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육 개월. 이백 일이 조금 지나서였다. 아침 여섯 시부터 일어나 어설픈 작은 몸으로 이리 기고 저리 기고. 소파에서 분유를 먹는 작은 이. 분유를 쉼 없이 먹은 이는 입이 심심한지 분유를 건넨 자의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간다. 팔 킬로 남짓한 작은 이의 잇몸이지만 무는 힘만은 팔 톤 같은. 꽤 강한 압력이 손가락에 가해진다. 또다시 깨물렸다. 그런데 이상하다. 깨물림이 전과는 다르다. 잇몸이 아닌 무언가를 걸쳐서 무는 느낌. 이전에 느끼지 못한 아픔이 느껴진다.
첫 니는 아랫니였다. 빠르면 생후 육 개월부터 난다고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났다. 잇몸 사이에 뾰옥하고 생겨난 조그만 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첫 니의 감격에 사진을 찍어보려 입술을 벌려보지만 싫다고 고개를 젓는다. 초기 이유식을 먹는 인생 육 개월 차. 우리 아기에도 제법 자아가 생겼다.
그리하여 이유식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아기가 처음인지라 어미새처럼 떡 먹여주면 냠냠쩝쩝 잘 받아먹는 줄 알았다. 얌전히 먹는 줄 알았던 건 초보 아빠의 지나친 낭만주의적 생각이었다. 이유식에 관한 현실과 낭만의 이야기. 지금까지(생후 육 개월~ 십 개월)의 이야기에 대해 읊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초보엄빠에게 조금의 도움이 되는 글이 되길.
생후 육 개월. 아랫니 한 쌍 탄생.
생후 육 개월 이유식 준비기를 거쳐 초기 이유식을 시작했다. 입자감이 가는 미음을 입에 넣어준다. 그런데 말이다. 첫니가 생긴 자신감 뿜뿜의 소유자는 손으로 숟가락을 낚아채고 돌려주지 않는다. 한 번 움켜쥐면 조그만 주먹이 쉽게 펴지지 않는다. 몇 번의 숟가락 회수를 시도했다가 포기하고 다른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떠먹인다. 하지만 남은 한 손 마저 숟가락을 낚아채는, 그는 파리지옥과 같은 강력한 아귀의 소유자다. 양손에 쥔 숟가락을 물고 빨고 하다가 파닥파닥 나비짓을 하는 아기. 숟가락에 있는 이유식이 온몸에 흩뿌려지며 이유식 샤워를 한다. 그래그럴 수 있다. 이유식이란 걸 이제 먹기 시작하는 음식 초보자 아닌가. 언젠가는 제대로 숟가락질을 할 것이다. 언제인지가 안 보이는 게 큰 문제지만 이유식 범벅이 된 모습마저 사랑스라운 것이 나의 아기이다.
생후 칠 개월. 윗니 한 쌍이 추가로 탄생.
사랑스러운 아기는 한 달 후 업그레이드가 되었다. 한 달 사이 윗니가 생긴 것이다. 아랫니 한 쌍과 윗 니 한쌍. 총 네 개의 치아 부자. 앉아있는 것도 꽤 안정이 되어서 의자에 똑바로 앉아 제법 이유식을 받아먹는다. 한 입을 주면 헤헤거리며 더 달라고 두 손을 파닥파닥. 그래서 또 한 입을 주면 꿀떡 삼키는 귀여운 아기.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것은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여본 자만이 안다.
온몸에 이유식 샤워를 하던 한 달 전(아랫니 한쌍만이 있던 시절), 큰 마음을 먹고하남 스타필드를 방문했었다. 기저귀를 갈려고 방문한 수유실에서 만난 일 개월 선배의 아기님. 그는 어떠한 신체에도 묻히지 않고 깔끔하게 이유식을 받아먹었다.
'저것이 가능한 것이더냐!'
당시 부러워했던 그 장면을 윗니가 생긴 우리 아기가 보여주고 있다.
'마! 봤나? 이유식 천재가 우리 아기다!'
이유식을 한 입 한 입 잘 받아먹었던 인생 칠 개월 차. 그때의 초보아빠는 의기양양했었다.
생후 십 개월. 윗니 아랫니 추가 탄생.
인생 십 개월 차. 아랫니와 윗니 옆으로 치아가 하니씩 더 났다. 뒤집기와 뒈집기, 배밀이를 마스터한 아기는 이제 벽을 짚고 일어서기 시작했다. 어디든 상관없다. 탁자와 벽이 있는 곳이라면 타닥타닥 이족 보행이 가능하다. 직립 보행이 가능해진 것은 아주 대단한 일이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직립 보행을 얻은 대신 이유식 의자는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의자에 앉혀 이유식을 주면 자꾸만 밖으로 탈출하려는 아기. 약간의 밥테기까지 겹쳐 이유식을 먹이면 손으로 탁! 다시 먹이려 해도 탁탁! 아기는 온몸 이유식 샤워로 회귀했고. 흩뿌려지는 이유식은 바닥과 나에게도 영향이 미쳤다. 하... 하하... 하하핫! 잠깐의 낭만은 다시 현실이 되었다.
육아란 이런 것 같다. 게임 속 퀘스트 같은 것. 한 단계를 뛰어넘으면 다시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나고, 또 하나의 관문을 뛰어넘으면 또 다른 세계의 관문이 나타나는. 무한 계단인 듯 보이지만 한 계단 한 계단을 충실히 잘 넘다 보면 언젠가는 육아 고수가 되어 있지 않겠는가.
아기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생소한 육아의 세계. 아기도 성장하는 만큼 나도 더 성장하는 느낌이다. 언젠가는 청국장을 함께 하는 아기가 될 때까지 열심히 이유식을 떠 먹여줘야겠다. 오늘도 육아를 하는 모든 존경하는 이들도 파이팅 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