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려동물(ver.쑤)

61년생 ISFJ 엄마와 ESFJ 88년생 딸의 동상이몽 일기

by ssoocation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의 첫 반려동물은 고양이가 아니였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꽤 많은 동물들을 키웠다. 고덕동 집에 살았을 때 작은 거북이 두 마리를 키웠다. 상봉동 집에서는 안방에 큰 어항 속에 수마트라와 청소부 물고기 그리고 네온테트라가 있었고 초등학교 저학년 때 병아리와 햄스터가 잠시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내가 기억하는 이 동물들의 결말은 꽤 비극적이고 꽤 미스터리한 걸 보면 '진정한' 가족으로의 의미인 '반려동물' 이라는 개념에서는 우리 쫑이가 첫 반려동물이 맞는 것 같다.


일단, 거북이는 동사/실종사로 추정된다. 가끔씩 집 밖에서 탈출해서 다용도실 세탁기 쪽에서 발견되곤 했던 그 거북이들이 등껍질 밖으로 나오지 않아 야외 화단에 묻어주었다. 동면 기간이였는데 죽었다고 착각하고 생매장을 시킨게 아닌가 라는 죄책감이 언제부턴가 들었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니 그 거북이는 동면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걔네들은 어떻게 된거지...?


물고기를 키운 이유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때 그게 유행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어항과의 기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청소부 물고기 (지금 찾아보니 이름이 나비비파 라고 한다) 를 착한 물고기로 기억하고 있다. '이 어항을 위해 청소를 하는 착한 물고기가 있다니!' 키운 이유 만큼 없어진 이유도 모르겠다. 꽤 큰 어항이였는데...?


햄스터를 집에서 키웠는지, 아랫층 상주네서 키운 햄스터와 혼동을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햄스터 냄새를 또렷하게 기억한다. 햄스터 톱밥 향. 그리고 어린 햄스터를 엄마 햄스터가 잡아먹는다는 것을 알고는 어린 맘에 정이 뚝 떨어졌다. 지금 그 햄스터들은 어디로 갔을까?


마지막으로 병아리.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가 무럭무럭 자라더니 닭털이 나는 청소년기(!) 닭으로 진화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동물은 아가 때가 예쁘다. 병아리는 너무 귀여웠는데 그 귀여운 아가에게서 닭털이라니! 중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펼친 기분이다. 이 아이의 마지막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엄마가 아랫집 아줌마와 함께 어떤 가게에 주고 왔다고 했다. 아파트에서는 더이상 키울 수 없어서 끝까지 잘 키워줄 수 있는 곳으로 보냈다고 어린 나를 위로했지만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렇게 쭉 글을 써보면서 회상해보니 참 부끄럽다. 동물을 소비했던 지난 날들이 참 잔인하게 느껴진다. 불편한 마음 없이 쉽게 키우고 내 기준에서 맞지 않으면 또는 말을 잘 듣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던, 동물에 대해서 무지했고 잘 알고자 하지도 않았던 날이였다.


쫑이와 얌이 그리고 고롱이를 만나고나서는 달라졌는가? 조금 더 고백하자면 부끄러움이 더 커졌다. 먼저, 편애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지금 나의 동물에 대한 애정과 사랑은 '고양이, 개'에 집중되어 있다. 육식을 끊지 못하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이런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고 합리화 하며 살고 있다. 부끄럽다.


또, 외면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다른 학대 당하는 동물들에게 제대로 시선을 주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 기사나 이야기는 외면해버리는,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것, '돈'을 내고 있다. wwf에 정기 후원을 하고 있고 길고양이 사진가 찰카기님의 프로젝트 <모두 늙어서 죽었으면 좋겠다> 에도 주저하지 않고 참여했다.


확실한 것은 반려동물이라는 존재를 인지하고 나서부터 세상이 넓어졌다. 마음이 아플 것들이 너무 많아졌고 이 사회가 얼마나 약자, 동물에게 잔인한지도 알게 되었다. 부끄러움을 조금 이라도 떨치기 위해서 그래도 한 번 쯤은 행동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대해서 모르고 살았다면 편했을 수 있어도 편협한 생각을 가졌을 내 자신을 지금의 나 보다 덜 좋아했을 것 같다. 휴. 이것만으로도 다행이다.




ㄴRe) From. 옥

따님의 글을 보니 우리를 거쳐간 반려동물이 생각이 나네 우리 냥이가 처음이라 생각했는디

ㄴRe) From. 쑤

햄스터 키운거맞아? 닭은 어디에 보낸거야?ㅋㅋ


ㄴRe) From. 동

수족관에 열대어 당시 돈 꽤나 들었지~~

지금은 수족관도 발전을 했겠지만 그때는 물의 온도를 일정하게 따뜻하게 해주는

수동 온도계 조절을 잘못해 애석하게도 희생시켰지

삶고,얼고, 천적 구별없이 키워 약육강식하고

구의동에서 많이 오래 키웠고 그뒤로는 잠깐씩 키운것 같아^^

ㄴRe) From. 쑤

아...그런 슬픈 전설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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