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느끼는 것 vs. 좋아하는 것 vs. 잘하는 것
경영학 서적 중 가장 좋아하는 'Good to Great'에서는 사업 아이템을 고를 때 다음의 3가지 조건이 만족되는지를 확인하라고 한다. 먼저 자신이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인지, 그 다음에 실질적으로 내가 잘하는 분야인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익성이 보장되는 지를 확인하라는 얘기다. 이 세 가지가 만족된다면 해당 사업의 성공 확률이 높다라는,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당연한 것이 가장 어렵다.
반드시 사업이 아닌, 자신의 인생 길을 선택할 때도 이런 척도는 비슷하게 존재한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나는 다음 3가지 조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3가지 조건에는 중요한 순서가 있다.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내가 이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했을 때 가치를 느낄 수 있을지이며, 두 번째는 내가 이 일을 즐겁게, 그리고 재미있게 할 수가 있을지의 여부이고, 마지막은 이 일을 내가 잘 할 수 있는지이다. 만약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면 먹고 살 수 있는 만큼의 돈은 어떻게든 들어올 거라고 믿기에 물질보다는 가치, 흥미, 적성 이 3가지가 더 중요한 요소인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다. 내가 가치를 느끼는 분야에서는 큰 행복은 있을지라도 업무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은 느끼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며, 더욱이 그 일을 잘할 수 있을지는 더 미지수이다. 게다가 나 같은 경우 지난 6년을 어찌 보면 내 적성과 관련없는 분야에서 머물렀기에 '잘하는 것', 즉 '경력'이 내가 원하는 분야에 맞쳐져있지 않다는 어려움도 있다.
사실 '사업'이 매력적인 이유는 이러한 모든 조건에 대한 고민을 무색하게 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 중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이 '가치를 느끼는 분야'인데 사업을 하게 되면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만족이 된다. 비즈니스는 창업자의 마인드가 그대로 반영이 될 수밖에 없기에 어떤 아이템이든 그리고 어떤 산업군에서이건 무관하게 창업자 고유의 가치는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업'은 중독적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사업을 하는 사람만이 자신이 가치를 삶에서 끌고 나가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기업가 정신을 뜻하는 'Entrepreneurship'과 대비되는 말로 'Intrapreneurship'이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한 기업의 대표가 아닌 직원이면서도 자기 자신의 가치를 실현하며 주도적으로 일을 하는 마인드를 뜻한다. 주인의식, 소속감, 열정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이다.
결국 또 다시 돌아왔다. 뭘 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이 결국 그 무엇을 '어떻게'하는지, 그리고 '왜'하는지이다. 하지만 '무엇'이 정해져야 그 다음도 있는 것이기에 결정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러하기에 나의 고뇌는 오늘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