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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락사장 Dec 05. 2017

한국적 힙스러움에 대하여.

진정한 힙스터를 꿈꾼다면

"와, 저 카페 힙하다." , "와 이 음악 힙하다." , "와, 저 사람 힙스럽다."


혼란스럽다. 최근 우리나라는 전국을 불문하고 전부 힙한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힙스러움의 주도권은 각 지역을 대표하는 카페들이 전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장의 예술적 감각이 깊게 반영되어 마치 전시회장의 한 부스를 방불케 하는 카페, 혹은 유난히 핑크색을 힙한 것과 동일시 여기기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현상이 힙한 장소라는 가면을 쓴 채 각지에서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왜 그런 것들을 힙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 근거는 무엇일까?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왠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의 '독특함'과 '남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니까, 남들이 많이 가서 사진 찍는 장소니까 '라는 사고가 더해져 이런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는 변함없이 '나'보다는 '남'의 시선과 생각이 우선시되는 사회이다. 아무래도 자기식대로 생각하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힙스러움의 의미는 뭔가 변질된 게 틀림없다. 


한국형 힙스터는 '팔로워 수가 만 명이 넘고, 최신 트렌드(남들이 좋아하는 유행)를 섭렵하고 있으며, 옷을 잘 입고, 본인의 인스타 계정을 통일성(구도, 색체, 명암) 혹은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왜냐하면 그들은, 보여지는 것에 급급한 나머지 유행에 뒤쳐지기를 싫어하고, '난 남들이랑 무언가가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궁핍한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으로 보이는 듯한 환상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멋진 자극제이자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어찌 되었든 그것은 대책 없이 따라 하기 급급한 추종자들의 문제지, 적어도 그런 인스타 문화를 만드는 생산자의 문제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도 창작자라면 창작자다. 다만,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을 뿐.



아니, 도대체 뭐가 힙스럽다는 거야?


힙한 생활 혁명의 저자 사쿠마 유리코는 책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서문에서 간략히 십여년 전 포틀랜드에서 시작된 새로운 문화 조류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새로운 문화 조류는 스스로가 소비하는 물건의 본질을 강하게 의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입에 넣거나 몸에 걸치는 물건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알고, '더욱 큰 것을 더 많이'라는 소비활동과 결별하여 돈을 내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고급 브랜드 가방보다, 자신과 강하게 연결된 느낌을 주는 물건, 예를 들면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 디자인하고 지역의 공장에서 자기와 같은 전차를 타고 일하러 다니는 사람이 만든 상품을 사용하자 하는 새로운 가치 기준의 제안입니다.


새로운 문화 조류는 곧, 힙스러운 문화의 탄생과도 큰 연관이 있다. 그런데 무언가 다르지 않은가?

나 역시도, 힙스러움은 유행과 큰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는 생뚱맞게 나와 물건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외적인 부분, 예를 들면,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스텀프 타운 카페에서 맥북을 켜놓고 작업을 하는 모습보다도, 그런 멋진 모습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이면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미국의 음식이 왜 갑자기 맛있어졌는지, 왜 갑자기 미국에서 크래프트 붐이 일어났는지 하는 질문을 최근 많이 듣습니다. 미국인의 센스가 갑자기 좋아졌다고 해도 어느 날 돌연 미식가가 된 것은 아닙니다. 위기를 계기로 '산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는 라이프스타일 개혁이 있었고, 그것에 호응하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운동이 있습니다.


위에 소개한 두 단락은 사실 책의 서문임에도 불구하고 힙스러운 현상의 본질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해주었다. 결국, 힙한 문화가 생기고, 자리를 잡기 이전에는 '삶에 대한 위기에서 이어진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미국의 외곽 지역에 위치한 포틀랜드가 힙한 문화의 근원지가 되는 이유이고, 아직까지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커다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왠지 모를 낯섦에서 오는 독특함만 받아들이고는 그 외면적 요소만 가꾸기에 급급하다. 알맹이는 다 빼놓고선, 내면보다는 외면에 집중해! 라며 소리치는 꼴이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따라가 보면, 생산자와 소비자 둘 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문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로 본질적 힙스러움을 방자한, 돈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적 힙스러움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카페가 많은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누군가 원작자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너도 나도 '어? 저게 돈이 되네?'라고 따라 하니 모든 게 엉망진창에 뒤죽박죽이 되어버려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혼란의 생태계. 주로 외적인 힙스러움에만 집중한 채 소비를 현혹시키는 것이다.


물론 그 안에서 나쁜 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부분 새로운 문화의 조류가 시작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안에서도 '산다'라는 것을 재해석한 크리에이티브한 생산자들이 멋진 공간, 멋진 제품 혹은 공감할만한 콘텐츠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생각하는 관점에서 정말 힙스럽다고 생각하는 곳은 요즘 뜨고 있는 망원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느 곳과 별반 다르지 않게, 한 집 건너 한 집이 카페인 동네지만, 그래도 이곳이 무늬만 힙스러운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배경에는, 망원시장을 중심으로 한 옛 모습들이 파괴되지 않을 채로 요즘 것들과 함께 묘한 공존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오밀조밀한 주택가들 사이에 대기업이 파고 들어와 홀로 우뚝 선 빌딩(롯데월드타워처럼)을 지을 만도 한데,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한 조짐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망원동의 또 한 가지 정말 재밌는 점은 경쟁업체들끼리의 협업이다. 경쟁에 익숙한 우리는 옆에 똑같은 가게를 차려놓고 서로의 밥그릇을 빼앗기만 급급하지만, 이곳에서는 다양한 카페들과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한데 모여 시장을 열거나, 각자가 서로 소소하게 교류를 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렇듯 동네 상권을 위한 창조적인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힙스러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비슷한 사상을 가진 사람이 만나, 새로운 소비문화 혹은 무언가를 창출해내는 것. 힙스러움의 본질은 제품과 현상에 그들의 정신이 깃들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본질이고 '나'에 초점을 맞춘 생각이다. 더 나아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그 지역을 살린다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책에서는 내가 간략하게 소개한 서문 뒤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에이스 호텔과 스텀프 타운 로스터리와의 관계. 몰락할 줄만 알았던 LP 시장이 판도가 바뀌면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다시 큰 인기를 얻게 된 이유, 우리나라 곳곳에 위치한 히멀 건한 카페에서 사장 본인은 관심 없지만 손님들을 위해 준비한 킨포크 등의 종이 잡지가 다시 인기를 얻게 된 이유 등. 다양한 예를 들어 힙스러운 문화가 탄생시킨 일상 속의 혁명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어떠한 현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대다수는 현상만 받아들이고, 정작 중요한 그에 대한 본질은 외면해버리는 이상한 습관들이 있다. 사쿠마 유미코의 힙한 생활 혁명은 현상 속 본질을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포틀랜드, 브루클린, 북 캘리포니아 같은 자유로운 도시를 중심으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각지에서 같은 의식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일어난 작은 운동은 지금 시대에 맞춰 독립적인 삶의 방식으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많은 힌트를 주고 있습니다. (중략) 그렇게 더욱 큰 문화 조류를 형성하여 큰 힘 앞에서 무력감에 절망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을 살지 말라고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힙스터는 자신들의 음악, 미술, 정치, 문화현상, 음식과 자연에 대한 사고법으로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는 사람이지, 옷을 예쁘게 입고 핫플레이스에 사진을 찍으러 우르르 몰려다니는 사람이 아니다. 지금처럼 인스타의 사진 한 장을 위해, 힙스러움을 방자한 가짜들이 판치고 있는 우리 시대에야 말로 진짜 힙스터들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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