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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Nov 13. 2024

결국, 남편이 집을 나가기로 했다.

10년 만에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절대 물러나지 않을 것 같은 지긋지긋한 여름이 물러나고

울긋불긋 가을이 왔다.

거대한 공룡이 품어내는 후덥지근한 바람도

적당히 시원하고 뽀송(건조)한 바람으로 바뀌었다.

 

가을에 태어난 난 가을을 유난히 좋아한다.

지구상 어느 곳에 존재한다고만 하면

가을만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요즘엔 기후변화로 가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어 아쉽다.

갈색털 또또와 잘 어울리는 노란 은행잎

하지만, 이런 가을이 달갑지 않은 부분도 있었으니

그건 바로 비염이 심한 아이들과 남편 때문이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인 환절기나 생활하던 환경이 바뀌

(집에선 괜찮다가도 시가만 내려가면 알레르기가 확 올라온다)

대번에 재채기와 콧물을 쏟아낸다.

이런 나약한 남자들 같으니라고.


외출하고 돌아온 일요일 오후 남편이 갑자기 재채기를 하며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날은 유난히 재채기와 콧물이 쉽게 멈추지 않아

급히 상비약 통에서 알레르기 약을 꺼내 먹기까지 했다.

금세 가라앉을 거라 생각한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더니,

급기야 양쪽 눈이, 정확히 눈동자? 결막?? 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흰자위가 마치 거대한 물방울처럼 부풀어 오르자 급히 응급실을 방문했다.

껌 좀 씹을 줄 아는 또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진료를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안과 전공의가 없어 진료를 받을 수 없었던 것)

남편의 상태가 너무 위급해 보였는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을 나서려는 우릴 불러 처방전을 써 주었다.

그리고, 반드시 내일 외래 진료를 봐야 한다며 조언해 주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우릴 지켜주어서 ^ ^ 당신들이 영웅입니다)

처방된 약을 먹고 약을 넣자 증상은 점점 가라앉았다.

 한바탕 난리(?)를 겪고 다음날,

전문의의 조언대로 외래진료를 받았다.

의사선생님은 알레르기 검사를 권유했다.

사실 비염의 원인이 궁금했던 차라 흔쾌히 검사를 진행했었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결과를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두둥!!! ^ ^

알레르기 검사결과

118종 중 알레르기 원인이 딱 한 가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개'였다.

선생님, 아무래도 검사결과가 잘 못 된 거 같아요.

아님 다른 사람거랑 바뀌었던가.

개라니요.....................

이제와 서요? 또또랑 지낸 지 10년이 되어 가는 이제와 서요?

너무...... 너무..... 늦... 었...잖... 아... 요.

그랬다, 남편은 개(털) 알레르기가 있었던 것이다.

나 이렇게 예쁜데 어쩌라고? ^ ^

그날 저녁 긴급회의(?)를 통해 아이들에게 비보(?)를 알렸다.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꽤나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둘째는 "또또는 잘못이 없어, 아빠가 이상한 거야."라고 했고

첫째는 "또또는 우리 가족이야."라고 했다.

또또를 바라보는 우리의 고심은 깊어졌다.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고, 무엇보다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않았다.


'우린 함께 살아야 해, 또또를 어디에도 보낼 수 없어!'

우린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내가 집을 나가면 돼."

우리 가족에게 늘 단단한 느티나무 같은 남편이 말했다.

작은 월세방을 구하던가 아니면 회사 기숙사에서 당분간 지내겠다고.

10년 만에 드러난(?) 충격적인 사실에

결국, 남편이 집을 나가기로 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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