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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Jan 02. 2016

조깅

건강한 육체에서 오는 건강한 마음


"쓰읍, 쓰읍. 하아, 하아"


거칠게 내쉬는 호흡, 힘겹게 내딛는 발걸음. 지칠 듯이 무너지는 몸과 그에 비례하여 스며드는 충만감.


나는 조깅을 좋아한다. 다른 운동도 다 매력이 있겠지만,  조깅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면서 역설적으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운동은 몇 개 없다. 그 누구와의 경쟁도 아닌 순수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 내 한계를 시험하면서 얻는 쾌락, 조깅은 중독적이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저 욕심껏, 마음이 이끄는 데로 악과 깡으로 달려서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다. 조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1차적으로 심폐능력에서 한계에 부딪친다. 그동안 유산소 운동을 멀리했던 비루한 몸뚱이라면 이 벽은 특히나 생각보다 고통스럽기에 대부분 여기서 작심삼일을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굉장히 괴로울지 몰라도 사실 이 벽은 그리 높은 벽은 아니다.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에게도 5킬로를 부담 없이 뛰게 되는 순간부터 이 벽은 사실상 사라진다.


6킬로, 7킬로를 달리게 되면 그때부터는 심폐 능력보다는 다른 실질적인 문제들이 부각된다. 새로 당면하는 벽들이 꽤 크기에 심폐의 한계는 느껴지지도 않는다. 7킬로를 자신의 능력 한계까지 밀어붙여 뛰어도 마지막 스퍼트를 안 한다면 운동이 끝난 후에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심폐의 한계가 없어졌다기보다 정확히 말하면 다른 한계들이 먼저 온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이때 생기는 벽은 지구력, 즉 스태미나의 벽, 그리고 관절의 벽이다. 전자인 지구력의 벽은 사실 큰 문제가 안된다. 근육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연습을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근육은 단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절의 벽은 다르다. 관절은 단련이 불가능하기에 요령이 필요하다. 이때부터는 무조건 악과 깡으로 달리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육은 온라인 게임에서 경험치가 쌓이면 자동 레벨업 되듯이 자연스레 성장하지만, 관절은 '몬스터 헌터' 같은 유저 레벨업 게임 같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기술이 레벨업이 되어야만 성장이 가능하다.


나는 조깅을 좋아하지만 작년에 무리하다 무릎의 통증으로 인하여 결국 아예 달리기 자체를 한동안 접었었다. 병원도 다녀보고 휴식도 취해봤지만 한번 망가진 관절은 잘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 무리해서 걷기만 해도 통증이 찾아오는 상황에서 달리기를 지속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 년 여가 지나고 어느새 통증이 없어지고 다시 조깅을 시작하면서 당시 왜 무릎이 망가질  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더 글을 쓰기에 앞서, 여기의 내용은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순수한 내 경험에 토대한 사실임을 강조한다. 정보전달성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음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관절 때문에 달리기를 접을 만큼 문제가 되었을 때도 이를 해결할만한 내용을 아무리 검색해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나 자신의 문제는 경험적으로 해결했기에 어느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어서이다. 그러기에 어떠한 반론도 환영한다. 나에게 통용되었다고 하여 누구나에게 다 적용되리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1. 가장 중요한 것은 워밍업과 쿨다운이다.


이전에는 간과했거나 소홀히 했던 워밍업에 대한 중요성을 최근에 깨닫고 있다. 단순히 스트레칭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몸을 덥혀줄 필요가 있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조깅을 할 장소를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잡는 거다. 그곳까지 가는 동안 파워워킹으로 걸어가고, 신호등에 걸릴 때마다 스트레칭을 한다. 그리하면 도착했을 때는 자연스레 워밍업이 되어 있다. 혹시 스트레칭이 부족하다면 조금 더 스트레칭을 하고 조깅을 시작한다. 끝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힘들더라도 앉아서 쉬지 않고 바로 20분을 걸어서 집으로 돌아온다.  중간중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물론, 집에 와서도 마지막 한번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마무리한다.


5킬로의 벽을 넘었다면, 제일 첫 번째로 필요한 것은 전체적인 충격의 최소화이다. 작년 내 무릎의 통증은 왼쪽 다리의 바깥쪽 무릎, 아마도 장경인대라 불리는  그쪽에서 비롯되었다. 정확한 원인은 비전문가인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추측하건대 약간  팔자걸음의 성향이 있는 내가 달리기에도 이를 똑같이 유지함으로써 내딛을 때 바닥에서 전해지는 충격이 무릎 바깥쪽에 오롯이 쌓이면서 문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세 가지를 수정한 지금, 장경인대의 문제는 사라졌다.


2.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의식하고 발을 내딛는다. 만약 평상시에 발  바깥쪽이 먼저 닿는다면 억지로 안쪽으로 딛으려 노력한다.


3. 발 뒤꿈치가 무조건 먼저 땅에 닿게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달리면 발 중앙에 충격이 쏠리고 이는 무릎으로 바로 전달되기에 의식적으로 뒤꿈치를 닿고 동그랗게 만다고 생각해라.


4. 발을 높이 들지 않는다. 약간 끈다는 생각까지 하면서 달린다. 높이 들 수록 내딛을 때의 충격도 커진다.


발 뒤꿈치가 먼저 닿는다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막상 해보면 그렇지 않다. 의식을 해야만 한다. 5킬로 미만에서는 아무렇게 달려도 큰 문제가 없지만 그 이후부터는 이런 디테일이 중요하다. 발을 높이 들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으로 높이 들어서 내딛는다면 충격 에너지가 더 높을 것은 당연하다. 나는 발을 거의 지면에 끈다는 생각으로 달린다. 물론 실제로 끌라는 말은 아니다.


이렇게 달리니 무릎의 통증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다. 발바닥 뼈에 무리가 가면서 아파오기 시작하였다. 정확하게는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시작되는 그쪽 관절에서 통증이 생겨서 이틀 이상 연달아 달리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조깅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였지만 뛰고 나면 항상 통증이 수반되는 것이 달리기로 인한 충격이 전달된다고 밖에 생각할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 아무리 검색해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일단 어떻게 검색해야 하는지도 애매했고, 이런 내용을 다룬 글도 많지가 않다. 그러다 비슷한 내용을 우연히 찾게 되었고, 이를 활용하여 달려보니 바로 통증이 사라졌다. 사실 매우 단순한 거다.


5. 발을 땅에서 땔 때 발바닥이 아닌 발가락으로 때도록 해라.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다. 중국의 태극권의 원리는 직선의 충격을 원운동으로 완화시키는 거다. 여기서도 원리는 동일하다. 지면을 통해서 전달되는 충격 에너지를 원운동으로 최소화하는 거다. 뒤꿈치로 시작된 원운동은 발가락 끝에서  마무리된다. 기존에는 뒤꿈치는 의식해서 딛었지만 떨어질 때는 발가락이 아닌 발바닥 앞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이용하였고, 이 충격이 중첩되면서 그쪽 관절인 '엄지발가락이 시작되는 곳'에 통증이 시작된 거라고 생각한다. 의식적으로  발가락까지 원을 이어간다고 생각하고 달리기 시작한 후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것 보면 이런 생각이 맞다고 본다.


이런 모든 일련의 동작은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체화시켜야 한다. 처음에 6킬로를 뛰면 통증이 있던 무릎이, 자세가 체화되고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7킬로, 8킬로, 10킬로에서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이후에는 어쩔 수 없는 전체적인 통증이 생기긴 한다. 충격을 완화시키는 거지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관절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외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6. 좋은 운동화를 신어라. 무게에 초점을 맞춘 마라톤화가 아닌, 충격을 흡수하는 조깅화를 고르자.


7. 조깅 전용 트랙을 활용해라. 딱딱한  아스팔트보다는 푹신한 트랙이 충격을 완화시킨다.


이런 모든 작업을 거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하나 꼭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지금의 과정들은 충격을 '완화' 시키는 것이지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거다. 조깅은 근본적으로 관절에 무리를 주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완화를 한다 하더라도 충격이 전달되고 그게 쌓이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하기에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


8. 일주일에 최소 이틀 휴식을 취한다. 통증이 있을 시에는 무조건 바로 이틀을 쉰다.


조깅은 중독적인 운동이다. 어느 순간 습관이 되고 익숙해지면 이틀을 쉰다는 게 매우 찝찝하고 불안해진다. 하지만 오랜 기간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이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일주일에 최소 이틀, 가능하면 삼일은 쉬도록 하고, 몸에 무리가 느껴진다면 바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틀을 연달아 쉬어주는 것이 경험상 좋다. 관절이 한번 탈 나면 이틀이 문제가 아니라 일 년을 쉬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잊자 말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한계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 한계는 조금씩 늘려야 한다. 갑자기 늘리게 되면 체력이 부족해지면서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게 된다. 자신의 한계는 체력의 끝까지 가는 게 아닌 자기의 자세를 유지하면서 뛸 수 있는 그 끝이다. 하루 이틀이 아닌 일 년, 10년을 염두에 두자.


나는 조깅을 꼭 운동을 목적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자신과 싸우며 달리다 보면 근심거리가 해결되며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가 된다. 한번 달리고 나면 보통 머릿속에서 글을 하나 써오고는 한다. 몸을 움직여야 머리도 움직이는 법이다. 그리고 다른 것을 다 떠나서, 땀 흠뻑 흘리고 집에 돌아와 샤워할 때의 상쾌함은 그 무엇과도 비할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에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성이다. 40대, 50대, 그리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나는 달리고 싶다. 이것이 내가 젊음을 유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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