아기의 사랑스러움 때문이 아니겠는가.
흩트러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내 아기의 똥향기는 확실히 맡을 수 있는 정도의 내공. 내 아기 전용 똥냄새 달인이 된다면 부모로서의 진정한 자격이 생겼다 할 수 있겠다.
끝으로...
첫 니가 나기 시작하면 또렷이 알게 되는 아기 냄새들. 세상의 많은 냄새들이(순화하자면 향들이 있다지만) 내 아기가 아니라면 맡지 못할 유일무이한 냄새다.
유일무이. 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말인가. 영광의 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영원할 것 같을지라도 돌이켜보면 매우 짧은 찰나인 것을. 아무나 쉽게 맡지 못할 아기 냄새. 익숙해지면 사랑스러워지기도. 더 나아가 중독되기까지도 한다. 냄새까지 사랑스러운 생명체. 나의 아기 나의 사랑에게 오늘도 아낌없이 사랑을 표해야겠다.
이상으로 아기 냄새 이야기는 여기서 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