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기와 오키나와 여행 Day1.
우미카제 테라스 - 마구로(참치) - marcy(망고) - 바셀 호텔 - 블랙스테이크 - 아메리칸빌리지 야경 관람
십팔 개월 아기와 출발한 첫 해외여행. 우려와 달리 비행기 안은 평온했다. 무사히 오키나와에 도착을 했고 미리 예약한 렌터카샵도 어려움 없이 도착을 했다. 오키나와에 세 번째 방문하는 자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암. 그래야지. 나는 이번 여행의 리더니깐. 우리 가족들은 첫 번째 오키나와지만 난 세 번째잖아.'
방심은 금물이라 했던가. 여행 첫날부터 공기가 일순간 돌변할 줄은 몰랐다. 렌터카샵에 도착 후 셔틀버스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자신감은 충만했다. 두 번째 오키나와 방문 때도 렌터카샵을 이용해 봤으니 아기와 아내에게 보여주는 여유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어쩌다 보니 셔틀버스 하차 인원 중 제일 먼저 대여 신청을 하게 된 가장. 뭐 아무렴, 첫 번째가 대수인가. 나는 오키나와 유경험자 아닌가. 그것도 세 번째 방문인 반오키나와인(?)!! 한국에서 렌터카를 예약할 때 일부 금액을 선입금했으니 현장에서 잔액만 현금 지불을 하면 되었다. 렌터카 담당자가 데스크 앞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모두 마쳤고 잔액을 지불하라는 눈빛을 보냈다. 그런데 가방을 아무리 뒤적거려도 현금이 보이질 않았다. 하필 맨 처음 대여를 하게 되어서 줄지어 있는 뒷사람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다. 급하면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양해를 구하고는 뒤에서 아기와 함께 대기하고 있는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현금이 어디 있지?"
"가방 안쪽에 있는데?"
떡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 가방의 짐을 싼 아내가 바로 위치를 알려줬고 헐레벌떡 가방에서 현금을 챙겨 와서 잠깐 사이의 진땀을 식히며 렌터카 결제를 마쳤다. 우려와 달리 원활했던 오키나와 도착 때문인지, 해외에서 오랜만의 렌터카 대여 때문인지는 몰라도 간단히 운전 조작을 익히자마자 여행의 첫 코스인 우미카제 테라스로 곧장 향했다. (아마도 아내에게 빨리 오키나와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급히 서둘렀던 것 같다) 나하공항 근처의 오키나와 렌터카샵에서 뷰 맛집인 우미카제 테라스까지는 약 이십 분이 소요되었다. 출발 한 지 십 분 정도 후, 뒷좌석에서 낮잠 투정을 부리는 아기와 씨름을 하는 아내가 말했다.
"근데 우리 가방은 어딨어? 가방 챙겼어?"
"뒤에 없어?"
"없는데?"
가슴이 덜컹거리는 '없다'라는 말. 일단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정차를 했다. 분명 아내가 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내가 들고 있었나. 모르겠다. 어쨌거나 아뿔싸였다. 짐을 실을 때 아마도 가방을 안 챙긴 듯했다. 바로 렌터카샵으로 다시 향했다. 잠시 아내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결국은 정확히 체크를 못 한 내 잘못이었다. 여권에 현금에 카드에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검은색 가방. 마음이 급하니 차도 빠르게 몰았다. 우리나라와 차선이 반대인 일본. 서툰 동작으로 열심히 달려 목적지에 거의 도착을 했는데 네비를 잘못 봐서 한 바퀴를 뱅하고 돌게 되었다. 한참을 돌아 다시 렌터카샵 근처에 다다랐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너무 한참이나 돌았던 탓일까. 급한 마음에 또 한 번 네비를 놓쳤고 급히 다음 골목에서 좌회전이 필요했다. 차선이 반대이니 방향 지시등도 반대인 일본 렌터카. 사건은 여기서 벌어졌다. 좌회전 깜빡이를 켰어야 했는데 우리나라 차에 익숙한 대한민국인은 우회전 깜빡이를 넣고 왼쪽으로 차를 꺾었다. 곧바로 들리는 경찰차 소리. 뭔지 모르겠지만 경고의 대상자는 나였고 잘못을 한 거 같았다.
차를 멈추니 일본 경찰이 다가왔다. 일본어로 말을 했지만 대한민국의 아빠는 순진한 얼굴로 일본어를 못한다 했다. 가방을 잃어버렸고 렌터카샵을 가던 중이라고 서툰 영어를 했지만 이번에는 일본 경찰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두리번두리번거렸다. 곧 같이 탑승해 있던 일행 중 영어를 할 수 있는 분이 다가왔고 신호를 잘못 넣었으니 면허증을 보여달라 했다. 손에 든 게 아무것도 없는 나는 모든 건 렌터카샵에 있다고 다시금 순진한 얼굴로 읍소를 했다. 당황스러운 그들끼리 논의의 결과는 함께 렌터카샵을 가는 것. 혹시 내가 도망갈까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경찰이 차를 몰았고 난 조수석에서 렌터카샵 가는 방향을 알려줬다. 곧 도착한 렌터카샵. 다행히도 검은색 가방은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오 럭키!! 가방을 바로 챙겨 국제면허증을 보여줬다. 경찰도 웃고 나도 웃고. 혹시나 싶어 페널티를 물었는데 경고 정도만 필요했다며 안전 운전을 하라고 하였다. 당황했던 나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 여행자라 봐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됐다. 경찰은 떠났고 마음을 차분히 하고 천천히 차를 몰아 우미카테 테라스에 도착을 했다. 오키나와의 시작은 정신없었지만 오키나와의 바다는 너무 아름다웠다. 김영하 작가는 저서 <여행의 이유>에서 말했다. 실패한 여행이야말로 진정한 여행이라고. 그렇다. 오키나와 세 번째 방문이라는, 자만심의 아빠가 있는 가족은 그렇게 진정한 여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문제의 검은 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