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후 4시가 되면 '푸르니반 살롱'이 문을 여는 시간이다. ^ ^ 그 시간은 어린이집에서 지낸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 머리끝에서 발 끝까지 몸단장을 하는 시간이다. 스스로 신은 양말이 뒤집어지지는 않는지, 바지나 속바지의 허리가 돌아가 있지 않는지, 속옷이 말려 있지 않는지, 식사와 간식을 먹고 입 주변을 작 닦았는지, 콧물이 나와 있지 않는지, 머리카락에 치약이나 딱풀이 붙어 있지 않는지...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 내복을 입는 날엔 내복이 말려 올라가 있지 않는지 더욱 신경을 쓴다.
"(윗 옷) 이거 왜 (바지 안에) 넣어요?"
삐져나온 윗 옷을 바지 안에 넣어 추슬러주는 내게 아이들은 묻는다. 그럼 난 장난처럼~
"배꼽에 바람 들어갈까 봐요~"
"에~엥? 배꼽에? 배꼽에 바람 들어가면 어떻게 돼요?"
"배 아프고 감기 걸리죠~"
"아항~ 그래요."
그러면 아이들은 잔망스럽게 배(허리)를 쓱 내밀어 나의 수고를 덜어준다.
특히 여자 아이들은 일과 시간에 헝클어진 머리를 반드시 다시 묶어 주는데, 다시 묶는 걸 원하지 않는 아이도 있다. 한창 재밌어진 놀이를 중단하기 싫거나, 머리카락 당김의 아픔을 크게 느끼는 아이들이 그렇다(살~살~ 묶어줄 게가 안 통하는 아이도 있다). 아이들의 각자의 이유와 사정을 이해하기에 나는 억지로 묶지 않고 그냥 보낸다. 그리고 보호자에게 내용을 전달한다.
"00이 오늘 너무 신나게 놀았어요. 머리가 헝클어질 정도로~머리 안 묶고 싶다고 해서 안 묶고 그냥 보내요."
보호자는 아이의 마음과 교사의 진심을 의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선생님이 우리 아이한테 신경을 안 쓰시는 것 같아요. 머리가 헝클어졌는데도 다시 묶어주지도 않고! 애를 보는 건지 마는 건지!"라는 식의 민원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으니까(국공립 어린이집은 관할 구청으로 민원이 접수된다).
"네, 괜찮아요~ 정말 재밌게 놀았나 보네요."라고 대답한다.
훌륭하다, 아이와 교사를 존중하는 모든 보호자들이.
고양이 머리를 하면 아이들의 귀여움은 더해진다
비록 경력 단절 기간이 있었지만, 보육교직원 경력 12년 차가 되어 간다. 10년이면 강산이 바뀐다고 시대가 지나며 유행하는 머리 스타일도 많이 바뀌었다. 내가 초임땐 아이들 머리를 양갈래로 따주는 머리를 가장 많이 해줬다(나 어릴 적도 늘 양갈래 머리였다). 그러다 일명 뿌까머리가 유행하더니, 발표회 일등공신인 똥머리(난 만두머리라고 불렀다)에서 유명 애니메이션 영화 주인공인 엘사머리까지!! 다양하다.
머리빗과 색색이 머리끈이 담긴 통을 들고 의자 두 개를 나란히 놓고 한쪽의자에 내가 앉으면 머리 묶고 싶은 아이들이 스스로 다가와 앉는다.
"(아침에 엄마가 묶어 준 대로) 똑같이 묶어 주세요."
"(두 손으로 양쪽 머리를 잡고) 이렇게 두 개로 묶어 주세요."
"머리만 빗고 싶어요."
"(여전히 모르겠는, 한쪽 옆을 잡고) 이렇게 묶어주세요."
"고양이 머리 해주세요." 등등
색색이 선명한 무지개처럼 아이들마다 요구사항도 모두 다르다. 상관없다. 난 가능한 아이들의 의견을 적극 경청 및 수용해(?) 원하는 대로 묶어준다. 정말 어떤 스타일인지 모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근 푸르니반에서 유행하고 있는 머리는 바로 고양이 머리다.
사실 고양이 머리는 아이에게도 교사에게도 난이도가 있는 머리다. 시간도 머리끈도 공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보통 한 아이의 머리를 묶는데 걸리는 시간은 30 ~ 40초 정도다. 1분을 채 넘기지 않는다(훗! 난 경력 교사가 아닌가? ^ ^ ) 그런데 고양이 머리는 3분 정도 소요된다. 영유아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나이와 비슷하다. 3살이면 3분, 5살이면 5분, 7살은 7분 남짓~ 그래서 활동(수업) 계획을 할 때 그 시간 안에서 계획한다. 어른도 컵라면이 익기를 기다리는 3분이 길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고양이 머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은 반드시 확인하는 '약속'이 있다. ^ ^
"고양이 머리는 오래 걸려, 머리도 움직이면 안 돼. 고양이 귀가 짝짝으로 되거든, 참을 수 있겠어요?"
아이들은 약속을 잘 지킨다. 아이들은 오늘도 배우게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때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 ^
안 아픈 머리끈
아이는 방울 머리끈으로 머리를 하나로 묶고 있었다. 아이는 친구들이 머리 묶는 것을 늘 옆에서 지켜보지만, 자신이 의자에 앉지 않았다. 어쩌다 앞 머리가 몇 가닥 흘러나와 다시 묶자고 해도 '싫어요'라고 말하며 자리를 피할 뿐이었다.
나는 머리를 다 묶으면 항상 아이와 눈 맞춤을 하고 '예뻐졌네~ 가서 거울 봐봐. 원하는 대로 묶어졌는지.'라고 말한다. 아이는 그런 친구들 곁에서 함께 함께 머리를 관심 있게 보며 '예쁘다.'라고 말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단 한 번도 머리를 묶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나는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친구들 고양이 머리 묶은 거 보니까 어때?"
"엄청 예뻐요!"
"00이 눈에도 예뻐 보였구나~ 00이도 묶고 싶어?"
"네. 근데 안 묶어도 돼요."
"머리 안 묶고 싶은 이유 말해줄 수 있을까?"
"...... "
"혹시 아파서 그러는 거야?"
"... 할머니가 머리 끈 풀 때 힘들대요."
"... 그랬구나, 선생님한테 말해줘서 고마워."
그랬다. 맞벌이로 바쁜 엄마를 대신해 머리를 묶어 주는 할머니의 어려움을 아이는 알고 있었다.
아이는 '아이답게'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누려야 한다. 고민은 어른들의 몫이다.
나는 인터넷에 안 아픈 머리끈을 검색해 바로 구매했다.
안 아픈 머리끈을 아이에게 보여주며 할머니가 쓱~ 잡아당기면 쉽게 풀리는 머리끈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날 아이는 처음으로 고양이 머리를 묶었다. 아이는 내내 거울을 보며 웃었다. 작은 혀를 내밀어 고양이 흉내를 내기도 했다.
아이가 두 볼에 콕! 붙여 주고 간 스티커에 가슴이 찡~했다 (왼_푸딩핑/ 오_캔디핑)
고양이 귀가 눌릴 것 같다며 아이는 모자를 쓰지 않겠다고 했다. 점퍼 위에 목도리만 둘러주고 털모자는 가방에 넣어 주었다. 아이의 손을 잡고 할머니가 기다리고 계실 현관으로 몇 걸음 향하려는데 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가방을 벗으려 했다.
"왜? 모자 다시 쓰고 싶어?"
"아니~ 가방에서 뭐 꺼낼라고요."
아이는 가방에서 수저통을 꺼냈다. 아이 앞에 키를 낮추고 앉아 으응?? 수저통은 왜 꺼내지? 싶은 그 순간.
수저통에 붙은 티니핑 스티커 두 개를 떼어냈다. 수저통엔 이제 스티커가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는 떼어낸 티니핑 스티커를 내 양 볼에 콕~ 하고 붙였다. 마음이 통째로 찡~~ 하고 울렸다.
"선생님 줄라고요~"
나는 그날 마지막 아이가 하원할 때까지 티니핑 스티커를 붙인 채 어린이집 곳곳을 돌아다녔다.
밖에선 이상한 사람일지 몰라도 이곳에선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모습이다. ^ ^
선생님 소원? 너희들의 소원이 모두 이루어지는 거!
오늘, 나는 아이에게 티니핑 스티커를 받았다.
아이가 내게 준 건 티니핑 스티커였지만,
아이가 줄 수 있는, 가진 전부였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걸 내어주고도 아이는 웃고 있었다는 것도.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전부를 내어준 적이, 그러한 순간이 온다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정말 놀랍다.
* 아이들 머리끈 쉽게 풀 수 있는 꿀팁!!
원래는 실뜯기 도구인데, 머리끈 풀 때(끊기) 사용하면 좋아요. 아프지 않게 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