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준은 각자 다르다. 누구는 음식이고 누구는 쇼핑이고 누구는 휴양이고 등등. 나에게 있어 여행에는 관광이 필히 들어가야 한다. 부가적으로 즐거유 여행지로 기억되려면 통상 날씨가 좋아야 한다. 나 홀로 떠난 첫 유럽 여행. 로마 인 파리 아웃이었는데 중간 지점인 스위스에서부터 비가 내리더니 마지막 여행지인 파리에서는 종일 흐린 날씨가 계속되었다. 흐린 날씨 영향인지 파리에서의 기억은 좋지 않았고 기차에서 눈이 뻘건 흑인이 핸드폰을 가져갈 뻔하기도 하고 마지막 숙소였던 한인민박에서는 돈 50만 원이 없어지기까지 했다(날씨 난조로 스위스에서 쓰지 못한 돈 아끼다 똥이 되었다) 상대적으로 첫 도착지인 로마가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은 건 분명 날씨 때문이다.
아기와 함께 떠나는 첫 해외여행. 여행 가기 전부터 오키나와의 날씨를 계속 체크를 했다. 날씨를 확인한다고 흐렸던 날이 맑아지겠냐마는 한국에서의 장마가 길어지다 보니 불안한 마음은 날씨 체크를 계속 원했는지도 모른다. 간절함은 때때로 배신을 하기도 한다. 태풍의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낭보와 함께 도착한 오키나와. 결국 둘째 날부터 예보는 맞아떨어지기 시작했다. 푹 자고 일어난 상쾌한 아침이었으나 흐린 날의 해변이 불안했다. 불안함 속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틈의 오키나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비가 툭툭. 불길함과 함께 한번 더 사진을 찍는데 비가 와르르 촤르르. 비의 기습에 무방비로 몸이 홀딱 젖었다. 재빨리 자리를 피했고 유모차 속 잠을 자던 아기는 눈을 떴다.
체크아웃까지 한 상태라 젖은 옷 상태로 이동한 둘째 날의 일정. 기대했던 만좌모의 장관 대신 흐리고 바람이 세찬 성난 바다만 보았던 날. 파인애플 파티를 기대했지만 모기에게 잔뜩 헌혈을 했던 날. 미리 점찍어놓은 저녁 장소가 예약이 꽉 차 편의점에 들러 요기를 했던 날. 와이프와 아기의 컨디션 난조는 이때부터였다. 딱히 한 거 없는 망의 날은 오키나와의 변덕스러운 날씨의 영향이 컸다. 아 날씨여. 여행의 둘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