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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Aug 06. 2021

연봉만 잘 챙겨주면 된다고?

90년대생들에게 연봉은 지극히 기본적인 것이다

우리 회사는 연봉 높은 편입니다.


 몇 년 전에 취업한다고 검색하다가 의외의 회사가 평균 연봉이 높은 것을 확인한 적이 있다. 실제로 그 회사는 채용공고 시 신입사원 연봉을 명시했다. 연봉을 높이 주는 것이라니 '우와...'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회사에 대한 입사 및 퇴사율을 조회해보니 입사율 못지 않게 퇴사율도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기업후기 사이트에서 내용을 찾아봤더니 생각보다 엄청 좋다는 후기는 찾을 수 없었다. 퇴사의 원인이야 다양할 수 있을 거고, 그 사정은 그 회사 내부에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알겠지만 말이다.


연봉만 높으면... 끝?

 많은 기성 리더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 중 하나는 사람의 욕구를 정말 단순하게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많았다는 거다. '연봉 이만큼만 주면 되었지 뭘 더 바래?', '이번에 사업 확장하면서 이번에 직원들 연봉을 엄청 올렸어요.' 등 직장인의 욕구를 단지 '연봉' 하나로만 통일시키고 있었다.

 연봉. 돈 잘 벌고 그러면 사람 기분은 당연히 좋다. 아무리 힘들어도 돈 잘 번다고 하면 그걸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원천이 되곤 한다. 하지만 이전 텍스트 '노동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자산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서 연봉으로는 커버할 수 없는 시대가 열렸다. 수도권에서 집 하나 사고 싶어도 여러 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렵다는 것은 뉴스를 통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90년대생들 포함한 MZ세대들에게 저 자산들을 살 수 있게 보장해줄 수 있는 억대 연봉을 줄 수 있는 곳들이 얼마나 될까? 아마 지금 읽고 계신 분들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렇다. 단지 연봉 잘 준다고 해서 억대 연봉을 줄 수가 없다면, 지금의 자산가치 상승에 비추어보았을 때 사실 연봉이 높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연봉이 높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대도 아니다. 대기업 총수들이나 오너 등이 직원들 대상으로 해왔던 갑질이 내부제보자에 의해 폭로되는 일들도 여러차례 있었다. 그 대기업들이 직원들 연봉을 중소기업 대비 더 많이 주었을텐데, 그런 불합리한 일들을 '연봉' 하나로 참으라고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일들을 구체적으로 열거하진 않겠다.) 결론적으로 연봉이 높다고 만사 오케이 할 수 있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월급은... 통장을 스칠뿐.


오래 다니면... 끝?

 또, 만약 연봉을 높게 못 준다면 오래 다닐 수 있게 보장해주는 안정적인 고용 형태를 생각해보자. 이는 공무원 조직이나 공기업, 공공기관 등 비영리 조직들의 대표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한번 입사하고 나면 큰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 꽤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안정을 추구함과 동시에 도전을 추구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다. 도전적인 삶을 살다가도 지쳐서 안정적인 삶을 꿈꾸기도 하고, 안정적인 삶에 머물고 있다가 보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을 하기에 마련이다. 사람이 참 이중적이긴 한데 도태되지 않고 삶 속에서 끊임없는 도전을 하게 만든다.


아니, 왜 그렇게 연봉을 낮추어서 가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직한 나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까나. 장교로서 전역 후 첫 직장인 어느 비영리 조직에서 3년 넘게 다니고 있었다. 급여 역시 잘 나오는 편이었고, 별일 없으면 안정적으로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내 나름의 동기가 있었기에 이직을 결심 했다. 급여 역시 낮추어서 가는 것도 고민 끝에 수용하였다. 오래 다닐 것 같았던 사람이 나간다고 하니, 이직을 만류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뜻이 명확했고, 내 삶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이직하게 되었다. 

 또한, 이직을 하게 된 배경 중 하나는 안정성이 계속될 거라고 그 누구도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인구학 전문가인 조영태 교수의 저서 「인구 미래 공존」에서는 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제도가 아닌 개인이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참고로 내가 연금 제도에 주목한 이유는, 이것이 바로 경제 안정성의 대표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는 연금 기여분은 그냥 세금이라 여기고 퇴직 후에 받아야 할 연금은 기대하지 말고, 지금부터 내 노후를 스스로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략) 젊은 세대가 느끼는 압박은 확실히 더한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준비하는 노후'라는 것도 말이 쉽지, 원래 자산이 충분하지 않고서야 현재 생활도 빠듯한데 노후를 위해 수입을 따로 때어놓는 것은 나도 그렇고 많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선택이다.
- 조영태 교수, 「인구 미래 공존」 중에서 -

 

 아무리 공공 조직이라 할지라도, 안정성이 더 이상 밥을 먹여 줄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건 분명해보인다. 그래서 안정적으로 오래 다닐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도 젊은 세대에게 닥친 미래를 생각해보면 그리 좋아보이진 않는다.


연봉은 5단계 욕구 중 기본 욕구이다

 그럼 연봉이 뭐길래? 많이 줘도 만족 못한다고 하고, 오래 다닐 수 있게 해줘도 만족 못한다고 하고. 읽으시는 독자분께서는 저자가 이랬다 저랬다 해서 혼란할거 같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간단하다. 연봉이라는 건 그냥 기본 조건에 불과하다. 직장인으로서 성실히 일하고 댓가를 받는 행위는 정말 기본적인 것이라는 거다. 굳이 비유를 들자면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 1단계 욕구인 생리적 욕구에 속하는 것이다. 그 욕구가 기본적으로 충족되고 나면 다른 방향에 대한 욕구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아까도 이야기한데로 연봉은 금액 그 이상, 그 이하의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다. 1단계의 욕구를 갖고 2~3단계 욕구로 만들어낼 수가 없다.


연애 관계로 대입해서 생각해보면

 또 다른 대입을 통해 이야기해보자. 마치 직장과 직장인은 연애하는 관계라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더 쉬워진다. 면접은 소개팅, 입사 후부터는 연애. '소개팅' 때에는 연봉이나 처우 등 제한된 환경에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밀당을 시도한다. '연애 관계'에서는 근로환경이나 업무추진 등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서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실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서로간의 갈등이 생기기도 하며, 그 가운데에서 이별과 공존을 선택한다.

 이렇기에 연봉이 그 회사에 대해 오래 다니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는 분명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한 가지 기본적인 요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참고문헌>

1) 조영태, 2021,「인구 미래 공존」, p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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