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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ul 16. 2015

사랑은 어두움을 받아들이는 것

겉궁합, 속궁합과 마찬가지로 어둠의 궁합을 맞춰보자.

화장을 한다. 회사 갈 때는 안 꺼내던 고데기를 가지고 와서 머리를 고급스럽게 만다. 이번에 세일할때 구매한 가장 아끼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꺼내 입는다. 그에 맞는 귀걸이와 목걸이를 준비한다. 굽이 높아서 평소에는 못 신던 신상 구두를 꺼내 신고 거울 앞에 선다. 완벽하다.


일찍 일어나 머리를 감는다. 조심스럽게 드라이를 하면서 세팅하기 좋게 머리의 결을 잡아준다. 비싸지만 세팅력과 세정력이 뛰어나다는 광고에 혹해서 구매했던 왁스를 꺼내 살짝 손에 묻힌다. 한참 머리 세팅을 한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다. 약속 시간이 얼마 안 남았지만 결국 머리를 다시 감고 드라이를 다시 한 후 한번 더 세팅을 해본다. 이번에는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남자가 무슨 화장품이냐며 무시하면서도 슬쩍 구매했던 비비크림을 살며시 발라본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본다. 완벽하다.


Edvard Munk, The Kiss [1897]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것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를 혹은 그녀를 만나러 갈 때 자신의 장점을 한껏 드러나게 꾸미고 단점은 보이지 않게 구석에 꼭꼭 숨겨놓는다.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고,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한다.


상대방에게 좋게 보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이어진 우리의 사랑은 어느 순간 큰 벽에 부딪치게 된다. 예쁜 면만 보아왔지만 막상 그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쉽게 마주하던 밝은 곳이 아닌 가장 어두운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때 말이다. 그 어두운 면과 마주하는 그 순간, 사랑은 갑자기 미로처럼 복잡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어두운 면이 있다. 그걸 트라우마라고 할 수도 있고, 상처라 부를 수도 있으며, 심지어 정신병이라 칭할 수도 있다. 무엇이라 부르든간에 그 어두운 면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거다. 또한 그 부분이 자기 인격형성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굳이 프로이트를 인용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 느끼고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기 인격의 코어라고 할 수 있는 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우리는 너무나도 늦게 상대방과 공유한다.


우리는 외모의 호감성, 성격의 적합성, 직업 등을 포함한 조건들의 유사성, 그리고 심지어 속궁합까지 따지면서도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이 어둠의 궁합에서는 시선을 회피하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회피한들, 어느 순간 모든 사랑하는 이는 깨닫게 된다. 열정적으로 보였던 우리 사랑이, 영원할 것만 같던 우리 사랑이 갑자기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 벽 앞에 서는 순간, 우리는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다른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마주하게되며 이 벽을 허물지, 그냥 넘어갈지, 혹은 돌아갈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겉궁합, 속궁합 처럼 어둠의 궁합도 맞춰보자.



그러하기에 겉궁합, 속궁합이 중요하듯이 어둠의 궁합도 매우 중요하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수 있다. 겉궁합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속궁합으로 사랑이 깊어지지만 사랑의 완성은 어둠의 궁합을 통해 이루어진다. 어둠의 궁합이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궁합들은 노력으로 안맞는 부분을 부분적으로 맞추는 것이 가능할지라도 이 어둠의 궁합은 내면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어떠한 노력으로도 변화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녀의 벽을 내가 단순히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벽은 내가 공감하고 받아들여 내 일부가 될 수 있는 벽이어야 한다. 처음에는 벽을 외면한채 돌아들어가거나 사랑으로 그 벽을 이해하기만 한 채 넘어가려 하지만 그러하기에는 그 벽의 두께가 너무 두텁다. 진정한 사랑의 완성이 되려면 그녀의 벽과 내 벽의 궁합이 맞아야만 한다. 그리해서 이해를 넘어선 공감과 일치로 나와 그녀의 벽 둘다를 허물어야만 한다.


6년간 사업을 하면서, 그 기간 동안 직원들과 수없이 면담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로 사람의 본질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사람의 장점과 단점은 같은 곳에서 기인한다. 하나의 원천에서 밝음과 어두움이 같이 꽃을 피기에, 어두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밝음 또한 진정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려면 그녀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얘기하고 싶다. 한번쯤은 화장을 지우고, 가면을 벗고,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낸 체 서로에게 다가서보자. 사랑한다면, 더 깊어지기 전에 서로의 어둠의 궁합을 한번 맞춰보자. 이 과정이 빠를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며 사랑도 진실되어진다. 하지만 이 궁합이 맞지 않다면, 우리는 힘든 사랑을 하게 되거나 슬프지만 서로의 행복을 위한 다른 사랑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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