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령 없이 나아가도, 결국엔 도착한다

by 루키트

저는 무언가를 새로 배우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해가 느려서 그런지 익숙해지기까지 몸으로 직접 부딪혀야만 했습니다. 자격증 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은 몇 번 기출 문제를 풀고 감을 잡았다지만, 저는 하나하나 정리하고 손으로 써가며 몇 배나 더 오래 붙들고 있어야 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생각과 경험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두 시간 넘게 고민하고 어렵게 글을 완성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주변에서 이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요령있게 해야 오래 할 수 있어”, “힘 빼고 해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맞는 말입니다. 요령 없이 하다 보면 쉽게 지칠 수 있고, 애써 노력했는데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령이 없습니다. 남들보다 오래 앉아 있고, 남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붙들고 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 같은 시간 속에서 ‘그래도 언젠가는’이라는 마음 하나로 버티며 기어가듯 나아갑니다. 그것이 제 방식이고, 어쩌면 저만의 요령일지도 모릅니다.


예전에는 그게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척척 해내는 것 같은데 저만 유난히 뒤처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요령 없이 하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길이라는 것을. 서툴고 느리지만, 그만큼 오래 고민하고 붙들었기에 제 안에 단단히 쌓인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령 없는 방식으로도 꾸준히 해낸다면, 그건 결국 ‘진짜 실력’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속도가 있습니다. 누구는 빨리, 누구는 천천히 나아갑니다. 혹시 지금 남들보다 느리다고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괜찮아. 지금처럼 묵묵히 가도 결국 도착해.” 요령이 없더라도, 끝까지 가면 결국에는 해낼 수 있으니까요.


"계속 가면

언젠가는 도착한다"

- 루이스 캐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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