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저는 웃을 때 눈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했습니다. 마치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모습 때문인지, 친구들은 저에게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하회탈" 당시에는 그 별명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왜 하필 하회탈일까, 친구들에게 제 모습이 그렇게 우스웠던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속상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별명이라는 것은 참 묘한 의미를 갖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친근함을 나타내는 표현이 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놀림으로 다가올 수도 있기에. 어린 시절의 저는 그 별명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떠올려 보면, 그 이름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우리나라의 전통 탈 중에서도 하회탈은 가장 정감 있는 웃는 얼굴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표정을 바라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 냄새 나는 푸근한 느낌이 들기에.
물론, 어떤 분들은 하회탈을 보고 무섭다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 얼굴에서 다정함을 느낍니다. 사람의 마음을 풀어주는, 긴장을 풀어주는, 그리고 무엇보다 웃게 만들어주는 얼굴이기에. 눈이 사라져도 괜찮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제가 진심으로 웃고 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까요. 어린 시절에는 숨기고 싶었던 표정이 이제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표정이 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별명 하나에도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어린 시절 누군가가 붙여준 별명이 있으신가요? 당시에는 달갑지 않았던 이름이 이제는 나만의 매력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그 별명을 다시 꺼내어 보세요. 그 안에는 여러분의 개성과 기억이 아름답게 담겨 있을지도 모르기에. 그리고 누군가에게 새로운 별명을 붙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사람의 장점을 떠올리며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어떨까요? 그 별명이 누군가의 웃음과 자존감으로 오랫동안 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
"별명은 어떤 때는 상처가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 마야 안젤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