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룩켓매거진 Mar 10. 2023

미니멀리즘 말고 많이멀리즘

눈으로 다양하게 찍먹하라!

‘많이멀리즘’이란 낯선 단어에서 묘하게 친숙함이 느껴지는 건 아마 ‘미니멀리즘’이란 말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익숙한 단어는 좋아하는 게 너무 많고 속이 살짝 뒤틀린 사람에게 밉보이기 십상이다.


애초에 풍족하게 가져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최소화로 살라는 거야?

‘많이멀리즘’은 이렇게 ‘미니멀리즘’을 비꼬는 시선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미니멀리즘’이 자발적으로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만 남겨두는 것이라는데…

그렇다면 무조건 많이 사는 게
많이멀리즘일까?


진정한 많이멀리즘의 의미를 알아보기에 앞서, 최근 나의 심금을 울린 노래를 하나 소개한다.

아, 공감된다.
아니? 공감하고 싶지 않아.
근데 빼도 박도 못하게 내 이야기네.


결국 인정했고 배배 꼬여있던 속이 평평하게 풀리며 비로소 나의 찌질함과 직면하게 되었다. ‘난 찌질하지 않아!!!’ 라고 외치는 데시벨과 비례하게 찌질한 인간이었음을, 버리는 물건들 대다수는 누군가를 흉내 내다 실패한 흔적이었음을, 무너져가는 옷장과 책상은 주인을 잘못 만나 안 해도 될 고생을 했음을… 모든 물건은 각각의 용도와 가치 있다며 소유물에 필사적으로 정을 붙여버려서 방에 버릴 게 하나도 없다던 나의 개똥철학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THE END-

물건을 선택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니 대충 그 선상에 있는 것들을 무분별하게 사들이고, 다 겪어 보고 나서야 ‘아 이건 아니군.’깨닫는 것의 반복. 이제는 내가 안목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만 찌질한 인간이 되고 싶다.


걸리면 그렇게 완치가 힘들다는 아티스트 병. 영감의 원천은 고독과 카페인이라며 매일 에스프레소 n잔과 틱톡에 희생당한 노래는 듣지 않는 음악 취향 그리고 아무도 시도 안 할 것 같은 스타일을 고집하고 이유 없이 잠을 아끼는 시기, 다들 살면서 한 번씩 있었을지도 모른다. (흔히 중2쯤 많이 겪는다) 길을 걷다 '지금 무슨 노래 듣고 계세요?' 물으면 아무도 모르는 명곡을 대답하고 싶은 마음, 사람들이 잘 모르는 새로운 브랜드 옷을 찾아내고 한껏 아는척하고 싶은 그 마음!


물론 나만의 외길을 집요하게 고집하는 것도 전문가적인 발상이지만 아직은 시야를 넓혀야 하는 인생 연습생이니까. 성공적인 인생 데뷔를 꿈꾸는 자, 눈으로 다양하게 찍먹하라! 수많은 선택지 중 내 것을 똑똑하게 잘 골라내기 위해 난 ‘많이멀리즘 라이프’를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앞서 이야기한 ‘미니멀리즘’의 핵심이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 있는 걸 잘 구분하고 선택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에서 '많이 보는 게 우선'이라는 힌트를 얻었다. 일단 편견 없이 다양한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생각의 범위를 넓혀야겠다고.


본인의 것을 잘 해내고 있는 게 보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해 보이는 경향이 있어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은 꼭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자신의 비하인드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보이는 콘텐츠>들을 보면, 순간은 재미를 느끼기도 하지만 한편을 다 본 뒤에 나를 되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그렇게 방구석에서 시작된 작은 생각들은 때론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간혹 머릿속에 깊숙이 자리했던 오랜 편견을 깨버리기도 한다.


시크릿 찍먹 리스트1.

다른 사람의 타고난 재능이 마냥 부러웠던 적이 있다. 어릴 때 일찍이 재능을 발견하고 정해진 수순처럼 길을 걸어온 사람이지만 국악을 시작하게 된 이유와 현재에 대한 송소희의 솔직하고 당당한 답변은 반전.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되는데…

<출처> 이승윤의 후아유


시크릿 찍먹 리스트2.

탈락 위기에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기 위해 제시한 기타 리프를 활용해 30분 만에 2분짜리 무대를 만들어야 하는 극악 난이도의 미션은 사람이 정신줄을 내려놓기 충분하다. 그럼에도 천재는 해내더라. 정작 본인은 어리둥절하고 얼떨떨해했지만 그 기세가…

<출처>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젼


시크릿 찍먹 리스트3.

첫 출근을 마치고, 까르보 불닭에 맥주를 마시다가, 하루를 곱씹어 보다, 정확한 이유도 모르는 채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게 각자 상황이 다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같았다. 10년 사회생활을 했어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구나. 그럼에도 인간은 곧 적응을 하게 되고 첫 월급날이 다가오는데…

<출처> 뭐혜인마 hey! in Australia


시크릿 찍먹 리스트4.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보이는 공간에 따라 삶을 사는 태도가 바뀐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보증금 500에 월세 35, 나는 젊은 청년인데 한 달에 35만 원은 벌겠지라는 생각으로 자취를 시작했고 작품이 없을 땐 고된 일을 하면서도 앞으로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공간을 소중히 여기며 버텼다고…

<출처> 나 혼자 산다


개성이 중요시되는 세상에 가끔은 나다움을 강요받는 기분이 들 때, 쿨병 걸린 세상을 방패 삼아 애써 숨겨온 나의 찌질함이 수면 위로 올라올 때, 이상과 현실이 너무 달라 혼란스러울 때, 아직도 어떤 대처 방법이 맞는지 잘 모르겠으나 현재로서는 한 발짝 물러나 주변을 더 넓게 바라보고 나의 상태를 인정하고 빨리 받아들이는 게 가장 스타일리시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 글도 나를 솔직히 털어놓은 하나의 예시였고, 인정하기 전까진 부끄러웠지만 막상 내뱉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나만 찌질한 인간인가 봐>

유튜브 과나gwana


<눈으로 다양하게 찍먹하라>

라디오 스타 230301 방송


<시크릿 찍먹 리스트>

네이버 나우 이승윤의 후아유 송소희 편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면 8화

유튜브 뭐혜인마

나 혼자 산다 230303 방송


<원문>

@looketmag_official

매거진의 이전글 힙(Hip)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