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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을찾는아이 Aug 05. 2021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90년대생들이 퇴사를 쉽게 결심하는 이유 중 하나

와, 장난 없다.


 뭘 보고 장난 없다 했을까?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보고 장난없다고 이야기한거다. 최근 부동산 가격은 정신없이 뛰어 오르고 있다. 가격이 급상승한 원인이야 여러가지이겠지만, 이를 집행한 정책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한다.

 내가 25여년 전에 살았던 서울 노원구 어느 주공아파트의 시세를 살펴보기 위해 부동산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20평 기준으로 2016년 8월 실거래가가 2억 중반이었는데, 2021년 7월 실거래가가 7억이 되었다. 5년여만에 약 2.8배 정도의 가격 상승이 이루어졌다.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80년대 후반 조성된 상계동이 언제 이렇게 금(金)계동이 되었나 싶다.

5년여 만에 가파르게 상승한 곡선을 살펴볼 수 있다. 

 

자산 하나 즈음 있어야 하는 시대

 뜬금없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시대가 지날수록 이런 자산들의 가치가 점점 상승 중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주식이나 채권, 비트코인, NFT까지. 수익을 내서 새로이 가치를 창출하는 자산들에게 관심이 쏠려있다. 단지 급여 소득으로 현금 저축을 열심히 해서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될거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는다.

 자산 중 대표격인 부동산은 요즘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보니 다른 분야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느 만남의 자리를 가도 부동산을 대체하는 '주식'이나 '코인' 이야기는 공통의 화제거리가 된다. 주식 값이 올라 큰 수익을 거두었다는 '간증'과 어떤 종목이 비전이 있을지를 심도있게 고민하는 광장이 열린다.

상계주공아파트 단지 전경. 저렇게 아파트들이 많은데, 내집이 없다니!


물가도 올랐는데, 급여도 오르긴... 올랐지?

 자산의 값만 오르면 좋겠는데, 물가 역시 꾸준히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생길 수 밖에 없는 현상이긴하다. 수치로 모든 걸 이야기할 순 없지만, 수치도 나름 제시할 필요가 있으니 여기서 한번 이야기해보자.

 대한민국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15년을 100으로 기준점을 삼았을 때, 2010년 91.1에서 2020년 105.4로 약 15% 가까이 뛰어 올랐다. 이건 당연히 평균치를 낸 것이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당연히 더 올랐을 것이다.

출처 :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급여는 어떨까.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의 근로자 소득 통계를 낸 자료를 보자. 월 평균소득이 2010년 약 202만원, 2020년 약 286만원이다. 10년여만에 약 40% 정도 올라간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가파르게 가격상승한 것과 달리 급여는 생각보다 많이 오르지 않았다. 늘 직장인의 지갑은 유리지갑 같다.

출처 :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들을 총체적으로 묶어서 이야기하자면. 다른 자산 가격들의 가파른 상승과 더불어 임금소득의 (상대적인) 완만한 상승이다. 자산이나 물가 가격 상승은 기존의 현금 가치를 떨어트리고 있다. 현금 가치가 떨어진다는 건. 현금을 창출하는 수많은 수단의 대표격인 '노동' 역시 가치가 떨어져 가고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직장인으로서 월급 잘 받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서, 집을 장만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는 전형적인 패턴이 사라지게 만들었다. 과거의 샐러리맨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처음에 언급했던 상계동 주공아파트 20평 짜리를 사기 위해선 최근 실거래가 기준으로 7억이 필요하다. 반면 2020년 전체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286만원으로 연 3,40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상계동 주공아파트 20평을 사기 위해선 약 20년 동안 그 급여를 그대로 바쳐야 한다. 급여 이외의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이 된다. 따라서 단순히 노동을 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이직이나 퇴사 등을 자유롭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급여가 '억'소리 나지 않을 정도로 높지 않은 이상. 퇴사를 통해 자신의 다른 가치를 실현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지금 청년들이 퇴사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경제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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