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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Oct 01. 2015

5초의, 5분의, 5시간의 그리고 5일의...

행복은 여유로부터 시작된다.


행복은 여유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는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은 자신을 돌아볼 수 없다. 현재를 살아갈 수 없으며, 현재에 존재할 수 없다. 현재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현재'를 느낄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여유란 무엇일까?






5초의 여유는 기다림이다.


눈을 감고 5초를 한번 세어보자.


"1초, 2초, 3초, 4초, 5초."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다. 헌데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짜증은 이 5초 때문에 일어난다. 운전하는데 앞차가 끼어든다고 짜증내 한다. 그 앞차로 인해서 내가 손해 보는 것은 기껏해야 5초 정도이다. 엘리베이터가 늦게 온다고 짜증내 한다. 거기서 버리는 시간이 과연 1분이 넘어갈까. 자판기에서 커피가 나오기 전에 우리들의 손은 벌써 컵에 닿아 있다. 그 5초를 못 버텨서 말이다.


이번에는 한번 거꾸로 생각해보자. 길을 가다 신호등에 걸린다. 이때 짜증내 하지 말고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맑은 햇살을 얼굴로 느껴보고, 주변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미소를 눈에 담아보자. 새들의 지저귐에 귀기울이고, 차들이 빗어내는 음악의 향연을 음미해보자. 장담하건대 그 5초 때문에 오늘 하루가 즐거워질 것이다. 5초를 즐길 줄 아는 자가 하루를 즐길 수 있다.




5분의 여유는 잠시 멈춤이다.


5초의 여유가 일상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기다림을 즐길 줄 아는 거라면, 5분의 여유는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여유의 시간이다. 우리들은 항상 뭔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지하철에서도 단 5분 동안이라도, 그 무엇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있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스마트폰의 보급은 그나마 있던 5분의 여유 마저 앗아가버렸다.


이번에 홀로 다녀온 두 달간의 여행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중에 하나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을 살기 위하여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이다. 이 때문에 여행이 끝난 후 약 한 달 전에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겼다. 마당 있는 호화로운 저택은 당연히 나에게 부담스러우므로, 넓은 마당이 있으면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서울 도심의 옥탑방으로 내 삶의 터전을 이전하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5분의 여유를 얻었다.


매일 아침, 기상하면 씻기 전에 속옷 바람으로 마당에 나가 잠시, 약 5분 동안 홀로 앉아 있는다. 딱히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냥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내가 만든 벤치에 몸을 의지해본다. 그 짧은 시간동안 차갑고 거친 바람을 몸으로 직접 느끼면서 잠에서 깨어나고, 또 내가 살아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이 시간이 길 필요는 없다. 그렇게 5분 앉아 있다 정신 차리고 기운 찬 마음으로 몸을 씻고 활기차게 출근을 준비한다.


퇴근하고 와서는 방에 들어가기 전에 잠시, 역시 약 5분 동안, 마당에 만들어놓은 평상에 앉아 달을 지켜본다. 최근에 추석이 다가오고 지나면서 달이 부풀어 오르다 다시 날렵해지는 것을 매일 같이 지켜보았다. 이걸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바닥을 보느라 바뻐 하늘을 보지 못한다. 달의 살아있음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행복을 느낀다. 5분 동안 그렇게 앉아서 멍하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머물다가 일어나서 방으로 향한다.


인생에 쉼표가 필요하듯이, 하루에도 쉼표가 필요하다. 무음이 음과 음 사이를 이어주고, 여백이 그림을 돋보이게 하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여유의 시간도 우리의 하루에 꼭 필요한 시간이다. 이런 쉼표가 없으면 맺고 끊음이 안되고, 내가 삶을 끌고 나가기 보다는 삶이 나를 끌고 나가게 된다.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중요하고 급한 일이 앞에 있으면, 바로 시작하지 말고 오히려 5분의 여유를 가진 후에 일을 시작해보자. 그 5분 덕분에 집중력도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창의력과 주도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5시간의 여유는 이다.


5초, 5분의 여유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면, 5시간의 여유는 이루어내야 하는 영역이다. 5시간의 여유는 정확히 말하자면 오후 7시부터 12시까지, 퇴근하고 나서의 개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삶에서 일이란 매우 중요하다.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물질적인 기반을 만들어주고, 성취감과 목표를 줘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도 결국 자기의 생활을 행복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진정한 삶은 일을 할 때가 아닌 일을 끝나고 나서 시작된다. 우리들은 5시간의 여유를 위해 9시간의 일을 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번에 취직을 준비하며 면접에서 반드시 물어본 질문 중 하나가 야근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직장인이 야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자기 일을 위한 야근이냐, 그저 분위기를 위한 야근이냐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나는 업무 시간에는 사사로운 개인의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반대로 업무 이외의 시간에는 업무와 관련된 일은 절대 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보통 한 시간 일찍 출근하지만 업무 시작전에는 책을 보거나 글을 쓰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집중만 한다면, 그리고 그 시간에 충실한다면 주어진 시간에 모든 일을 마무리할 수 있고 야근도 필요 없다고 믿는다. 이로써 우리에게는 소중한 5시간의 여유, 즉 삶이 생기게 된다.


나는 이 5시간을 운동과 독서에 보통 할애한다. 6개월 전 쯤부터 시작한 조깅이 이제는 삶의 일부가 되어서 뛰지 않으면 하루를 버리는 느낌이다. 몸을 극한으로 몰면서 뛰다 보면 내가 살아있음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되고 육체의 활발한 운동으로 뇌도  자극받는지 복잡했던 생각도 곧잘 정리가 되고는 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8키로 정도를 뛰고 온 날이면 샤워만 하고 바로 키보드 앞에 앉아 글을 하나 작성하고는 한다. 이 글도 그렇게 작성했다.


인생이 행복하려면 당장 오늘 하루가 행복해야 한다. 물론 그 순간을 즐기며 업무 또한 행복하게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시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5시간의 여유는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5일여유는 분리다.


장기를 가장 잘 두는 사람은 훈수를 두는 사람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만큼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 뻔하고 당연한 진리를 우리들은 삶에 적용시키지 못하고 있다.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막상 내가 어디로 가고 있으며, 도데체 이곳에 왜 있는지를 전부 잊게 된다. 그저 앞으로 가야 하기에 앞으로 갈 뿐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분리다.


분리는 일상에서 멀어짐을 뜻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신적으로, 그리고 물리적으로 자신의 평범한 일상에서 의식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여행이 중요한 이유다. 여행은 자기 자신에 대한 훈수를 가능하게 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여행도 최소 5일, 가능하면 일주일 이상이 되어야 의미가 있다. 물리적인 분리야 이 곳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정신적인 분리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3일 정도는 멀어져 있어야 일상과의 완벽한 정신적인 분리가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일 년에 최소 한 번 정도는 일주일 이상, 자기 자신의 일상과 멀어지는 시간을 가져보자.


구직 활동 중 면접에서 또 하나 물어본 것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휴가를 이어서 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우리나라 회사 중에서 단지 눈치 때문에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휴가를 내고 금요일 하루 때문에 여행을 일찌감치 끝내는 웃지 못하는 상황을 주변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이 회사로 내 인생을 결정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보통 이런 5일의 여유는 개인보다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 노는 것이 일하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그 당연한 사실을 우리나라 기업들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다.


나는 올해는 5일의 여유가 아닌, 60일의 여유를 가졌기에 추가로 이 여유를 누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나도 직장인으로 제도권의 테두리 안으로 복귀하였으니,  내년부터는 5일의 휴가로 9일의 여행을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떠날 예정이다.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고 혼란스러울 때면 5일의 여유와 분리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리고 5년의 여유...


마지막으로 5년의 여유는 끈기다. 인생은 작심삼일이 아니다. 가치관은 너무 변하지 않아도 문제지만 너무 쉽게 흔들려도 문제다. 어떤 일을 하든,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생각을 하든, 5년은 느긋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사람을 아는데도, 일을 하는데도, 가치관을 추구하는데도 그 정도의 시간은 필요한 법이다. 5년을 기다릴 줄 아는 여유와 끈기, 어찌 보면 행복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부분일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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