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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쾌한글쟁이 Nov 28. 2024

나의 어린 선생님, 어린이

-나는 생선, 꿈을 꾸는 생선~

나의 본업은 작가지만 사이드잡으로 어린이집에서 연장전담 교사로 일하고 있는 프로 N잡러다.

프리랜서는 자유롭지만, 그 자유로움은 통장잔고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불러주지도 잘 팔리지도 않는 글을 쓰는 형벌로 창작의 고통보다 생활고(?)를 더 걱정하고,

본업보다 사이드잡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글 써서 버는 수입보다 사이드잡의 수입이 더 높지만,

나의 정체성은 '여전히' 글을 쓰는 사람 '작가'다.

(나의 문체는 가볍고 작의는 우왕좌왕하며 필력도 바닥이지만 작가로서의 자존감은 높다 ^ ^)

나는 어릴 때부터 늘 재밌는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떠올린 이야기를 글로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때론 떠밀려서 때론 다른 길로 들어 되돌아 나오며 돌고 돌았지만 결국 나는 그 꿈을 이뤘다.

이 무우~는 쑥쑥 자라 꿈을 이뤄 맵지 않은 깍두기가 되었다~ ^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본업과 사이드잡 사이에서 늘 마음이 시끄럽고 어지러웠다.

아이들은 놀랍도록 세상의 이치를 심플하게 해결하는 지혜를 갖고 있다.  

늘 생각이 많아 허덕이는 나는 그런 아이들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아이(어린이)들의 그늘(?)에서 불안과 염려를 달랠 수 있었고 비로소 고요함을 되찾았다.


예보에 없던 비가 내린 어느 오후, 놀이하다 우연히 밖을 보던 아이가 물었다.

"어! 밤이다! 선생님 왜 밤이 됐어요?"

"밤이 된 줄 알고 놀랐구나~ 지금 밖에 비가 내리고 있어서 그래."

"비가 오면 왜 깜깜해져요?"
"햇님은 비에 젖는 게 싫대. 그래서 구름 뒤로 쏙~ 숨어버렸어. 그래서 깜깜해진 거란다."(T라 미숙하면 가만있어라~)

"왜 비가 와요?"

"구름은 물방울이 모여서 생긴 거야. 그런데 그 물방울이 많아지면 너무 무거워서 비가 되어 내려오는 거야."(이과 나서지 말고 그대로 멈춰라~)


이 정도면 알아 들었을까라는 고민도 잠시.


"아~~ 구름이 녹으면 비가 되는 거구나!"


헙!! 똑똑한데!! ^ ^


"그런데 00이 우산 있어? 이따 집에 갈 때 우산 필요할 것 같은데."

"엄마한테 있어요."

"그렇구나 00 이는 좋겠다. 선생님은 우산 없어서 비 맞고 가야 하는데." (선생님 어렸을 때 비 오는 날이 너무 싫었어. 우산을 들고 선생님을 데리러 올 어른이 없었거든. 그래서 지금도 비 오는 날엔 그런 생각들로 쓸쓸해지곤 한단다)

"음~ 그럼 쿠팡에서 시키면 되잖아요."


뭐지?? 천잰데!!  ^___________^

요즘 아이들이 색종이 팽이 접기 쏙~ 빠져있다.

또한 나는 아이들의 통해 꾸준함을 배운다.

최근 아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색종이 팽이 접기다.

팽이를 접으려면 색종이 세장이 필요한데, 한 장_1단 그립(손잡이), 한 장_2단 코어, 한 장_3단 프레임으로 구성된다. 기본 방석 접기로 시작해 접는 방법을 확장해 나가는 건데 1단이 가장 쉽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수록 어려워진다.


처음 팽이 접기를 하는 아이들은 교사와 함께 1단 접기를 배우기 시작해서 점점 단계를 올려 팽이 접기를 하게 된다. 처음엔 색종이 모서리를 맞춰 접는 것조차 어려워하던 아이들은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손끝이 야무져 가고, 결국엔 교사의 도움 없이도 팽이 접기를 완성해 낸다. 어른의 시선으로 보면 미숙하게 보이는 그 모든 일들은 단지 꾸준함과 시간이 필요했던 것뿐이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 과정을 순조롭게 해내는 건 아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성장 속도에 따라 각자의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아이에겐 정중하게 물어본다. "선생님이 조금 도와줘도 괜찮을까?" 아이가 허락하면 기꺼이 도와주지만 거절하면 끝까지 기다려준다. 결국, 아이들은 모두 해낸다. 한두 번 해보고 안되면 포기할 거라는 나의 생각은 번번이 빗나가기 일쑤다. 좌절하지 않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아이들만의 탄력성_그 꾸준함.  나는 그래서 그냥 흘려보낸 시간들을 부끄러워했다. 아이들도 이렇게 노력하는데...

멀리서 나를 보던 아이가 달려와 무해하게 웃었다. 자기와 옷 색깔이 똑같다고 ^ ^

정승제 생선님은 자신을 생선이라 지칭하게 된 일화를 말해준 적이 있다. 그는 '선생은 학생을 지도하며 바른길로 이끌어야 선생인데, 나는 단지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인강 강사이기 때문에 선생이 아닌 생선이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난 생각했다. 나를 가르치고 성장하게 하는 아이들이 선생이라고. 그렇기에 나는 생선이라고. (기왕이면~) 아이들 옆에서 꿈을 꾸는 생선이라고.  


"아이야, 그거 아니? 칠흑처럼 깜깜한 우주가 빛나는 건 은하수가 있어, 막막한 사막을 걸어도 희망을 버리지 않은 건 오아시스가 있어, 세상이 빛나는 건 너희들이 있어서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아이들의 존재를 지키고 성장을 격려하고 아이들의 말을 응원하고 돕는

어른이자 생선이 되고자 한다고, 기꺼이.


* 지금 아이(어린이)와 함께 있는 당신은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그러니 아이(어린이)들을 정중하게 대하고 아프게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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