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부터 시작된 날씨 이상 현상. 처음에는 화창한 날씨를 생각하고 방문한 오키나와였는데 이틀차부터 간헐적 비가 내리더니 저녁 즈음에는 비바람을 뚫고 오키나와 도로를 운전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 도착한 오키나와 북부 지역.북부에 거점을 잡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바로 츄라우미 수족관. 동물에 관심을 보이는 아기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최적의 방문지였다. 물론 관심이 덜한 수상동물(호랑이, 사자 등 맹수들을 좋아한다)이 주류지만 그래도 인간 이외의 생명체들의 향연은 아기에게 꽤 관심 가는 장면일 것이라 생각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수족관이라는 츄라우미 수족관. 그만큼 주차 대기줄 또한 길었다. 비가 와서 다들 이쪽으로 몰린건가도 싶지만 그 외의 대체 방문지도 없어 장시간의 기다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18개월 아기의 끈기는 기대만큼 무한하지 않았다. 장고 끝 주차한 츄라우미 수족관이었는데 머묾의 시간은 찰나의 돌고래쇼뿐이었다.
졸림과 배고픔이 겹친 아기의 칭얼거림은 우리를 결국 다시 숙소로 이끌었다. 점심과 낮잠이라는 충전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평정심을 되찾은 아기. 다시 수족관을 갈 수 있는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비는 수족관을 재방문할 때까지도 계속 왔다. 야외 수영장에 하염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아마도 비는 여행 내내 올 것 같다는 체념을 했던 것 같다.
사건은 숙소에서 나올 때 벌어졌다. 문을 닫고 방 키를 주머니에 넣었다는 와이프의 확신은 차키로 판명됐고 닫힌 문 앞에서 서로가 서로를 당황스러워했다.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은 관리자의 호출밖에 없었다. 순간의 당황은 프런트의 친절한 직원이 단숨에 해결해 주었다. 소소한 에피소드는 정신없고 지쳤던 오전의 피로를 씻어주었다. 아빠는 경찰차를 만났고 엄마는 방 키를 두고 나왔고. 이래서 부부인가 보다.
스포츠 경기를 보면 순간이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잠시의 피로 회복은 저녁의 수영장 놀이로 또다시 다른 국면을 맞이했다. 한 시간 여의 수영을 마치고 나니, 아기가 열이 나고 엄마는 목소리가 안 나오는 건강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순간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은 나를 자책했다. 순간순간이 여행의 흐름을 좌지우지했던 하루. 오키나와 여행의 셋째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