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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RI Oct 18. 2015

라디오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고등학교의 힘겨운 나날들을 함께 해준 변하지 않는 친구였다. 그때는 티비를 보는 것보다 라디오를 듣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라디오는, 운전할때나 버스에서 누가 틀어줬을때 그냥 스쳐 지나가듯이 듣는 그런 존재가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강렬한 시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지금, 잔잔하고 단순하게 소리로만 감정을 전달하는 라디오는 갈수록 구시대의 산물이 되고 있다.


하지만 내 집에는 티비가 없다. 나는 티비가 주는 수동적인 소비의 형태가 행복에 매우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삶을 주도적으로 가져 가는 것이 행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멍하니 이유없이 바라보며 주도적인 생각을 방해하는 티비는 여러모로 행복을 방해한다.


대신에 라디오 하나가 내 방에는 항상 켜져있다. 라디오는 티비처럼 우리의 생각을 모두 가로채지 않는다. 라디오를 틀어놓고 책을 보기도 하고, 글도 쓰기도 하며, 가끔은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전현무의 목소리를 알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타블로의 목소리로 잠에 든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단순한 편의는 우리네 삶을 행복하게 해주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사실 가장 두근거리고 설레였던 날들은 지극히도 단순했던 삐삐에 메시지를 남기고 답변이 오기를 기다렸던 순간들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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