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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리보이 Nov 30. 2017

왜 이런 글을 쓰는 거예요?

나는 왜 실체가 없는 글을 쓰고 있는 거죠?

브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재미있는 현상이 일어났다.

연달아 올린 글 두 편이 한 개는 브런치 메인에 그다음에 올린 글이 다음 메인에 실렸다.


'나 이런 거 솔직히 보기 좀 불편한데 그냥 여기에 대한 내 생각은 이래.'라고 끄적거린 글들이 조회수가 한 시간여만에 2만 명을 넘더니 5만 명 아니, 7만 명도 훌쩍 넘어버렸다. 롱 패딩 품귀 현상이야 워낙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고, 카페 창업도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일이다 보니, 여러 가지 흥행요소가 복합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고 생각하니. 이것은 너무 기쁜 일이고 분명 내가 바라 왔던 일이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 내가 글을 쓰는 목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 도대체 왜? ' 내 글에서 누군가는 오지랖이 지나치다고 하였는데. '난 정말 오지랖이 지나친 사람일 걸까?'라고 자문해보았는다. 그건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 나는,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건 말건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타지 생활을 하면서 크게 변화된 부분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가 세상에 중심인 사람이다. 20대 중반이 넘어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기 안에서 형성된 경험이 축적된 것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그러한 관점은 시멘트가 마르듯 딱딱해져서 연장이라도 들지 않는 한 도무지 부서질 생각을 안 한다.(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본 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내가 그들의 생각을 무너뜨릴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그들 중에서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어떠한 현상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굳어질 대로 굳어져버린 확신 가득 찬 시선은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은 존재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불필요한 논쟁을 하고 싶지 않다. 최근 한 연예인의 설전을 보면서 느낀 건데. 뾰족한 모서리 부분으로 극단적으로 쏠린 잘못된 이념이나 생각이 상대방에게 극히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본인은 변화할 생각도 없으면서 상대방이 내 근거 없는 주장을 듣고는 변화나 개선을 바라기보단, 내 의견에 무릎 꿇고 "네 말이 무조건 옳아"라고 복창하며 사죄하기를 바란다. 그 칼날같이 뾰족한 견해에는 어떠한 객관적인 논거도 없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우리) 말이 무조건 맞아'는 라는 오만한 주관으로만 가득 찼을 뿐.

폭풍이 휩쓸고 간 뒤, 그래서 결과는 어떠한가. 실제로 피가 튀기지 않는 전장이 아닌 곳에서 남는 것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공허함뿐이다. 그래서 아마 지금 내 글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아니, 그래서 둘 중에 누구 말이 옳다는 거지?'

굳이 이런 물음에 대답하지는 않겠다. 내 글에는 옳고 그렇다는 주장은 없다. 오히려 그래서 설득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나 스스로도 실체가 없는 글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체가 없는 글을 계속해서 올리려는 이유는?


우리는 어느샌가부터 질문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것을 어디서 느끼냐면은 당장 내 주변에서부터 느끼고 있다.

20대 시절 파이팅이 넘치던 내 친구들에 눈에서 삶에 대한 명확한 초점을 잃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재래시장에 일렬로 늘어선 생선의 눈과도 같다. 대부분 같은 눈빛을 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친구들은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고, 사회나 회사가 정해준 생각에 몰두하여 그들의 생각이 곧 자신의 생각인 양 의지를 불태운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삼삼오오 모여서, 신세를 한탄하거나, 도무지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꿈쩍 않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기도 하며, 마무리는 지난  젊은 날의 즐거웠던 추억을 뫼비우스의 띄처럼 무한적으로 되감기하며 주말을 시작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했 듯. 모든 사람이 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 수는 없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너도 존재하는 것이다. 알고 있다.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태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내 글과 생각은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다. 혹여나 내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내 글을 보더라도 나는 내 생각이 옳아!라고, 느낌표로 말의 끝맺음을 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끝머리에 물음표를 던지고 싶다.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자극이 되기도 하면서 다양한 현상을 나만의 관점으로 물어보고 싶다. 동시에 내가 언젠가는 직접적으로 부딪혀야 할 방향에 대한 끊임없는 동기부여와도 같다. 실체는 없을지 언정 나는 당신들에게 그렇게 스며들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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