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착각하지 마세요

강아지 같지만 강아지 아닌

by 이보소

"우리만 강아지가 없어."

신혼 초 와이프와 동네를 을 때면 강아지와 산책하는 자들이 꼭 나타났다. 운이 나쁘면 줄줄이 연달아, 운이 좋으면 집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목격을.

반려견의 지역구라 해야 하나. 강세권(강아지 세권)이 누군가에게는 매력 포인트가 될 수 있을 텐데 의외로 애견샵은 없는 동네. 신혼집인 구축 아파트의 계약 조건 중 하나는 반려 동물 금지였다. 허나 신혼 생활 구일만에 덜컥하고 다른 종의 반려 동물이 타났다. 계약위반이라기엔 너무도 천진난만한 반려 동물. 름하여 똥강아지. 똥강아지라 불리는 이유는 아래와 같다.


먼저 똥부터.

아기가 백일이 지나면 옹알이의 횟수 및 소리의 세기는 점점 강해진다. 이때부터 이유식을 슬슬 시작할 수가 있는데 이 이유식란 것이 기존의 아기 변 상태를 다르게 바꾸는 신기한 역할을 한다.

우리 아기는 생후 사 개월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다. 아기용 쌀가루를 구매하여 미음을 만들고 한 땀 한 땀 재료를 갈아 으깨 한 입 두 입을 먹였다.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은 표정이었지만 곧잘 받아먹는 아기. 그러다 보니 변화가 일어났다. 묽은 똥이 된 똥으로 변하는 인체의 신비. 고소하다고 하기까지는 애매했던 냄새가 확실히 고약해졌다. 천사의 똥은 진정한 똥이 됐다. 이렇게 똥강아지의 똥이 탄생하였다.


다음은 강아지.

옹알이 아기는 입으로 욕구를 해결하는 구강기 시절을 보낸다. 손만 가져다주면 자기 입으로 가져가 잇몸으로 세차게 물며 빨아들인다. 기어가기 시작하고 첫니가 나는 시기가 다가오면 혀로 핥는 횟수는 점점 많아진다. 한 눈을 팔면 어느새 무언가를 핥고 있다. 시선에 걸리면 네 발(정확히 두 팔과 두 다리지만)로 기어가 무조건 할짝할짝 대는 아기. 이를 보고 있으면 흡사 강아지와도 같다. 여기저기 엉금엉금 그리고 할짝할짝. 이렇게 강아지가 탄생했다.


그리하여 똥강아지.

기기 시작하고 첫 니가 나기 시작하면서 내가 키우는 것이 강아지임을 알게 되었다. 짖지만 않을 뿐이지 칭얼칭얼댐과 울음으로 매번 관심을 끈다. 동네에서 산책하는 반려 동물들은 더 이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사랑스러운 반려 동물과 보내는 하루하루. 그 하루에는 그간 몰랐던 다른 종의 행복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고부터 신혼 초 강아지 타령을 했던 와이프의 귀여운 투정은 쏙 하고 들어간 이유는 아마도 이 때문일 것이다. 강아지 같지만 강아지 아닌 강아지 같은 우리 아기. 무조건적인 사랑해줘야 하는 이유다.

포동포동 내 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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