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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an 02. 2016

나홀로 14일 제주 여행 - Epilogue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1년의 터울을 두고 다녀온 두 번의 여행이 끝났다. 그와 함께 내 인생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였다. 6년간 몸과 마음을 바쳤던 사업을 정리하였고, 그와 함께 같은 기간의 사랑도 마침표를 찍었다.


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남들처럼 면접을 봤고, 조금은 여유 있게 시작하려 했던 다음 인생을,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는 바람에 생각보다 빨리 시작하게 되었다. 사업을 했던 '경훈님'에서 직책으로 불리는 직장인이 되었다.


일상을 여행처럼 산다는 것의 핵심은 '주체성'이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일을 한다 해도 해야 돼서 하는 게 아닌, 내가 진짜 원해서 할 때 일상은 또 하나의 여행이 된다. 똑같이 출근하고 똑같이 일을 해도, 월급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만족과 뚜렷한 목표가 있을 때 직장도 하나의 사업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Entrepreneurship'과 상반되는 'Intrapreneurship'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기업가 정신을 뜻하는 전자의 단어처럼, Intrapreneurship은 직원으로 업무를 수행함에도 스스로 주체성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는 정신을 뜻한다.


회사에 들어와서 마케팅 매니저로서의 업무를 처음 수행하게 되었다. 기존에 사업할 때는 모든 업무를 총망라하며 했다면 지금은 브랜드 정책을 포함한 마케팅 업무만을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러 크지 않은 회사를 선택하여 왔기에 나에게 주어지는 책임이 많고 그만큼 권한이 많다. 딱 내가 원했던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이 정말 재미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을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는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 기대된다.


5시 반 업무가 끝나면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바로 조깅을 간다. 한 시간 가량 뛰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복잡했던 생각들을 다듬는다. 조깅의 좋은 점은, 하루에 한번 '성공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는 것이다. 달리기 전에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면서 나는 매일 매일 성공을 경험하고 있다. 그와 함께 키워지는 체력은 덤이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오면 라디오부터 킨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 수동적인 소비를 자제하고 능동적인 소비를 원하기에 처음부터 설치를 안 했다. 대신 나름 비싼 돈을 주고 프로젝터를 사고 음향 시스템을 갖춰놔서 일주일에 최소한 한 번은 영화를 본다. 요즘은 80년대의 영화들을 다시 보는 재미에 빠졌다.

주말에는 요리를 즐긴다. 평일에는 회사에서 밥이 다 제공되기에 요리를 할 수 없지만 주말은 나만의 식사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다. 만드는 과정도 중요하기에 하나하나 직접 요리를 한다. 스테이크를 만들어서 홀로 와인에 곁들여서 먹기도 하고, 도우를 직접 반죽하고 피자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식욕의 건강한 만족이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는다. 날 좋은 날은 마당에서 친구들과 한잔도 하지만 지금은 추워서 임시 휴업 중이다.

2016년에는 철인 3종 경기 완주를 목표로 해볼까 한다. 그와 더불어 다른 취미를 하나 가져보고자 한다. 미술학원을 다녀볼까 생각 중이다. 예술은 삶을 풍족하게 해 주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삶의 모든 부분이 다 예술이겠지만 그 감정을 어딘가에 남기고 싶다. 무엇을 하든 중요한 것은, 내 행복을 위한 길을 걷는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있을까?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그렇다"라고 당당히 대답할 수 있다. 앞으로 어떤 삶이 기다릴지, 언제 일상이  또다시 현실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언젠가 다시 사업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미래는 모르기 때문에 더 두근거리는 것이 아닐까.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결국 인생이 행복해지 길이라 생각한다.


확실한 것은 지금 나에게는 여행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니, 여전히 나는 여행 중이다.


6년전 인도 여행 다닐 때의 거지 사진은 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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