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게 되면 보이는 것들이 있다. 임산부, 쪽쪽이, 아기띠 등등. 심지어 유모차는 휴대용인지 절충형인지 디럭스형인지까지도 구분된다. 보이지 않던 것들의 명료한 시각화. 육아용 라식을 한 것 마냥 아기와 관련된 것들은 잘만 보인다. 신기한 일이다.
보이는 것뿐이더냐. 귀도 밝아진다. 심지어 시끄러운 소리는 잡아내고 아기 소리만 귀에 들어오는 놀라운 현상이 발생한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의 탑재. 육아를 하게 되면 일어나는 일이자 지하철에서의 겪었던 일. 짧막히 얘기해 본다.
엄마 편.
첫니가 나기 시작한 우리 아기보다 개월수가 조금은 더 되어 보이는 아기. 지하철 칸의 끝쪽으로 엄마와 아기가 탑승을 했다. 아기띠를 하지 않은 걸 보면 걸음마를 할 수 있을정도로 보였다. 아마도 돌 전후이지 않을까. 머리숱이 없어 남자 아기인지 여자 아기인지 가늠이 안 되는 아기는 엄마 품에 꼭 안긴 채 지하철을 두리번 두리번 했다. 제법 무게가 있어 보이는 걸 보면 남자 아기인 것도 같지만, 어쨌거나 그런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는 적잖이 힘들어 보이기도 했다. (아빠들이여 사랑하는 이를 위해 적극 육아를 하자)
'여기가 어디인교'하며 탐색전을 보이는 아기. 지하철 구경을 한참 하던 아기가 빼액 하고 갑작스러운 울음을 터트린 건 지하철 문이 열릴 때였다. 엄뫄 엄뫄- 하는 아기의 울음소리는 쨍한 하이톤이었고 핸드폰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과 지하철 칸으로 탑승하는 사람들을 제외한 몇몇 사람들이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엄마는 몇 정거장이 안 남았는지 '조금만 참아-'를 반복하며 아기를 달래주었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가 싶다가도 다시 울기를 반복, 그렇게 몇 정거장을 지나갔다.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지하철 속의 아기 엄마. 먼저 하차를 하게 되어 그들의 종착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하철역을 나와서도 당황한 엄마의 안절부절못한 모습은 잊히지 않았다. 아빠인 나 또한 아마 그러했을 테니말이다.
그리하여 아빠 편.
당황한 엄마를 보고 나서의 다음 날. 사람이 꽉 찬 퇴근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마른 체형의 아빠가 어제의 엄마와 같은 모습으로 아기를 안고 있었다.퇴근길 따닥따닥 붙어있는 인파 속 아기와 지하철을 타고 있는 아빠. 어디서부터 타고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퇴근길 인파에 그는 아기를 들춰 안고 자신의 자리를 재정비했다. 아직 아기와 지하철 경험이 없었던 탓에 환승역에서의 아빠가 대단해 보였고 동시에 아빠라는 성별 동질감에 눈이 갔다. 말똥말똥 뜨고 있는 눈이 아빠와 꼭 닮은 아기. 아기는 쪽쪽이를 하며 동그랗고 맑은 눈동자를 여기저기 돌렸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했는지, 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모르겠지만어쨌거나 대단하시다' 하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순간 아기의 입에서 쪽쪽이가 떨어졌다. 쪽쪽이를 뱉음과 동시에 목젖이 튀어나올 만큼 큰 울음을 터트리는 아기. 아기에게는 사연이 있겠지만 아빠는 모르겠는 이유로 아기는 울음이 터트렸다.퇴근길 사람들의 뭇시선이 아기에게 쏠렸고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울음에 아빠는 안절부절 못했다. 엄마들에겐 어르고 달래는 기술을 부여하지만 아빠들에게는 별다른 기능이 없는 것일까. 아빠는 동그란 눈에 눈물이 맺힌 아기를 숨 죽인 채 안고 있다가 다음 정거장이 열리자마자 하차를하는 대응 능력을 보여줬다. 울음만이 유일한 소통 창구인 아기가느닷없이 울음을 터트리면 방도가 없다. 아기의 아빠는 어쩌면 빠른 판단을 한 걸지도. 그만큼 자신의 아기를 잘 알아서이겠고. 아기와 친한 아빠, 내가 추구하는 아빠상이다.
아기 소리가 유난히 잘 들리는 건 전에는 없던 일이다. 이제 막 첫니가 생겨난 아기와 반년 동안함께하니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앞으로 또 어떠한 상상 이상의 일들이 펼쳐질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기와 함께 하는 일이라면, 귀찮은 것도 진귀한 것이 되고 하찮은 것도 귀하게 되는 뭐 그런 마법이 벌어지지 않을까도 싶다. 남몰래 염탐했던 지하철 속 위대한 엄마 아빠,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육아러들이여 모두 힘내길 바란다. 당신들은 누구보다 대단한 사람들이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